미디어 폭력

미디어 폭력

[ 말씀&MOVIE ] '아무도 지켜주지 않아'(키미즈카 료이치,2008,드라마,스릴러)

최성수박사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11월 14일(월) 15:36
'미디어 폭력'이라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들어 있다. 하나는 미디어 콘텐츠가 폭력적이라는 것이며,다른 하나는 미디어 자체가 폭력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엄밀히 말해서 미디어 자체가 폭력적이기 보다는 사용방식에 따라 폭력적인 도구가 되기도 한다.

   
미디어와 자본은 서로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보니 미디어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도록 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전략에 해당된다. 그렇지 않으면 광고주를 얻을 수 없고,또 그렇게 되면 결국 자본을 벌어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미디어의 시작은 소통에 있었지만,어느덧 이윤추구가 주목적이 되었다. 미디어는 이윤추구,곧 높은 시청율이나 구독율 그리고 흥행율을 생명의 원리와 지표로 삼는다. 그래서 미디어는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자극적이고 폭력적이며 선정적인 내용을 수집하여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전달하거나 그런 프로그램들을 제작하여 방영하게 된다. 물론 좋은 프로그램과 정보를 전해주어 관심을 유발하기도 한다. 공영방송은 권력에 휘둘리고 상업방송은 자본에 휘둘린다. 대중들의 관심에 부응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들의 관심을 얻기 위한 미디어의 노력은 눈물겹기도 하고 치열하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미디어는 콘텐츠를 얻기 위한 과정에서 종종 폭력을 행사한다. 즉,정보를 전달할 사명을 갖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준다는 미명하에 한 개인을 콘텐츠로 삼아 허위 혹은 과장 보도하여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다.

한국 관객들에게 '불타는 수사선'으로 잘 알려진 료이치 감독의 작품 '아무도 지켜주지 않아'는 바로 이 문제를 주제로 다루고 있다. 다양한 관점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괜찮은 영화다. 예컨대 죄의 책임 범위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공부에 대한 중압감이 결국 묻지마 살인의 동기였다는 사실로 인해 교육 당국은 물론이고 학부모들에게 청소년 교육의 현실을 심각하게 고민케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함정 수사의 한계와 현대인의 직장과 가족 문제로 인한 트라우마 등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볼 수 있는 영화다. 그러나 가장 주목할 만한 주제는 역시 미디어 폭력이다.

이야기는 자매인 두 명의 어린이가 놀이터에서 놀다가 끔찍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살인혐의자는 이웃의 학생이지만 자백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여론은 가해자는 물론이고 그의 가족에게도 관심을 기울이는데,왜냐하면 시민들이 죄에 대한 공동의 책임을 묻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 폭력은 기자들의 도를 넘는 취재경쟁과 네티즌들의 '신상 털기'로 인해 발생한다. 미디어 폭력으로 인해 가족의 한 사람으로 인해 다른 가족 구성원이 사회로부터 평생 왕따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경찰은 가족을 보호할 임무를 수행한다. 사회로부터 그들의 신상을 평생 은폐하기 위해 가해자와 다른 성을 가지도록 한다. 이혼과 재결합을 위한 절차를 동시에 처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족을 각각 분리해서 보호한다. 이 과정에서 정신적 공황상태를 이겨내지 못한 범인의 엄마는 자살을 한다. 가해자 가족에 대한 신상털기 작업은 대중매체뿐만 아니라 네트워크를 통해서 더욱 가혹하게 일어나고 또 더욱 빠른 속도록 전국적으로 확산된다. 결국 경찰이 출동하여 제지할 정도가 되었지만 그들의 행위 자체를 막을 수는 없었다.

미디어는 현대인의 삶에서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고 또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따라 폭력적인 도구가 될 수 있고 소통을 위한 유익한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은 미디어를 현명하게 사용하기 위해 그리고 건강하고 유익한 콘텐츠 개발을 위해 교회가 힘을 기울여야 할 이유가 아닐 수 없다. 또한 교회와 신학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읽고 제작하고 비평하는 능력)를 위한 교육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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