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자운동에 녹아버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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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도회 ] 작은자들의 어머니 황화자 총무(3)

이승재국장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11월 11일(금) 16:52
*작은자복지재단이 펴내는 '선교와 사회복지'에 연재되고 있는 고 황화자총무의 일대기를 여전도회면에 게재한다. 고 황화자총무에 대한 글은 작은자복지재단 이승재국장이 집필했다.

   
그녀는 우선 주부들이 생활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조미료와 비누, 설탕, 치약, 참기름 등을 만드는 제조회사를 직접 방문해 취지를 설명한 뒤 물품들을 공장도 가격으로 얻어다 '소비자시장'을 열었다. 주민들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자신감을 얻은 그녀는 '금화 아파트 공동구매'를 결정, 이 일을 계획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추진해 나갔습니다. 즉각 제조회사와의 긴밀한 협조 속에 계속 공장도 가격에 물품을 공급받아 소비자 시장에 내놓되, 주민들에겐 도매가격으로 팔고 그 차액은 소비자 개인별로 통장을 만들어줘 물건을 살 때마다 자동적으로 적립되도록 했다.

"그제서야 황화자 개인에 대해 주민들이 관심들을 갖기 시작하더군요. '왜 저 여잔 이 어려운 지역에 들어와 사서 고생을 하나, 도대체 그 꿍꿍이는 뭔가' 하면서요. 자발적으로 그런 반응을 보여 올 때 비로소 제 속마음을 얘기하기 시작했죠. '저보다 여러분을 훨씬 더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시켜서 하는 일'이라고요. 그랬더니 적잖은 사람들이 눈물을 훔치는 게 아니겠어요! 자신들도 이전에 교회를 다녔는데 사업에 실패하고 가난에 쫓겨 이곳까지 흘러 온 뒤론 창피하고 죄송스러워 교회를 못 나가고 있다는 거에요. 같이 그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차츰 신앙상담도 나누고 하면서 그들을 조금씩 교회로 인도했습니다. 하나 둘 나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거의 모든 조합원들이 교회를 찾게 되는 놀라운 역사가 일었죠. 이때 깨달은 게 있어요. 교회는 가난한 사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그들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요. 결국 연동교회 전도사 시절에 깨달은 것을 재차 확인한 셈이지요."(황화자총무 발언)

그녀는 장로교 통합 여전도회 서울서연합회 총무를 맡게 되면서 3년 간에 걸친 '금화 시절'을 마감하게 됐다. 공인으로서 바쁘게 뛰던 1974년 그녀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불행이 닥친고 만다. 신학대학원 시절 고향선배인 남편과 결혼했는데 뜻하지 않게 이리에서 열차 사고를 당한 것. 급히 전주예수병원으로 옮겨 만 하루 동안의 큰 수술로 겨우 생명은 건졌지만 워낙 심한 뇌출혈로 인해 남편의 의식은 회복되지 않은 채 잠든 상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야말로 식물인간이 되었다.

"오 하나님! 당신이 맡아 주셔야 합니다. 전 아무 힘이 없어요. 전 못합니다." 남편이 식물인간이 될 뒤 그녀가 울부짖음 속에서 토한 최초의 기도였다. 그녀는 그 후 4년 간 두문불출, 집에서 남편 간호에만 온 정성을 쏟았다. 그랬건만 남편의 의식은 전혀 소생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왜 아빠가잠만 자누냐고 물었다. 그녀는 그럴 때마다 할 말을 잃은 채 솟아오르는 눈물을 삼켜야 했다.

다시 황 총무의 말이다. "아무하고도 상의를 못한 채 저 혼자 그 짐을 감당해야 했어요. 집에선 눈물을 감췄습니다. 아이들에게 슬픈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아서였죠. 다행히 아이들은 신앙 안에서 명랑하게 잘 자라주었어요. 그 땐 아이들을 위해 제가 아빠 몫까지 억지로 해내느라 무척 힘들었는데 밖으로 비추진 않았지만 교회가 편모나 편부 슬하의 자녀들을 위해 대리 부모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모임 같은 걸 주선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간절하기도 했지요." 식물인간이 된 남편 곁에 붙어 앉아 그녀가 4년 간 쏟아낸 눈물과 기도가 어느 정도일런지... "차츰 마음의 평정을 갖기 시작했죠. 처음 인간적인 마음에서 가졌던 억울함과 분노와 갈등 등이 서서히 치유되면서 그 자리에 물밀듯한 감사가 차 오르더군요. 그러면서 나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서 허덕일 사람들이 생각나는 거에요. 뚝방마을 사람들, 금화아파트의 아낙네들... 더 이상 내가 세상에 가장 불쌍한 여인인 양 외로워하고 고독해 할 여유가 없다고 느껴졌어요. 그들 곁으로 달려가 그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 된다는 사명감이 일었죠.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자 또 가만히 누워 있는 남편도 동의하리란 믿음이 생겨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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