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 넘어 통합의 '인터페이스'로

대립 넘어 통합의 '인터페이스'로

[ 문화 ] 총회 문화법인 '문화목회간담회 Hub'에서 이어령교수 제안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1년 10월 18일(화) 11:18
   
▲ 이어령교수는 "예수님은 죄인을 미워하고 의인을 사랑하는 코드, 질서를 깨셨다"면서 양극을 통합하는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대립의 시대에 살고 있다. 남북통일을 이루려면 남남통일이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사회통합이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지 오래다. 진보와 보수의 이념갈등, 노사 갈등, 심지어 교회 내에도 갈등이 존재한다. 나와 너, 옳고 그름 사이 제3의 길은 정말 없는 것일까.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필동 소재 한국의집에서 열린 총회 문화법인(이사장:지용수) '문화목회간담회 Hub'에서 '시대와 문화코드'를 주제로 강연한 이어령교수(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 초대 문화부장관)는 "어려서부터 문학을 많이 했지만 문학작품으로 성서를 읽었을 때는 생과 사, 죄와 벌, 영과 육을 뛰어넘는 초월의 세계를 보지 못했다. 그것이 지성의 한계였다고 생각한다"면서 "문화코드로는 흑과 백, 하나밖에 없는데 이러한 이항대립체계에서는 절대자는 있을 수가 없다. 그런데 예수님은 죄인을 미워하고 의인을 사랑하는 코드, 질서를 깨셨다. 성과 속, 청결과 더러움, 생과 죽음 모든 것들이 십자가에서는 하나가 된다. 양극을 통합하는 소위 '인터페이스'를 만들어주신 것"이라고 대립을 뛰어넘는 공간으로서의 인터페이스(서로 다른 두 시스템, 장치, 소프트웨어 따위를 서로 이어 주는 부분. 또는 그런 접속 장치)를 말했다.

얼마전 사망한 스티브 잡스를 언급하며 이 교수는 "스티브 잡스는 사람과 기계,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사이에 인터페이스를 개혁한 사람이다. 오늘의 문화코드는 이항대립이 아닌 통합, 소통의 쌍방향으로 특징된다"며 "이항대립 구도를 넘어선 인터페이스를 가장 잘 이해하는 이들이 한국의 기독교인들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갈갈이 찢겨있는 이 시대에 하늘과 땅 사이 인터페이스를 만들자. 그게 십자가이고 교회와 성직자의 의무가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시원섭섭, 내버려둬라, 엉거주춤, 엇비슷, 먹은듯만듯 등 극과 극을 이어주는 말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들이 한국 사람이라는 것이다.

고령의 인문학자는 예수님이 광야에서 거쳤던 시험을 얘기하며 교회가 변화의 흐름을 읽고 생명자본주의 시대에 걸맞는 사역을 펼쳐야 한다는 조언을 건넸다.

그는 "돌로 빵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러나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경제학자, 사회주의자는 얼마든지 있다. 예수님은 그 유혹을 뿌리치시고 합격하셨는데 우리는 다 떨어진다. 오늘날 교회도 마찬가지로 이 빵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경제 불황이 지속되면 빵이 곧 하나님이 된다. 하지만 빵으로 대변되는 시대가 사라지고 있다. 물질 경제는 사라져버리고 영혼, 감동, 즐거움이 중요시되는 생명자본주의 시대가 오고 있다. 교회도 문화코드를 읽고, 세상이 변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 돈을 빵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 하나님 말씀 안에 기적이 있다는 것을 선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의를 마친 후 참석자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다종교화된 사회 속에서 개신교 목회자들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묻는 포항노회 원경희목사(죽변제일교회)의 질문에 이 교수는 "문화부장관으로 재임할 때 제일 먼저 한 일이 종교간의 대화였다"고 운을 뗀 뒤, "대화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진리의 속성이 그런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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