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 집안에서 아빠는 '왕따',권위를 찾고 싶어요!

< 5 > 집안에서 아빠는 '왕따',권위를 찾고 싶어요!

[ 상담Q&A ] 권수영교수의 자녀 상담 Q & A

권수영교수 sykwon@yonsei.ac.kr
2011년 08월 18일(목) 10:29

Q : 저는 초등학생 5학년, 중학교 2학년 여자 아이를 둔 40대 가장입니다. 지방출장이 잦다보니 아이들과 주말에 함께 지내는 일이 줄어들면서 자녀와의 대화가 너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아예 제가 끼면 대화도 안하려고 하고 집안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기분입니다. 아빠의 권위는 둘째 치고 집에 오면 괜히 화가 나기도 합니다. 극복할 방법을 알려주세요.

   
A : 예전에 우리에게는 '엄부자모'(嚴父慈母)라는 말이 보여주듯, 엄한 아버지와 자애한 어머니를 둔 전통적인 가정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경제위기에 직장에서 어깨가 처진 아버지들이 가정에서 조차도 위엄을 가지지 못하고 가정에서 자녀들로부터 느끼는 수치심으로 인하여 오히려 자녀들에게 감정적인 폭발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엄한 아버지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상실되어가면서 우리 사회는 새로운 아버지상을 필요로 하는지도 모릅니다. 누가복음의 탕자의 비유에서 나오는 아버지처럼 우리 사회의 아버지들도 두 아들에게 힘없이 당하고 한없이 기다리는 모습이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늘 하는 말처럼 위기는 기회를 동반합니다. 우리 시대 아버지들은 비유에 등장하는 아버지처럼 힘없는 모습에서 새롭게 승화된 아버지의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먼저 의뢰된 상담의 경우처럼 아버지들의 최대의 고민은 자녀들과 시간을 충분히 보내지 못하는 현실적 여건입니다. 이 여건은 좀처럼 좋아지지 않습니다. 자녀들은 아버지와 대화의 부족을 느끼면서, 점점 아버지 부재에 익숙해지고 나중에 가서는 아버지의 긍정적인 역할에 대한 기대를 가지지 않게 됩니다. 여기서 아버지가 기억해야 할 사실은 대화의 부족이 단순히 대화의 수학적인 양에 근거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자녀와 필요한 대화는 머리로 하는 대화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대화입니다. 가슴으로 하는 대화는 양보다 질을 우선합니다. 아버지가 가슴으로 하는 대화에 익숙해진다면 짧은 대화 몇 마디로도 자녀들에게 효과 만점입니다. 집에서 몇 마디하지 않는 아버지가 늘 자녀의 행동에 대하여 지적하는 이야기나 공부에 대한 잔소리만 한다면 아버지와 점점 대화할 재미를 잃게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오히려 자녀의 감정을 살피고, 자녀가 속으로 느끼고 힘들어 할 감정을 함께 느끼려고 하는 대화가 바로 가슴으로 하는 대화입니다.

본인이 중학생 딸이라고 생각하고 한번 가정해 보세요. "너, 성적이 그게 뭐냐? 대학은 아예 포기한거니?"라고 묻는 아빠와 "너, 요즘 굉장히 힘들어 보인다. 학교생활에서 어려운 점이 많은 것 같은데, 어때?"라고 묻는 아빠가 있다면, 어떤 아빠와 자신의 이야기를 좀 더 하고 싶어질까요? 감정을 읽는 대화는 몇 마디로도 심도 깊은 대화가 됩니다.

하루에 한 번씩 자녀의 감정을 살피고, 함께 느끼려는 공감대화의 훈련을 해보세요. 자녀와의 대화의 질은 물론 관계의 차원도 한층 깊어질 것입니다.  /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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