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에 대한 성찰

상처에 대한 성찰

[ 말씀&MOVIE ] 인 어 베러 월드/감독: 수잔 비에르, 2010, 1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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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7월 20일(수) 14:59

'인 어 베러 월드'는 상처에 관한 영화다. 이야기는 덴마크의 작은 시골 마을과 아프리카 난민촌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배경은 단순하지만, 스토리라인의 다층 구조로 인해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수작이다.

각종 상처와 그에 대한 반응에 집중하고 있어서 주제 전개에 있어서도 빈틈을 찾아볼 수가 없다. 감정이 폭발할 만한 상황에서도 얼굴 표정과 절제 있는 대사만으로 내면을 표현해내는 배우들과 아역들의 연기가 압도적이지만, 영화의 배경이 되는 아름다운 전원 풍경이나 음악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화제 거리 가운데 하나다.

영화는 상처와 관련한 현대인들의 삶의 단면들을 보여줌으로써 상처의 다양한 이유들과 상처를 입었을 때 표출하는 현대인들의 전형적인 몇 가지 반응들을 비판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크게 본다면 어른과 아이들의 사회에서, 그리고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처들에 대해 성찰하고 있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상처들, 그러나 제목이 암시하고 있듯이,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어도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 위해 우리 모두가 반드시 극복되어야 할 상처들에 얽혀 있는 이야기다.

영화가 다루고 있는 상처들은 남편의 외도로 인해 받은 아내의 상처, 엄마의 죽음을 두고 아버지에 대한 아들(크리스티안)의 오해에서 비롯되는 상처,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집단 따돌림을 받는 아이(엘리아스)의 상처, 학교로부터 받는 부모의 상처, 이웃하는 남자에게서, 그것도 아들이 보는 앞에서 뺨을 맞은 아빠로 인해 받은 아들의 상처, 그리고 아프리카 난민촌 여성들이 반군 지도자의 폭력적인 만행으로 인해 당하는 상처 등이다.

이런 일련의 상황과 이로 인해 겪는 상처들을 다루는 이야기 전개에서 인상 깊은 점은 섣불리 용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용서를 말하긴 하지만, 끝까지 용서에 대해 회의하는 장면도 있다.

영화는 상처를 준 자들을 용서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상처 받은 자의 고통을 먼저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일탈 행위들의 배경에는 트라우마와 어른들에 대한 아이들의 오해가 있음을 설득한다. 아이들의 일탈 행위들을 사회가 반응하고 용납하는 과정이 매우 인상 깊다. 영화를 통해 그야말로 다양한 질문들을 성찰하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남편의 외도로 인해 받은 아내의 상처는, 만일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함에도 불구하고, 남편과 결별의 이유가 될 수 있을까? 학교 친구들에 의한 집단 따돌림에 대해 무력하게 대처해도 괜찮은가? 그렇다고 해서 폭력으로 보복해도 괜찮은가? 가족 안에서 오해할 만한 일이 생겼다고 해서 자세한 이유를 묻지도 않은 채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과 행동을 해도 괜찮은가? 그 결과는 무엇인가? 폭력의 피해자라고 해서 반드시 폭력으로 보복을 해야만 하는가?

관객들은 영화를 감상하면서 이런 일련의 질문들에 대한 감독의 성찰을 함께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성찰의 중심에는 보복은 연속적인 보복 행위로 이어질 뿐이며, 비록 보복하지 않고 용서하는 일이 어렵다고 해도 반드시 실천되어야 하는 까닭은 우리가 지금보다 더 나은 세계에서 살기 위함이라는 신념이 자리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서,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상처와 관련해서 감독은 용서가 더 나은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용기임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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