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 말씀&MOVIE ] 풍산개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07월 06일(수) 14:17

남북 관계를 다룬 영화들은 분단 세월의 흐름과 함께 꾸준히 성장해 왔다. 전쟁 상황의 비극과 이산가족의 슬픔을 재현해주는 것으로부터 이데올로기적인 갈등을 거쳐 최근에는 탈북자의 삶과 정체성 문제를 다루면서 남한 사회 안에 현존하는 남과 북을 성찰하는 단계까지, 영화 속 남북 관계는 다양한 주제와 방식으로 조명되었다.

오랜 세월 막혀 있던 것이 뚫려져 그리움의 정을 풀 수 있었을 때의 감동과 감격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고 세계인들이 함께 공감하며 주목하는 사건이었다. 남북 관계는 한국인의 관심 범위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일이며 심지어 숙명이며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이다.

'풍산개'는 바로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이 깊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간단하게 말한다면, 날래고 용맹하며 민첩하면서도 온순한, 그러면서도 일단 다른 동물과 맞붙어 싸울 때는 사나워서 당해내는 동물이 없을 정도의 성질을 가진 풍산개의 이미지를 가진 한 중개인이 등장하는데, 그는 이데올로기와는 전혀 상관없이 남과 북을 자유롭게 오가며 서로를 (동영상, 편지, 문화재, 그리고 심지어 사람까지) 소통하게 해주면서 돈을 번다.

그러나 그의 능력은 철저하게 이용당할 뿐이고, 사람들은 대가를 주기보다는 오히려 그의 정체성과 사상을 의심한다. 그는 결국 남북 이데올로기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자들에 의해 희생이 된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도 마치 개와 같이 서로를 보듬으며 뜨겁게 나누는 키스신이 낯설면서도 감동적이지만,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남쪽과 북쪽의 사람들을 한 방에 모아놓았을 때, 그들이 벌이는 희극적인 해프닝이다.

휴전선이 주는 긴장감으로 가득하면서도 남녀의 애틋한 로맨스를 느낄 수 있는 분위기에서 현재의 분단 상황과 정치를 풍자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웃게 만들 수 있는 감독의 연출능력이 돋보이는 부분이지만, 또한 남북 관계의 미래를 생각했기에 가질 수 있었던 여유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감독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의미를 향한 집념을 영화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남북 이데올로기라는 것은 결국 과거의 유산이고, 체제 유지와 자신의 신변 문제에만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핑계에 불과할 뿐이며,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또 목숨 걸고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존재와 삶의 소통, 특히 그리움과 간절함으로 표현되는 사랑이라는 것을 영화는 강조한다. 이 문제는 이미 '쉬리'나 'JSA', 그리고 '태극기 휘날리며'와 같은 영화들에서도 지적되었지만, '풍산개'는 풍산개와 같은 중개인의 이미지를 통해 매우 신선한 방식으로 표현되었다.

남북 관계의 미래는 소통에 있다는 사실을 되새겨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영화이다. 생명이 소통되기 위해서라면 희생을 각오하고 기꺼이 중개인의 역할을 하는 일은 기독교가 특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캐릭터가 아닐까. 하늘과 땅을 소통시키기 위해 이 땅에 오셨지만 당대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희생당하신 분이 바로 예수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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