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탈북자들을 적극적으로 돌봐야 합니다"

"교회가 탈북자들을 적극적으로 돌봐야 합니다"

[ 나의삶나의신앙 ] 주선애교수의 삶 이야기(完) "북한선교는 미래 위한 투자"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1년 06월 22일(수) 09:24

나는 공산주의자들이 기독교인들을 미워하고 핍박하는 것이 싫어서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다. 신앙의 뿌리를 평양에 두고온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동양의 예루살렘인 평양을 회복하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꿈 꾸는 노인'인 나는 생애 마지막 사명이라 생각하고 탈북자들을 위한 사역을 시작했다.
 
하나님은 늘 내게 사람을 보내주셨다. 탈북자 사역을 시작할 때도 황장엽 선생을 만나게 하셨다. 평생 가르치는 일을 하던 나는 전도에 영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황 선생을 만나고 나서는 용기가 생겼다. 불쌍한 그의 영혼이 꼭 구원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기도하고 매주 토요일마다 송파동 사무실로 장조림이나 닭튀김 같은 반찬거리들을 실어 날랐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탈북자들을 어떻게 섬겨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었다.

온누리교회 하용조목사님의 도움으로 양재동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처음 시작한 일이 탈북한 대학생들을 만나는 일이었다. 그냥 만나기만 한 것은 아니고 자기분야와 통일을 연결한 연구 발표를 하게 했다. 탈북 어머니들을 초대해서는 자녀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주는 법도 강의했다. 모든 것이 낯선 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 프로그램이었다.
 
5년에 걸쳐 1천1백명의 수료생을 배출한 '새 생활 체험학교'도 탈북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한국사회에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길잡이를 해준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이를 위해 난 하나원 수료를 앞둔 탈북자들을 미리 방문해 새 생활 체험학교를 소개하고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여기서는 4박5일 동안 숙식을 함께하면서 한국사회를 소개하고 분위기를 체험케 하면서 한국에서의 희망을 선사했다.
 
탈북자 사역을 통해 느낀 것이 무척 많다. 무엇보다 탈북자들을 외국인 노동자와 같은 이방인으로 보는 한국교회의 시각이 하루빨리 고쳐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한국교회에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탈북자들이 우리를 모르듯 우리도 그들을 모른다는 점이다. 그만큼 겸손히 북한을 배워야 한다고 본다. 또한 통제에 병든 이들을 이런저런 이유로 규제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계속 도움만 줘서 '평생거지'로 살게해서는 안된다. 이들이 한국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바로 교회가 할수 있고 해야하는 중요한 통일준비다.
 
나의 꿈은 아직 남아있다. 얼마 전 북한과 중국의 국경지대에서 사역 중인 한 선교사가 이런 말을 전했다. "탈북하는 어린이들의 수가 늘고 있는데 아무도 도울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짧지만 매우 강렬한 충격을 남긴 한 마디였다. 난 이들을 돌봐 결국 북한의 일꾼으로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중국에서 학대받는 탈북여성들도 우리의 딸이고 자녀인데,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 이를 어찌 두고 볼수만 있겠는가.
 
내 나이가 이제 88세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할일을 찾아 나서는데 지금의 한국교회, 특히 기독교인들은 너무 비전이 없는 듯 하다. 우리에게는 하나님이 맡겨 주신 소중한 사명들이 있다. 무엇보다 여생을 바쳐 헌신하고 있는 탈북자들을 위한 사역은 한국교회가 반드시 내 뒤를 이어 열심을 다해 감당해야 할 중요한 사역이다. 평양에 김일성동상을 쓰러트리고 그 자리에 교회를 세우는 일은 통일이 된 뒤에 할수 있는 일도 아니고 구호만 외친다고 될 일도 아니다. 지금 당장 탈북자들을 돌보는 일, 그 일이 바로 미래를 위한 준비다.
 
창밖에 지저귀는 새 소리를 들으며 지내는 요즘, 내가 이제 무엇을 얼마나 많이 할수 있겠는가. 그저 성경 읽고 기도하며, 귀한 사역자들이 많이 세워지길 바랄 뿐. 빠르게 찾아온 더위가 낯선 요즘,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하나님의 은혜가 넘치길 기도한다.

장로회신학대학교 명예교수 주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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