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그리고 삶의 진정성에 대한 기대

남과 북, 그리고 삶의 진정성에 대한 기대

[ 말씀&MOVIE ] 감독: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2006,15세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06월 16일(목) 10:28

독일이 동서로 나뉘어져 있었을 때, 동독은 사회주의 이념에 반기를 든다고 생각되는 요주 인물에 대한 철저한 감시체제를 구축했다. 국가 속의 국가로 악명 높은 슈타지(Stasi), 곧 동독 체제 유지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공안기관을 통해 엄격한 통제와 도청을 실시했는데, '타인의 삶'은 바로 이런 상황을 소재로 삼아 영화화한 것이다.

자본주의적인 성향에 대한 심증은 있지만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구속하지 못하는 극작가 드라이만에 대한 상부의 불만은 마침내 그를 옭아매기 위한 단서를 확보할 지시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그의 모든 사생활은 도청된다.

이에 대한 책임자로 자처한 비어즐리는 바늘 하나 들어갈 틈이 없는 듯이 보이는 캐릭터이며 사회주의 이념에 매우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드라이만의 숨겨진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그는 집안의 모든 공간에 도청기를 설치하여 드라이만의 사생활 속 모든 소리를 일일이 기록해서 상부에 보고한다.

도청과정에서 흥미로운 점은 도청의 책임자인 비어즐리의 신념이 '타인의 삶'을 통해 변한다는 사실이다. 어느날 비어즐리는 동독의 체제에 심각한 결함을 지적하는 기사를 서독 잡지에 기고하는 문제를 놓고 진행된 대화를 도청하게 되는데 이것은 드라이만을 구속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였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에 의해 기획되는 하나의 연극으로 처리해 그들의 계획을 은폐시켜준다. 심지어 서독 잡지에 의해 폭로된 기사로 인해 동독 정부가 큰 타격을 받았고, 이것으로 인해 분노한 슈타지가 드라이만의 여자 친구를 고문해 증거를 확보했을 때에도 비어즐리는 결정적인 순간에 증거물을 빼돌려 드라이만을 보호했을 정도였다. 사건에 대한 문책이 자기 자신에게 돌아왔을 때에도 비어즐리는 결코 후회하는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무엇이 그를 변화시킨 것일까? 영화 안에서 분명하게 표현되지 않고 있어 단지 추측할 수 있을 뿐인데, 필자는 극작가인 드라이만의 삶의 진정성에 대한 감동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연극을 위한 작품을 쓰는 자로서만이 아니라 진실을 위해 몸부림치는 예술가와 그의 친구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비어즐리는 진실을 은폐하고 심지어 왜곡하면서까지 체제 유지에 열심인 동독이라는 국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진실'을 찾는 것을 직업으로 갖고 있는 그로서는 타인 곧 드라이만의 삶의 진정성에 감동받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보는 행위가 아닌 듣는 행위인 도청으로 관음증을 충족시키는 비어즐리를 또 다시 훔쳐보는 영화 관객들의 관음증적 욕구를 건드리는 연출로 인해 시종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든 대단히 뛰어난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남과 북의 갈등상황 속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깊이 반성해보게 하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과장과 거짓, 그리고 은폐가 없는 진정성 있는 삶, 그것이 남북한 통일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누가 알 것인가?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