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문제'가 아니라 '주제'

노인은 '문제'가 아니라 '주제'

[ 말씀&MOVIE ] 그대를 사랑합니다 독: 추창민 /2011, 1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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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6월 08일(수) 11:36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주목하는 것은 노인의 사랑이다. 만화가 강풀의 작품이 주는 따뜻함이 그대로 잘 표현된 것은 물론이고, 노인의 삶과 사랑, 그리고 그들에 대한 사회의 시각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앵글과 숏 그리고 연극과 같은 페이드 기법을 통해 암시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대단히 돋보이는 작품이다.

게다가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단선적이지 않고 중층구조로 전개되어 결코 지루함을 느끼지 않았다.

실버시대의 대중문화에서 점점 부각되는 사실은 그동안 노욕 혹은 주책으로만 여기며 숨겨져 왔던 노인들의 사랑과 성을 다룬 영화들이 표면화되고 있는 것이다. 노인의 사랑을 말한다는 것이 어딘가 어색하고 또 비현실적인 것 같아도, 이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2002년에 개봉된 '죽어도 좋아'(박진표)는 노인들의 열정과 성애를 다뤄 충격을 주었고, 동일한 방식은 아니지만 이창동 감독의 '시'(2010) 역시 노인의 성욕을 간과하지 않았다.

노인들의 성에 대해 결코 무관심할 수 없음을 일깨워주는 영화임에 분명하다. 성애적인 표현은 한편으로는 유교적인 정서와 '노인' 이미지에 직접적인 저항을 드러내는 것이고, 그래서 충격적이면서 노인의 억압된 욕망을 솔직하게 표현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어딘가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이에 비해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노인의 사랑을 다루는 방식에서 단연코 돋보인다.

한편, 그리스도인이 받아들이기 힘든 장면은 아마도 치매에다 암 말기 상태로 고통 받고 있는 아내의 죽음을 앞두고 함께 동반 자살하는 장면일 것이다.

굳이 아내와 함께 자살할 필요가 있었을까? 비록 사랑하는 아내를 보낸 후의 삶이 고통의 연속이라 하더라도 살아남아 있는 자로서 겪는 삶의 고통이라는 것이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얼마나 소중하고 또 감사한 일인가? 숱한 연예인 자살과 노인 자살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볼 때 바람직하지 않은 장면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영화는 예술임을 명심하자. 영화적인 표현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현실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다시 말해 필자가 이해하는 한 노부부의 동반 자살은 그런 상태에 있는 노인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과 한계를 조명해주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 이미 영화 안에서도 드러나고 있지만 노인들은 가족의 짐이며, 사회의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노인들을 하나의 주제로 삼으면서 그들을 이해하고 또 함께 살아가려고 하기보다는 단지 가족 혹은 사회의 문제로만 여겨질 뿐이다.

이런 식의 생각 속에 노인은 살아 있다 해도 더 이상 살아있는 것이 아니게 된다. 영화가 보여주고 싶었던 점은 바로 이것이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새로운 사람을 사랑하게 된 노인이 먼저 간 반려자를 염두에 두고 행하는 어색한 사랑의 고백만이 아니라 노인들을 향한 우리들의 고백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노인목회의 올바른 시작은 사회에서 보듯이 노인을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성찰해야 할 주제로 다루는 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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