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글씨'와 헤스터 프린의 '바늘'

'주홍글씨'와 헤스터 프린의 '바늘'

[ 연재 ]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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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5월 31일(화) 16:13

1850년에 간행된 나다니엘 호손의 '주홍글씨'는 17세기 청교도의 식민지였던 보스턴에서 실제 일어났던 간통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죄지은 자와 그를 손가락질 하는 사회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했다.

헤스터 프린은 간통의 범죄를 저지른 대가로 가슴에 '간통'(adultery)을 의미하는 주홍글씨 'A'자를 새긴 옷을 입고 다녀야 했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경멸하며, 미워했다. 그녀는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고 교회에 가보지만 자신이 설교의 주제가 되어 버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녀는 순교자에 가까울 만큼 참으며 지내야 했다. 그녀에게는 바느질의 재능이 있었다. 생계유지를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그 일을 통해 얻은 수입으로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을 섬기게 되었다. 병자에게는 '작은 촛불'이 되었으며, 쉴 곳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머리를 누일 '베개'가 되어 주었다. 7년의 세월을 헌신적으로 보내고 나니 프린을 향한 사회의 적의가 사라졌다. 죄와 간통의 상징이었던 'A'의 의미가 바뀌었다. 사람들은 주홍글씨가 '유능함'(able)을 뜻한다고 말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천사'(angel)를 뜻한다고 하였다. 그녀를 향한 사회의 심술궂고 완고한 주름살이 서서히 풀렸다. 주홍글씨를 죄의 표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선행의 상징으로 보게 되었다.

"우리 마을에 사는 헤스터라는 여자랍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친절히 대하고 아픈 사람들을 도와주며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주지요."

요즘 한국교회는 세상으로부터 돌팔매질을 당하고 있다. 우리는 안티 기독교와 같은 못된 세력이 음해하고 있다고 분노하지만, 그들의 주장을 면밀히 살피면 그들의 주장이 과히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최근 대형교회 목사들과 지도자급 인사들이 보여주는 행태는 부끄럽기 짝이 없다. 돈으로 선거를 치른 목사와 장로도 있고, 교회 개혁에 앞장섰던 어떤 젊은 목회자는 헤스터 프린처럼 성적 문제로 넘어지기도 했다. 기독교에 환멸을 느낀 평신도들이 타종교로 빠져나가고 있다.

알게 모르게 사회 속에서 기독교는 또 다른 21세기 판 주홍글씨를 달고 사는 꼴이다. 헤스터 프린은 '간통'의 A자를 가슴에 달았다면, 지금 우리의 가슴에는 '탐욕'(avarice)의 A자를 달고 사는 형국이다. 이제 우리는 헤스터 프린에게 본받아야 한다. 죄악의 이미지를 이겨내고, 천사의 이미지로 자신을 승화시킨 원동력은 그녀의 '바늘'이었다.

   
지금 우리에게는 사회를 사랑으로 섬겼던 '헤스터 프린의 바늘'이 필요하다.

조인서 / 목사 ㆍ 지명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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