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18에 대한 기억과 교회

5ㆍ18에 대한 기억과 교회

[ 말씀&MOVIE ] 오월愛 감독: 김태일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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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5월 25일(수) 15:34

광주민주화운동 31주년을 보내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회자된 화두는 기억에 대한 의미가 아닐까.

이미 역사가 된 사건에 대한 단순한 기억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건의 존재 자체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국민의 다수이다 보니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고 혹은 기억을 왜곡해도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따라서 역사적 사실 자체에 대한 기억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화두가 된 질문은 '오월愛'에서 상징적으로 나타났듯이, 역사적 사실의 복원이 아니라 '광주민주화운동은 오늘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였던 것 같다.

대한민국의 불행한 정치적 현황 속에서 일어난 일이고 또 진정한 가해자가 밝혀지지 않은 일이라 누가 진압군이고 누가 시민군인지를 따지는 일은 '모두가 피해자'라는 생각으로 인해 이제는 별다른 의미가 없게 되었지만, 정의를 외치는 시민들의 민주정신을 무력으로 진압한 세력이 있었고 또 그것으로 인한 피해자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만은 분명하고 또한 잊혀져서는 안 될 것이다.

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을 기념해서 만들어진 '오월愛'는 시간과 기억의 문제를 다루는 일에 있어서 다른 어떤 장르보다 뛰어난 다큐멘터리 영화의 장점을 잘 살렸다.

김태일감독은 죽기를 각오하고 끝까지 남아 싸웠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그동안 사건의 주변인으로서만 회자되었던 시장 사람들, 곧 행상 아줌마, 꽃가게 주인, 중국음식점, 전파상, 그리고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은 시민들을 인터뷰의 중심에 놓음으로써 해석된 5ㆍ18이 아니라 오늘날도 여전히 살아 있고 또 영원히 살아남아 전승되어야 할 역사의 기억을 재생하는 데에 한 몫을 했다.

뿐만 아니라 옛 도청건물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갈등과 반목을 5ㆍ18에 대한 과거와 현재의 모습으로 보여줌으로써 오늘 우리가 5ㆍ18을 보는 다양한 시각들, 그러나 감춰진 의도들을 드러내보여 주었다.

5ㆍ18은 광주에 위치하고 있지 않으면 몸으로 동참하기 어려운 기념일이다. 교회 안에서도 5ㆍ18을 기념하는 행사나 5ㆍ18을 성찰하며 준비된 설교를 들어보는 일이 쉽지 않다.

교회는 왜 5ㆍ18에 대해 이토록 소극적인 것일까? 시민군이라는 형태로 저항하는 것이 기독교의 비폭력적인 저항정신에 위배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어떤 상황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5ㆍ18이 단순히 생존의 이유로 불의에 쉽게 타협하는 현대인들에게 정의를 위해 죽음을 불사하고 항거했던 시민정신과 놀라운 공동체 정신을 환기시켜주는 사건이며, 더 나아가 하나님의 정의가 역사가 된 사건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비록 실패한 듯이 보였다 하더라도 우리 가슴 속에서 결코 꺼지지 않아야 할 불씨인 것이며, 그래서 우리 교회의 기억 속에서 결코 사라져서는 안 되는 사건들 가운데 하나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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