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힌 자에게 희망 주는 컴퓨터 수업

갇힌 자에게 희망 주는 컴퓨터 수업

[ IT강국, 선교강국 ] 2.수감자를 위한 '희망이동컴퓨터학교'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03월 30일(수) 15:50
   
▲ 아쿠시 교도소 희망이동컴퓨터학교에서 수감자들과 함께 한 필자(왼쪽).
 
다른 곳도 마찬가지겠지만 선교지에서 어떤 결정적인 일의 시작은 아주 예기치 못한 사건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아프리카 가나에서 5년째 사역하고 있을 때다. 주일날 한인교회 부흥회에 참석하고 저녁 늦게 돌아오는데 그 사이 집에 누군가 다녀간 흔적이 발견됐다. 도둑이 든 것이다. 한국서 막 사가지고 온 노트북과 그 달의 생활비 등을 도난당했다.
 
같은 날 여러 집에서 물건을 훔친 덕분에 경찰이 도둑을 쉽게 잡을 수 있었다. 16세 소년이었다. 2주 전 교도소에서 출감하자마자 또 다시 일을 저지른 것이다. 조사가 끝난 후 다시 그 교도소에 수감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교도소에 면회를 갔다. 면회는 허락되지 않았지만 교도소 소장과의 대화에서 귀중한 사실을 알게되었다.
 
대부분 이곳 교도소에 들어와 있는 수감자들이 단돈 5~10만원의 범칙금을 못내서 3~7년 형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근본적인 대책 없이 출감하게 되니 재범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교도소로 들어온다는 말이었다. 그날 소장과의 대화에서 이곳 교도소를 출감한 사람 중 나중에 예수님을 영접하고 교회 장로가 되어 지금은 유력한 지역 유지까지 된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구두수선 기술을 배운 것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컴퓨터를 배우면 얼마나 더 훌륭한 사람이 됐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영감을 통해 교도소 수감자를 위한 '희망이동컴퓨터학교(Hope On The Move)'를 시작하게 됐다. 처음 이동컴퓨터학교를 연 곳은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아쿠시교도소였다. 약 3백30여 명의 수감자가 수용돼 있고 그중 20여 명은 여성이었다. 이곳에는 대부분 잡범이거나 빚을 갚지 못해 몸으로 때우고 있거나 교통사고 과실로 인해 들어온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소장의 배려로 교도소 창고 한쪽을 치워 중고 컴퓨터 6대를 들여놓고 수감자를 위한 역사적인 교육을 시작하게 됐다. 일단 시작해보니 재소자들 중에 정규교육을 받은 사람이 드물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그리고 3백명 중에 6명을 뽑는 일도 쉽지 않았다. 경쟁률이 치열했다.
 
첫번째 수강생이 된 이들의 눈망울은 그 어느 학생들 못지 않게 반짝였다. 3개월 과정이 끝날때 쯤엔 너무도 아쉬워 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의 진지한 모습을 지켜보던 교도관들이 자신들도 컴퓨터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진실된 교육은 전염성이 강했다. 아마도 교도관들은 수감자들이 자신들보다 더 앞서 나가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인지도 모른다.
 
교도소에서 컴퓨터 수업을 하자 부수적인 장점이 많았다. 다른 소일거리가 없어서 그런지 학생들의 열의가 높았고, 총을 든 교도관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으니 컴퓨터를 분실할 염려도 없었다. 가나에는 1백69개의 교도소가 있다고 한다.
 
적지만 6대로 컴퓨터로 주님은 이 일을 시작하게 하셨다. 최근에 아쿠시교도소 소식을 들은 다른 지역 교도관들이 자신들도 컴퓨터를 배우게 해달라며 정부에 요청했다. 최근 가나 공영TV 기자가 필자를 찾아와 이렇게 물었다. "전국의 교도소들에서 컴퓨터 교육을 실시해 달라는 요청이 늘어나고 있는데 교육 여건은 너무 열악합니다. 이들에게 컴퓨터와 강사들을 지원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우리는 컴퓨터를 가르쳤는데 정작 이들은 희망을 배우고 있었다. 

이명석 / 총회 파송 가나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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