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부주의하고 산만한 아동의 이해 <하>

13. 부주의하고 산만한 아동의 이해 <하>

[ 신교사대학 ] 욱하는 성격의 아동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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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23일(화) 17:29
초등학교 5학년 김욱해 군. 그는 평소 말이 없고 참 얌전하다. 교회학교에서도 늘 조용해서 소심하다고 친구들이 놀리기까지 한다. 담임교사에게 말을 할 때도 목소리가 너무 가늘고 작아서 답답할 정도이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도 치명적인 부분이 있었으니 욱하는 성질이다. 얌전하다가도 일단 화가 나버리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변해버린다.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고, 무서운 인상을 쓰고, 주먹을 불끈 쥐고 주먹으로 벽을 치기도 하고, 교실의 책이나 물건들을 집어 던지기까지 한다. 지난 주일에는 친구에게 주먹질까지 했다. 담임교사인 이당황 집사는 욱해 군이 홧김에 사고라도 저지를 것 같은 생각에 늘 걱정이다.

필자는 어릴 적에 만화영화 캔디를 보면서 자랐다. 주제가 가사 중에 '괴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라는 부분이 있다. 나는 이 주제가를 늘 따라 부르면서 철저한 자기감정 통제를 은근히 교육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감정의 존재라고 하지 않던가. 우리는 어릴 때부터 분노는 깊숙이 묻어두는 것이 미덕이라고 은연중에 교육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경험하는 수많은 감정 중에 유독 '분노' 감정은 나쁜 놈이라고 아예 표현조차 하지 않고 감추려고만 한다. 아이들이 화를 내면 "학생이 교사(어른)에게 감히 화를 냈다"고 버릇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교사도 같이 화를 내는 경우가 있다. 연이어 교사들은 아이의 화내는 행동을 고치기 위해 충고, 교훈적인 말, 또는 꾸지람을 하게된다. 그러나 일단 화가 난 아이에게는 아무리 좋은 말도 울리는 꽹과리 소리에 불과할 뿐이다. 오히려 아이의 감정을 자극하여 역효과를 일으킬 뿐이다.

'분노'는 '기쁨'이나 '슬픔'과 같이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비의도적 감정이기 때문에 분노 그 자체를 나쁘다고 해서는 안 된다. 우선 교사는 아이가 화난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화가 난 상황과 자리를 우선 떠나는 것이 좋다. 효과적인 대화는 교사-학생 간에 감정이 차분히 가라앉아 안정적일 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화가 난 상황을 피하라는 것은 상대방을 무시하라는 말은 아니다. 감정이 격할 때 대화를 하면 서로를 비난하기 쉽고, 심지어 예측 못한 비극적인 결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의 합의 하에 화가 난 상황을 잠시 피했다가(2-30분 정도) 대화를 시작하라는 것이다.

화가 났을 때 사람을 때리거나 물건을 집어던지는 행동은 공격적 분노 표현방법이다. 욱해 군에게는 분노를 표현하되, 적절한 방법으로 건강하게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욱해 군이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주먹으로 벽을 치는 행동, 그리고 타인을 때린다는 것은 자신이 화가 났음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자칫 남들에게 위협과 불쾌감, 그리고 공포감을 주고 이당황 교사가 염려하는 것처럼 홧김에 얼마든지 사고를 저지를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화가 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려고 하면 '얼굴이 붉어진다', '숨을 심하게 몰아서 쉰다', 또는 '주먹을 불끈 쥔다' 등의 더욱 강렬한 방식으로 분노가 표출된다. 화가 났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화가 났음'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선생님! 친구가 내 물건을 함부로 만져서 내가 지금 화가 났어요", "지금 재미있게 게임을 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게임기를 빼앗으니까 저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안 좋아요" 이런 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다면 언어적 표현을 통해 분노 수준이 많이 내려갈 수 있다.

욱해 군은 평소 자신의 감정 표현을 많이 자제하고 있거나 감정 표현 기술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다양한 상황 속에서 부정적인 감정이 생겨도 마음의 창고 속에다 차곡차곡 쌓아두기만 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화약고에 불이 붙듯 쌓인 감정이 폭발하고 마는 것이다. 욱해 군은 자신의 긍정적ㆍ부정적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대인관계 기술, 특히 자신의 분노 감정을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아동기에 적절한 분노표현 방식을 배우지 않으면 평소 사용하던 부적절한 분노표현 방식이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될 수 있다. 

김규식교수 / 영남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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