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의 서늘함을 감싸는 세 편의 연극"

"늦가을의 서늘함을 감싸는 세 편의 연극"

[ 착한문화클릭 ] 착한문화클릭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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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10일(수) 15:04
 
아바타로 시작된 3D 입체 영상의 열풍은 바야흐로 '리얼(real)'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심지어 4D 영화는 물리적인 힘과 냄새도 느낄 수 있다고 하니 기술이 제공하는 세계는 놀랍기만 하다. 모 전자회사가 성경을 빗대어 "기술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라는 카피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손으로 그린 그림이 여전히 세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방식이고, 사진이 눈으로 담는 것을 다 담을 수 없는 것을 보면 실제와 영상간에는 여전히 간극이 있다. 그 간극은 아마도 영원히 메울 수 없을 것이다. 그 공간과 그 시간에 같이 있어야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모 방송국에는 오랫동안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스탠딩 개그 프로그램이 있다. 버라이어티 장르가 대세인 요즘에도 여전한 인기다.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TV에서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것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더 편한 집을 두고 사람들은 그 현장에 참여하기 위해 예매하고 오랜 줄서기도 마다하지 않는다. 
 
화려한 그래픽으로 무장한 잘 만든 영화 한편으로 채울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인간냄새나는 공간과 시간을 원한다면 아마 연극만한 것도 없을 것이다. 서늘한 늦가을이 적적하게 느껴진다면, 이 가을이 지나기 전에 따뜻한 연극 한 편에 몸을 담궈보자. 3미터의 감동이 있다. 나와 연극배우가 교감하는 거리, 3미터.
 
1. <유츄프라카치아>  "사랑에 데인 상처 사랑으로 치료하기"

사람이 한 번 만지기만 해도 수일 내에 죽어버린다는 식물, 유츄프라카치아. 이 불가사의한 식물은, 그러나 한 번 만져준 사람이 계속해서 만져줄 때 죽음을 이기고 신비한 생명력을 꽃 피운다. 대학로 문화공간 엘림홀에서 공연중인 '유츄프라카치아'는 가족을 잃은 충격으로 사랑을 거부하는 한 소녀와 그를 끊임없는 사랑으로 보살피는 어느 간호사의 이야기다. 5번째 앵콜공연을 맞아 뮤지컬 '루카스'를 연출한 한석화씨가 캐릭터의 밀도와 극의 완성도를 높였으며, 헬렌 켈러의 가정교사였던 '설리반'의 실제 이야기를 담아 실화가 지닌 묵직한 힘을 함께 맛볼 수 있다.  11월21일까지, 대학로 엘림홀에서
 
2.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우리가 진짜 세탁해야 할 것은 옷이 아니야"

아직까지 이 연극을 못 봤다면, 이름이라도 기억해두자. 소리 소문 없이 시작된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은 뚜렷한 캐릭터와 탄탄한 구성으로 '소극장의 기적'이라 불리며 어느새 누적관객 23만을 넘어섰다. 현대 창작 연극 중 유일하게 교과서 수록작으로도 주목 받는 이 작품은 어린 아이와 함께 보기에도 무리가 없다. 100여분 동안 울고 웃게 만드는 이 작품은 작은 세탁소를 오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삶의 희망과 일상의 행복을 담아내고 있다. 혹여 제목이 촌스럽다고 핀잔하는 이에게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뭐 난다"고 미리 경고해도 좋다.
 
오픈런, 대학로 오아시스 극장에서
 
3. <우동 한 그릇> "저... 세 명인데 우동 일인분만 주문해도 될까요?"
 
삿포로의 어느 우동집. 남루한 차림의 세 모자가 한 그릇의 우동을 시키며 연극이 시작된다. 일본에는 12월 마지막 날 한해를 보내며 우동을 먹는 풍습이 있다.  추운 겨울, 우동 한 그릇에 담긴 가슴 시린 그들의 사연은 무엇일까. 연극 예술이 지닌 힘은 자칫 단순할 수 있는 평범한 신파를 시종 힘 있게 이끌어 간다. 이 작품은 일본 작가 구리 료헤이의 동화를 극화한 것으로 동명의 원작과 비교해 보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12월31일까지, 대학로 김동수 플레이하우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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