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오페라 '마리아 스튜아트'

<17> 오페라 '마리아 스튜아트'

[ 윤경남의 문화유적지 산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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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03일(수) 14:49

   
▲ 홀리루드하우스 궁안의 여왕처소.
 
지난 봄에 도니제티가 작곡한 오페라, '여왕 3부작'의 하나인 '마리아 스튜아트'에 초대받아 구경하고 밤늦게 집에 돌아왔다. 며칠 후 스코틀랜드 여행을 하는 동안 아름다운 벨칸토 오페라의 여운이 내내 따라다녔다.
 
오페라 '마리아 스튜아트'는 스코틀랜드여왕 메리의 비극이긴 하나 실제 역사와 다르게 구성되어있다. 이 극본은 독일의 문호 실라가 썼는데, 그는 작가로서의 상상력을 발휘해 한 번도 서로 만난 적 없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와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가 대면하여 아리아를 부르게 했다. 천하 무적함대인 스페인의 아마다를 승리로 이끈 대영제국의 여왕 엘리자베스1세와 엘리자베스의 조카벌이며 스코틀랜드의 모든 비운을 짊어진 메리여왕의 운명의 만남은 오히려 오페라의 하이라이트가 되었다.
 
2막에 두 여인이 모두 사랑하는 레스터 경이 옥에 갇힌 메리가 사형을 면하게 하려고 엘리자베스와 어려운 대면의 시간을 마련한다. 엘리자베스는 권력과 지성미가 꼭두까지 차있지만, 자신보다 뛰어난 미모로 모든 남성을 사로잡던 스코트 여왕 메리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자기에게 무릎을 꿇은 것에 대한 자부심에 가슴이 부풀었다. 그 순간 소프라노 메리의 비브라토로 떨리는 긴 소절의 대사가 합창과 오케스트라와 관중을 압도하면서 이어진다.
 
"당신은 여왕자격이 없어 당신은 사생아가 아닌가 말이야~"
 
너그럽게 풀어주려던 엘리자베스 여왕은 화가 치밀어 차가운 메조 소프라노로 꾸짖는다. "이 야비한 음탕한 여인, 남편을 셋이나 죽인 창녀야!" 하면서, 주저하던 메리 사형선고장에 서명하고 만다. 오페라를 끌어가면서 연극 인물들의 내면세계에 접근하는 바리톤으로 톨부스 신부가 메리에게 고해성사를 준다. 
 
메리는 프랑스에서 유아기에 양육 된 가톨릭 신앙이 스코틀랜드의 장로교 신앙을 이겨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프랑스 왕이던 남편이 1년 만에 죽자 스코틀랜드의 단리와 결혼했고, 여왕의 정부이며 신하인 리치오를 여왕 앞에서 죽인 남편의 포악한 성격에 못 이겨 보스웰을 조종해서 단리를 죽여 버린 일, 단리가 죽은 지 한 달도 안 되어 더 포악한 보스웰과 결혼한 일, 오직 한명의 피붙이인 이복 오빠 머레이 백작이 마상에서 총격을 당하게 한 일, 그의 정신적인 상담자였던 스코틀랜드 장로교의 아버지이며 '벽력같은 스콧인'이란 별명을 가진 존 녹스가 타이르기도 하고 어르기도 하며 네 번씩이나 만나 충고한 일들을 '또, 그 소리!'하며 무시해버린 일, 무엇보다 스코틀랜드를 탈출하여 영국여왕 엘리자베스1세에게 구원을 요청하자 자신을 18년이나 성에 가두어 버린 엘리자베스를 죽이려고 음모했음을 모두 자백한다. 신부는 금기로 되어있는 가톨릭교회 성찬을 죽음을 앞둔 메리에게 몰래 베풀어준다.
 
에든버러 성에서 동쪽으로 로열마일을 따라 오리쯤 걸어내려 가면 홀리루드 하우스 궁과 마주친다. 오페라에 나온 스콧의 메리여왕이 태어났고 비극의 역사가 벌어진 고궁.
 
지금은 영국여왕 엘리자베스2세가 공식방문하여 머물고 있다. 우리나라 창경궁의 비화가 이 홀리루드 궁 안의 안채와 시계탑과 오솔길에 배어있는 듯했다.

글ㆍ사진  윤경남
토론토 세인트 자일스교회ㆍ국제펜클럽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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