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순간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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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0년 10월 26일(화) 16:50
   

지리산 왕시루봉, 1천2백미터가 넘는 고지에 소박하게 자리잡은 선교 유적지. 어느새 네 차례나 오른 이 아름다운 땅을 다시 밟게 되다니. 조선반도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선교사들의 조용한 쉼터. 그들은 이곳에서 영성을 회복했을 것이고 지친 몸을 뉘었을 것이다. 그들의 느릿느릿한 움직임이 왠지 마음을 통해 선명히 보이는 듯도 했다. 그래서인지 어느 것 하나 가벼이 보고 넘길 수가 없다. 세월의 풍상 속에 스러지고 뒤틀려가는 12채의 목조 건물들. 볼품없다 내버리지 못하는 건 바로 그 속에 남아있는 복음과 사랑과 희생의 정신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선교 유적지 입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예배당 앞 공터에 털썩 주저 앉고 보니 왠일인가. 들꽃을 향해 꿀벌 한 마리가 달려 오는 게 아닌가. 연신 날개짓하며 이 꽃에서 저 꼿으로 옮겨 다니는 분주한 꿀벌은 이제 또 다른 꽃으로 날아가 새로운 생명의 메신저가 될 터. 복음을 통해 이 땅에 새 생명을 전한 선교사들의 유적지에서 또 다른 생명이 잉태되는 순간을 엿보았다.

<사진데이터:캐논 450D, 렌즈:EF 16-35mm, 조리개 우선(F2.8), 감도 400>
글/사진 장창일 jangci@pck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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