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에 목마른 아기들, 예배라도 드려봤으면"

"말씀에 목마른 아기들, 예배라도 드려봤으면"

[ 마이너리티 리포트 ] <우리 함께 걸어요> 아기, 이제 교회가 함께 키워요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0년 10월 15일(금) 16:17

지난 7월에 예쁜 딸을 낳은 조미영 씨(32세). 산후조리가 끝난 후 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를 찾아 난생 처음 자모실에서 예배를 드리게 됐다. 자모실은 아기들 때문에 다소 시끄러운 곳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본인이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더 예배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아기들은 툭하면 울어댔고,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기 일쑤. 거기에다가 아이들의 부모들 중에는 아예 예배 드리기를 포기하고 아이들의 재롱을 보거나 큰 소리로 이야기하곤 해 목사의 설교에 집중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시피 했다.
 
또한, 교회의 시설이 미비해 수유를 위한 마땅한 장소를 찾기 어려웠다. 아이가 대소변을 보았을 때 기저귀를 갈아주고 씻기기 어려운 경우도 잦았다.
 
조미영 씨는 "아기와 함께 자모실에 가는 경우 예배를 드리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차라리 아이가 자는 시간에 TV나 인터넷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이 예배에 더 집중하기 좋은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며 "교회의 규모가 크지 않아 자모실만 만들어져 있지 아이와 부모를 위한 시설이 없어 굉장히 불편을 겪고 있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 아기 부모, 제대로 예배 드리고 싶어

초보 엄마로서 아기를 돌보느라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에서 영적인 공급이 어느때보다 갈급한 시기에 영적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 고민하는 이들은 비단 위에 소개된 조미영 씨뿐만은 아닌 모양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우창록, 이하 기윤실)은 최근 아기를 키우는 부모들의 고민 해결을 위해 '아기와 함께 가고 싶은 교회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운동의 일환으로 기윤실은 지난 6월 17일 명동청어람에서 '아기와 함께 가고 싶은 교회' 포럼을 개최해 아기 부모들이 교회 내에서 겪는 어려움과 교회에 바라는 점 등을 알리고, 사례발표를 통해 탁아부 혹은 유아부를 운영하고 있는 교회 실무자들의 경험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강사로 참여한 김은혜교수(장신대, 기독교와 문화)는 기조발제를 통해 "출산과 양육을 책임지고 있는 부모가 임신, 출산, 양육의 긴과정에 있어서 영적 고갈을 겪고 있음에 교회가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또한 아기 부모들이 예배공동체에서 소외됨이 없어야 진정한 저출산에 대한 응답이 될 것이며, 양육을 여성에게만 전담시키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함께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수유 위한 독립공간 등 시설 필요

또한, 이날 포럼에서는 온라인을 통한 설문조사 발표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 5월 13~31일까지 영유아 부모 3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 아기와 함께 예배를 드리는 이들의 만족도는 보통 수준을 약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에서 영 유아 부모들은 자모실 또는 영유아실에서 유리창 혹은 TV를 통해 예배를 드리는 경우가 응답자 33명중 21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아기와 함께 영유아부 예배를 함께 드리거나 탁아부에 아기를 맡기고 예배를 드린다는 응답이 각각 4명으로 뒤를 이었다.
 
그러면 자모실을 따로 마련하는 것 이외에 영유아와 부모를 위해 필요한 시설과 물품은 어떤 것이 있을까? 기윤실 포럼에 따르면 온돌방, 임산부 위한 소파, 청결한 청소상태, 잘못한 아이를 훈육할 공간, 아기가 많은 경우 주차공간 확보, 기저귀 갈이대, 모유 수유 위한 독립공간, 유아용 화장실, 보온병ㆍ물티슈ㆍ기저귀, 식수대ㆍ전자레인지ㆍ냉장고, 청결한 이부자리, 유아도서, 놀이방 매트 등이  아기를 가진 부모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아기, 교회가 함께 키워야

최근 교회에서는 저출산 문제 해결과 영유아 및 부모들을 배려하기 위해 영유아부가 만들어져 부모들이 마음놓고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새문안교회(이수영목사 시무)는 매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탁아부를 운영하여 아기의 부모, 특히 엄마들이 온전한 예배를 드리고 성경공부와 봉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또한, 새문안교회의 탁아부는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예배가 진행되는 것도 특징이다.
 
탁아부를 맡고 있는 김성경 전도사는 교회에 탁아부가 필요한 이유로 아이와 함께 드리는 예배는 결코 엄마를 집중하게 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 전도사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3년은 소위 묶인 몸이라 하는데 둘째, 셋째 아이가 있다면 최소 5~6년동안은 교회생활에서 소외되게 되어있다"며 "교회가 엄마들을 주일에 예배만 드리는 '선데이 신자'로 만들어놓으면 교회의 일꾼으로 성장할 수 없게 된다"며 탁아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김 전도사는 "경험을 통해 1~30개월의 아이들도 탁아부 예배를 통해 찬양과 율동, 몸짓 등을 따라하며 교회 문화에 적응하는 것을 봐왔다"며 "탁아부는 엄마와 아이가 모두 영적인 성장을 할 수 있기에 한국 교회에 이런 첫걸음들이 교회마다 생겨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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