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능력이 세상을 바꾼다

나의 작은 능력이 세상을 바꾼다

[ 마이너리티 리포트 ] NGO 및 봉사단체에 재능기부자 참여 봇물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0년 10월 06일(수) 17:07
   
▲ 최근 들어 재능기부자들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해비타트 번개건축 봉사자들, /기독공보 DB

사도행전 3장에 보면 기도를 하러 성전에 올라가던 베드로와 요한이 구걸을 하던 지체장애인을 만난다. "한푼 줍쇼"하며 구걸하는 장애인 걸인을 보자 베드로는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이것을 네게 주노니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장애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며 하나님을 찬송했다.
 
여기서 우리는 베드로는 걸인에게 돈이 아닌 하나님으로부터 온 병고침의 능력을 행한 것에 집중하게 한다. 베드로는 걸인이 원하던 돈을 주지는 않았지만 이보다 더 귀중한 것을 줌으로서 걸인은 가장 원하던 보행능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말하자면 베드로는 돈이 아닌 재능을 기부한 셈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재능기부가 확산되고 있다. '재능기부(Talent Donation)'란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을 활용해 사회에 기여하는 새로운 기부 형태를 일컫는다. 글을 잘 쓰는 이들은 원고료를 받지 않고 자신의 글을 비영리단체의 잡지나 브로셔에 실리도록 할 수 있고, 외국어를 잘하는 이들은 번역 업무를 해줄 수도 있다. 또한, IT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은 엔지오의 전산 시스템을 관리해줄 수 있고, 그래픽 디자인을 잘하는 이들은 단체의 브로셔나 홍보지 등의 모양을 아름답게 디자인해줄 수도 있다. '재능기부'라고 해서 꼭 특별한 능력이 있어야 되는 것은 아니다. 취미로 사진을 찍는 이들이라면 단체의 행사 현장에 가서 봉사 홍보사진을 찍어줄 수도 있고, 정말 아무런 특기가 없다면 자신의 노동력이라도 기부할 수 있다. 이러한 재능기부는 현재 엔지오들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 엔지오 중심으로 재능기부 확산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집을 지어주고 있는 한국해비타트는 봉사의 성격상 자신의 노동력을 기부하는 이들이 많은 엔지오다. 홍보국장인 김기선장로(예능교회)는 "한국해비타트 희망의 집짓기 봉사에 참여하는 이들이 연인원 7만 명에 이르고 있다"며 "이외에도 번역, 회계, 데이터 정리, IT 관리, 비품 구입 및 관리, 사진, 동영상 등의 재능 봉사도 연인원 2천 명에 달한다"고 재능기부 현황을 소개했다. 김기선국장은 또한, "최근에는 기업을 중심으로 재능기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례로 한국토지공사의 경우 1만시간 봉사 후원 계약을 체결했는데 전문가들이 기술적 행정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은 현금 못지 않은 중요한 도움"이라고 말했다.
 
굿네이버스의 경우는 지난 2000년도부터 '능력나눔'이라는 이름으로 재능기부를 도입해 지금까지 기부문화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굿네이버스측은 홈페이지를 통한 능력나눔 참여자 수를 통계내어 보면 2008~~2009년 사이에 재능기부가 급속도로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홍보담당 윤보애간사는 "지난 2008~2009년부터 기부자들 사이에 재능기부의 인식이 확산되면서 3배 이상이 증가했다"며 "2009년에는 1백74%, 2010년에는 3백80% 증가했다"고 말했다.
 
굿네이버스는 일찍부터 재능기부 받아왔기 때문에 참여자들도 많고 다양하다. 다양한 봉사활동과 홍보를 위한 촬영 및 이미지 나눔, 해외 아동에게 보내는 편지를 번역해주는 언어나눔, 가수들이 음원을 기증하거나 행사시 노래나 춤으로 공연을 해주는 소리나눔, 컨설팅, 예산, 감사 등을 위한 변호사 등 전문가들의 지식나눔, 캠페인을 취재해서 기사를 만들어주거나 작가들이 글을 기고해주는 글나눔 등이 그것, 이외에도 풍선아트, 마술, 페이스 페인팅 등 분야를 이루 다 셀 수 없을 정도다. 굿네이버스 홈페이지에서는 능력나눔뱅크를 클릭해 재능기부의 종류, 활동가능한 시간 등을 입력하면 간단한 자원봉사 교육 실시후 재능기부를 할 수 있다.

# 단순 기부보다 큰 보람과 희열

노숙인의 자활을 돕는 잡지 빅이슈 코리아(Big Issue Korea)에도 재능을 기부하는 이들이 하나 둘 늘어가는 추세다. 지난 9월 호에는 소설가 김연수 씨가 글을 기부해 한면을 장식했다. 빅이슈 코리아 문화사업국 안병훈팀장은 "빅이슈코리아에서 김연수 씨께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기고를 부탁하자 노숙자 자활을 돕는 일에 참여할 수 있어 오히려 기쁘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보내왔다"며 "이외에도 번역과 취재 등의 재능기부도 늘어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노숙자 출신도 자신의 재능을 기부해 화제가 되고 있다. 노숙자 출신인 신치호 씨는 빅이슈 코리아 1, 2호의 표지모델이 됨으로 재능을 기부했다. 또한, 표지 사진을 찍은 스튜디오의 사장도 무료로 장소를 대여해 줌으로써 재능기부에 참여했다. 안 팀장은 "빅이슈 코리아에는 처음 빅이슈를 판매하는 사원 옆에서 함께 판매를 돕는 '판매 도움이'를 비롯해, 잡지를 위한 글, 그림, 사진, 번역 등을 도울 수 있는 재능기부자를 수시로 모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능기부는 재정적인 관점에서도 엔지오나 봉사단체들의 행정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를 받는 이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효과를 낸다.
 
사회가 복잡 다양해지면서 이젠 기부도 돈이나 물건으로 한정되지 않는 추세다. 또한 재능을 기부하는 사람들은 봉사 경험이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한국해비타트에서 건축관련 자문을 하며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유달현 자문위원은 2003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중증장애인이 된 후 봉사로 제2의 삶을 사고 있다. 그는 "중도 장애를 입은 사람들은 사회에 적응하기까지 무척 어려운 순간들을 이겨내야 하는데 절망적인 상황에서 해비타트를 만났고 사고 전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용기와 자신감을 얻었다"며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봉사에 참여할 수 있는만큼 자신의 건강과 능력과 경험 등을 통해 동참해 더불어 사는 나눔의 소중함과 기쁨을 누리기 바란다"고 재능기부를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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