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겸임 시설장, 10월부터 '퇴출'

목사 겸임 시설장, 10월부터 '퇴출'

[ 마이너리티 리포트 ] 지역아동센터 새 운영지침 발효, 교계 비상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0년 09월 06일(월) 20:41

지역아동센터는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아동들을 보호하기 위해 운영되는 아동복지 시설이다. 맞벌이 부부 자녀, 저소득층 자녀 등을 대상으로 방과 후 갈 곳이 없는 어린이들을 돌보고 교육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는 힘 없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이 자녀 양육의 일부분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2009년 통계상 전국에는 3천13개의 지역아동센터가 있다. 이중 교회가 운영 중인 시설은 1천6백1곳으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 53.1%. 통계 수치가 말해주듯 교회는 의지할 곳 없는 지역아동들을 돌보는데 절대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교회가 운영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가 최근 큰 어려움에 빠져있다. 보건복지부가 2010년 지역아동센터 운영지침에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로 등록된 자는 상근하여야 하며, 타 시설 기관 등의 직무를 겸직할 수 없음"이라는 조항을 삽입해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목사들의 겸직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나섰기 때문. 지침 시행일이 10월 1일로 한달도 남지 않아 현재 이렇다할 해결책이 없는 교회 운영 지역아동센터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는 상태다.

# 보건복지부 새 지침, 교회만 타격받아
 
보건복지부의 새로운 운영지침이 문제가 되는 것은 다분히 교회를 표적으로 삼은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교회가 운영 중인 1천6백1개 지역아동센터 중 목회자가 시설장을 맡고 있는 시설은 전체의 72%로 1천1백53곳이다. 이에 반해 가톨릭이나 불교, 원불교 같은 경우에는 성당의 주임신부나 주지가 시설장을 맡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이번 조치로 인한 피해가 거의 없다. 오히려 일부 종교 소속 지역아동센터들은 겸직금지 시행을 빠른 시일 내에 시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선의 지역아동센터 시설장들(목사)은 보건복지부의 이번 조치가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에서 나온 조치라며 이를 비판하고 있다.
 
예장지역아동센터협의회 협동총무 강은숙목사(성남지역아동센터)는 무엇보다 보건복지부가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목사들에게 심한 결례를 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강 목사는 "지난 2004년 지역아동센터가 아동복지시설로 법제화된 이후 지역아동센터의 시설장은 사회복지사 자격을 소지해야 한다고 규정해 시설 운영을 하는 목사들은 대학원 진학, 학사편입, 학점은행제 등의 방법을 통해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했다"며 "보건복지부는 2005년과 2007년 두차례에 걸쳐 2년씩 유예기간을 주면서까지 어렵게 자격을 취득하게 하더니 올해 갑자기 겸직은 안된다는 조항을 걸어버리면 목사들은 시간적 물질적인 손해만 본 셈"이라고 말했다.
 
또한, 강 목사는 보건복지부의 조치가 시설들의 구조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졌으며 다른 사회복지시설과 비교했을 때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목사는 "만약 지역아동센터가 시설장을 고용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졌다면 굳이 목사가 시설장을 겸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한 후 "타 사회복지시설의 경우 명예직, 겸임교수, 시간강사 등 영리추구가 현저하지 않거나 영리업무에 해당하지 않는 직은 시설장과 겸직이 가능하게 규정해놓고 있다"며 지역아동센터 운영지침이 타 시설과의 형평성 논란을 가져올 수 있음을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의 합리적 판단 기대
 
현재 보건복지부의 지역아동센터 운영지침에 따르면 29인 이하의 시설에는 2명의 시설종사자(시설장과 생활복지사)가 근무할 수 있으며 정부에서는 한달에 3백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오는 10월 1일부터 시행되는 겸직금지 조항이 발효되면 시설장을 겸직하는 목사는 둘 중 한곳의 직책을 사임해야 하며 만약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정부에서는 3백만원 중 1백만원을 삭감, 2백만원만 지원하게 된다.
 
보건복지부 아동권리과 담당자 윤재성 씨는 본보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이번 조치는 사회복지 아동복지법에 따라 지역아동센터 같은 소규모의 시설인 경우 시설장의 상근이 실제로 이뤄지지 않으면 아동들에게 충분히 서비스 하기가 어렵다는 차원에서 법령 지침을 구체화한 것"이라며 "목사님들이 운영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 것을 알고 있고 운영지침을 시행하기에는 시간이 얼마남지 않아 담당자들이 고민을 하고 있으며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이번 조치를 발표하게 된 배경과 현재의 상황을 밝혔다.
 
이에 대해 사단법인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이사장 박경양목사는 "교회가 운영하는 전체 지역아동센터 중 54%정도가 미자립교회 목사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며 "미자립교회는 신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담임목사가 지역아동센터에 상주할 수 있다"며 이번 조치의 부당성에 대해 목소리의 톤을 높였다.
 
또한, 그는 "시설에 상주하는 목사들 가운데는 급여를 받는 분은 많지 않다"며 "이번 조치에 따르려면 시설을 교인들에게 맡겨야 하는데 인물도 없고 인건비도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에서는 △도서ㆍ벽지 농어촌 등 인력수급이 어려운 지역의 경우 시설장 겸직을 문제삼지 말 것 △시설장을 겸임하는 목회자 중 지역아동센터로부터 급여를 받지 않고, 시설장을 제외하고도 법이 규정하는 종사자 수를 충족한 경우는 시설장 겸직을 허용할 것 △시설장 중 지역아동센터로부터 급여를 받고 있을지라도 시설에 상근하고 있다면 겸직을 문제 삼지 말 것 등 3가지 제안을 해놓은 상태다.
 
이중 인력수급이 어려운 지역의 경우 시설장 겸직을 문제삼지 말라는 제안의 경우는 보건복지부에서 받아들였으나 두 가지 제안에 대해서는 아동들에게 서비스가 제대로 시행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된 상태다.
 
물론, 이러한 문제에 직면해 지역아동센터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목회자가 시설장을 겸직하는 경우 아무리 상근을 한다해도 교회에 경조사가 생기는 경우나 행정과 설교준비 등으로 목사의 관심과 역량이 분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역아동센터와 같은 소규모 시설에서는 어린이들에게 마땅히 돌아가야 할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보다 투명하고 내실있는 시설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새 운영지침이 시행되기까지는 이제 한달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교회 운영 지역아동센터들은 보건복지부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길 기다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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