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미자립교회 섬겼는데...노후도 미자립

평생 미자립교회 섬겼는데...노후도 미자립

[ 마이너리티 리포트 ] 연금 미가입은퇴목회자들의 흔들리는 노후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0년 09월 01일(수) 09:39

몇년 전 한 은퇴목회자가 본보를 찾았다. 이유인즉슨 생활이 너무 어려운데다가 병까지 얻었는데 재정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신문을 통해서 알리고 후원을 얻기 위해서였다.
 
서울동남노회 소속 은퇴목사라고 밝힌 그 목회자는 18년간 미자립교회에서 목회를 하다가 지난 2005년 은퇴 후 노회에서 보조하는 20만원과 인연이 있는 한 교회에서 보조하는 20만원, 총 40만원의 금액으로 한달 생활비를 감당하고 있다고 자신의 상황을 소개했다.
 
그는 현재 고혈압, 심근경색, 협심증 등 여러가지 질병을 앓고 있어 매달 병원비 및 약값을 지불해야 하고 부인까지 위암 및 자궁암 수술을 몇 차례 받고 백내장 등 질병을 앓고 있어 이를 위한 치료비 및 생활비가 모자란 실정이라고 자신이 처한 현실을 하소연했다. "주님의 종이 부족한 모습으로 인해 하나님의 영광을 가릴까봐 주위에 어려운 처지를 숨겨왔지만 도저히 견딜 수 없어 기독공보를 찾았다"는 노(老) 목회자는 "은퇴한 동료 목사들 중에는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은데 자신뿐 아니라 연금 혜택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다른 은퇴목회자에게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며 당부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 연금혜택 받는 은퇴목회자 40%

 본교단 총회 연금재단의 퇴직연금은 20년 이상 납입한 목회자에게 65세 이상부터 영구적 사임 이후 평생 지급하는 연금이다. 목회자의 안정된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본교단 총회의 연금재단은 타교단의 연금재단과 비교해 볼 때 서비스와 질적인 면에서 단연 으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총회 보고시 1천4백억대였던 자산은 전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여파를 극복하고 현재 2천2백억대로 회복하며 목회자들의 노후를 책임지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금제도도 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목회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일뿐이다.
 
95회기 총회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본교단 은퇴목회자는 1천1백50명이다. 총회 연금재단에 따르면 이중 4백70명이 현재 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은퇴목회자 중 6백80명, 약 59% 정도가 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연금에 가입하지는 않았지만 중형 이상의 교회로부터 원로목사 대우를 받거나 혹은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자녀의 도움을 받는 경우, 또는 부흥강사 등으로 활동해 수입이 있는 목회자가 일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극심한 생활고에 노출되어 있다.
 
이들이 호소하는 어려움들은 주거 불안, 고령으로 인한 질병, 치료비 과다지출 등. 이들은 목회자라는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혹은 하나님의 영광을 가린다는 이유로 남에게 쉽게 도움을 청하지도 못한다고 하소연한다.

# 총회 생활비 지원대책 불구 생활고 여전

 본교단 사회봉사부는 이러한 연금미가입 은퇴목회자들의 생활고를 덜어주기 위해 지난 94회기부터 국민기초생활수급대상 및 차상위계층을 우선으로 매달 20만 원씩을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사회봉사부에 따르면 현재 2백71명이 신청해 1백71명이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어 사망자 등을 제외한 1백64명이 지원을 받고 있으며 다가오는 95회기부터는 12명이 추가적으로 지원을 받게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회봉사부 이승열총무는 "생활비를 지원받는 은퇴목회자들은 노회와의 연결구조 속에서 지원을 받게 되는데 아직도 일부 노회는 예산부족으로 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 노회의 경우에는 자의적으로 대상을 선정하는 경우도 있어 시행이 약 85%정도 이뤄지고 있다"며 "하루 속히 1백% 지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물론, 시간이 갈수록 자격조건도 완화하고 지원액도 늘여나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더 많은 은퇴목회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금미가입 은퇴목회자 생활비지원대책은 현재 한국교회에서 본교단만 시행하고 있어 타교단의 은퇴목회자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은퇴목사회에서도 회원 중 상당수가 연금미가입 은퇴목회자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생활고 경감과 권익향상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총무 지원재목사는 "주위를 보면 노령으로 병을 얻는 경우가 많은데 병원비는 커녕 병원에 갈 교통비도 없는 분들도 많다"며 "일부 은퇴목회자는 거주할 집조차 없어 빈 농가를 개축해서 사는 이들까지 있을 정도다"라고 연금미가입 은퇴목회자들의 실상을 소개했다.
 
지 목사는 또한, "사회에서는 노인들을 우대하며 경로효친 사상을 강조하는데 오히려 교회에서는 노인을 공경하는 문화가 적어 은퇴목회자들이 물질적, 심리적으로 소외된 가운데 살고 있다"며 "총회적으로 지난 2007년 은퇴목사의 노회 언권을 박탈한 것도 은퇴목회자들의 입장에서는 멸시, 천대를 받는 느낌인데 이번 95회 총회에서 법적 기본권 회복을 위해 올린 헌의가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총회적 대책 마련되어야

디아코니아 신학자들과 기독교사회복지 분야에서 활동 중인 전문가들은 연금미가입 은퇴목회자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몇가지 제안을 하고 있다. 총회 사회봉사부 총무 이승열목사는 현재 본교단 7천9백97개 교회 중 2천6백3개 교회가 미자립교회인 점을 감안해 위임목사가 아닌 임시목사라도 총회 연금 가입을 의무화할 수 있도록 법으로 만드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총무는 "성경에서 십일조의 원래 취지는 제사장, 과부, 고아, 레위인, 나그네들의 복지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며 "대부분의 미자립교회에서 고군분투하는 목회자들은 십일조를 교회 경상비로 사용하며 자신의 복지를 돌보지 않는데 총회가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의 십일조를 연금에 넣도록 법으로 재정해 이들의 복지를 지켜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익명을 요구한 한 목회자는 "총회 연금재단이 가입자들과 이사들의 허락을 얻어 자본주의적인 틀을 벗어나 대략 %만이라도 복지기금을 적립해 연금 가입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목회자들을 위해 사용한다면 가난한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의 노후를 조금이라도 돌볼 수 있다"며 연금재단에서 복지기금을 만들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7년 남성의 기대수명이 76.1세, 여성이 82.7세다. 기대수명은 의학의 발전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여서 연금미가입 목회자들은 은퇴후 수입이 없는 채로 살아야 하는 기간이 나날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