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쩡한(?) 학교

어정쩡한(?) 학교

[ 입시사교육바로세웁시다 ] < 82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08월 18일(수) 15:47

흔히 공교육의 질의 문제를 걱정하는 사람 가운데 학교가 학원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 이 말이 공무원 조직으로서의 교사집단이 갖는 안일함과 경쟁력 약화를 지적할 때 상당히 일리가 있는 말이고 학교가 수용해야 될 부분이 많다.

하지만 학교의 경쟁력을 학원과 비교하여 문제풀이식 입시 대비를 얼마나 잘 해주느냐에 놓고 이야기한다면 문제의 본질을 잘 못 짚은 것이고 학교로서는 억울한 부분이 많다. 사실 우리 교육이 갖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 중 하나는 학교 교육이 추구하는 교육목표와 입시 현실과의 괴리다. 학교 교육은 교육의 목표로 "21세기를 대비하는 도덕적이고 창의적인 인재 육성"을 내걸고 있다. 그리고 각 교과의 원래 교육목표도 그 교과를 통해 자신과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는 안목을 갖추며 이를 바탕으로 한 폭 넓은 사고와 창의성을 키우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입시는 수능이든 내신이든 객관화된 문제를 잘 푸는 학생을 요구하고 있어 괴리가 있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학교에서 열심히 하려는 교사들은 교육과 교과가 추구하는 목표와 객관화된 시험 문제 풀이 교육 사이에서 늘 고심을 한다. 물론 이 두 가지가 완전히 분리될 수는 없지만 단기간에 남들보다 앞선 결과를 내야하는 우리 입시 구조 속에서 도대체 어디에 방점을 두고 가르쳐야할지 몰라 고민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손쉬운 문제풀이 식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학원의 목표는 너무 분명하다. 다른 고민 없이 입시를 대비한 문제풀이 교육에만 전념하고, 이를 위해 목숨을 건다. 심지어 학원의 번창을 위해 현행 제도의 약간의 허점만 보이면 그 부분을 파고들어 입시 경쟁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여 더 많은 사교육을 끌어들인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서 학교가 학원을 따라갈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학교가 갖는 어정쩡함과 학원이 가지는 문제풀이식 입시 교육에의 전념은 이 두 가지 교육을 동시에 받고 있는 아이들의 삶 가운데 그대로 투영된다. 그래서 아이들도 학교와 학원 사이의 이 미묘한 갈등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다. 현실적으로 점수를 올려주는데 학원의 공부가 도움이 되지만 학교의 교육을 무시할 수 없는 현실 가운데서 자기도 어찌해야할지 모르는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학교가 갖는 이러한 어정쩡함, 이로 인해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에 이중 낭비를 하며 겪는 혼란을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대학입시가 이러한 학교의 본래적 교육목표인 각 교과를 통해 세상을 보는 안목과 사고력을 얼마나 잘 갖추었는지, 그리고 비교과 영역에서 얼마나 전인적 성장을 추구했는가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문제풀이 중심의 학원교육이 설 땅이 없어지고, 아이들도 이 학교와 학원 사이의 낭비와 어정쩡함을 벗고 온전한 성장이 있는 배움의 자리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정병오 / 좋은교사운동본부 대표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