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 입시사교육바로세웁시다 ] <79>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07월 21일(수) 09:26

매 학년 말이 되면 나는 내가 수업 들어가는 모든 반 아이들에게 1년 동안 지내면서 가장 감사했던 선생님에게 편지를 쓰게 한다. 그리고 나는 그 편지를 배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시기가 되면 말을 하지 않지만 교무실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아이들로부터 감사 편지를 많이 받는 선생님이 있고, 적게 받는 선생님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교원평가의 분위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전혀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받을 것 같지 않은 선생님, 즉 아이들이나 학부모의 평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동료교사들이 보기에도 교사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것 같고, 심지어 학교장도 제대로 통제를 할 수 없어 두 손 다 들어버린 것 같은 선생님도 이 때가 되면 긴장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아이들인지라 이런 선생님에게도 감사의 편지를 쓰는 아이가 몇 명은 있다. 아주 착한 아이거나 분별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다. 그래서 그 선생님에게 몇 통의 편지를 전달해 주면, "아 나는 이런 편지를 받을 자격이 없는데…"라고 쑥스러워하지만 매우 기쁘게 편지를 받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연말마다 편지배달부 역할을 하면서, 그리고 그 편지를 받아든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 역시 교사는 아이들로부터 오는 칭찬과 존경을 먹고 사는 존재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교직에 처음 발을 디디는 사람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열심히 하고자 한다. 그런데 몇 년 시간이 흐르면서 이 아이들로부터 오는 존경과 사랑의 맛을 본 사람은 이 맛에 취하여 아이들에게 더 헌신하게 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이들을 위해 더 창의적인 노력을 하게 되고 교사로서 점점 더 전문가가 되어 간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이들로부터 오는 존경과 사랑의 맛을 잃어버린 교사들은 가르침 이외의 다른 곳에 관심을 갖게 되거나 무능 혹은 부적격 교사로 변하게 된다.

하지만 이 무능 혹은 부적격 교사라 할지라도 그 마음 깊은 곳에는 그래도 아이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우리 교육에 있어서 교사의 문제의 본질은 바로 이 아이들로부터 받는 존경과 사랑의 맛과 그로부터 오는 교사의 본질적인 에너지와 동기를 어떻게 계속 살려주고, 또 다시 살아나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올해부터 교원평가가 실시되고 있다. 그런데 이 교원평가에 학생, 학부모, 동료교사가 다 포함됨으로 인해 지나치게 복잡해지고 교사에게 업무와 부담감만 잔뜩 안겨줄 뿐 실제로 교사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아이들로부터 받는 존경과 사랑에 대한 갈망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교사는 점수와 돈으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다. 움직인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겉모습만 움직일 뿐이다. 진정으로 교사를 바꾸기 위해서는 아이들로부터 오는 존경과 사랑의 맛을 회복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교원평가도 이 방향으로 가야만 성공할 수 있다. 

정병오/ 좋은교사운동본부 대표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