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목소리, 여전히 변방에 있었다

여성들의 목소리, 여전히 변방에 있었다

[ 여전도회 ] WCRC 연합 총회 참관기-'성역할 정의'의 관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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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7월 15일(목) 13:19
홍지연 / 경민대 교수

많은 여성 단체들 중 세계적 수준에서 판단할 때 전혀 손색이 없는 한국 여전도회전국연합회 대표(Delegate)로 총회에 참석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를 드린다. 특히 7년만에 개최되는 총회이면서 WARC(World Alliance of Reformed Churches)와 REC(Reformed Ecumenical Churches), 두 기관이 연합해 맞는 첫 총회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었다.

   
▲ WCRC 연합 총회에서는 세계 각국의 여성 대표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각국 대표들은 교회내 성 역할과 관련한 불평등한 현실을 보고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들을 논의했다.
이번 총회의 주된 목적은 전 세계적으로 환경변화에 따른 에코 이슈와 인권문제, 경제정의 등을 보다 진지하게 논의하고자 함이었다. 이런 총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세분화된 위원회(Committee)와 분과(Section)에서 여러 안건들이 본격적으로 다루어졌다.

여전도회전국연합회 대표로서 참여하게 된 분과는 '젠더(성역할) 정의'(Gender Justice)였는데, 세계 각국에서 모인 여성 대표들의 목소리를 모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첫째, 각국 개혁 교회 내 행정과 업무, 안수, 예배, 성인지력 향상, 성별간 파트너십, 리더십에 있어 젠더 불평등 사례들이 보고되었고, 둘째, WCRC 총회 목적인 에코, 인권, 경제 이슈들이 결국 젠더 정의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논의했으며, 셋째, WCRC 총회에 주요 안건으로 젠더 정의가 채택될 수 있는 방안들을 제안하였다.

여성 안수가 1995년에 이루어진 예장 통합으로서는 아직도 여성 안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남미,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의 실례가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여성 안수가 채택되었다고 하여도 젠더 정의의 측면에서는 완전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한국의 현실도 부인할 수 없었다.

예를 들어 예장 통합의 리더격인 교회의 담임 목사 중 여성 목사는 한 명도 없으며, 부목사 수준에서도 여성 목사가 수석이나 선임직을 맡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그뿐 아니다. 당회자격을 가지고 있는 여성 장로도 많지 않고, 당회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하는 여성 장로의 의견이 수용되는 경우도 많지 않음을 종종 듣게 된다. 결국 여성과 남성을 동등하게 하나님의 형상을 창조하셨다는 대전제와도 상충되는 이러한 불평등은 복잡하지만 꼭 이루어져야 하는 젠더 정의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젠더 정의 분과 회의를 통하여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총회 회의에서 많은 지지를 얻어 총회 협의회의 임원들을 50대 50으로 구성하도록 촉구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CRC 역시 젠더 정의 시각에서 볼 때 많은 불평등이 있음을 반성했다.

첫째, 매일 아침, 저녁으로 이루어졌던 예배와 위원회 회의는 많은 여성들의 참여와 노력없이는 이루어지기 어려웠지만, 대부분 남성 대표자들의 의견 위주로 반영되었다는 질책이 쏟아졌다. 둘째, 에코, 인권, 경제 문제를 다루면서도 가장 이 문제들의 희생자인 여성들의 의견을 존중하기 보다 이러한 문제들을 '정치와 경제적'인 시각으로만 접근했다는 것이다. 셋째, 에코, 인권, 경제 문제가 사회, 문화, 정치를 포함한 다각적인 '장애'와 연계되어 있음을 간과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토론들이 오고가는 가운데 여전도회전국연합회 대표로서 △여성들의 리더십이 교회내에서 실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음을 보고하고, △젠더 정의 구현을 위해 여성 리더십 개발은 물론 지속적인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였으며, △교회 현장에서 젠더 불평등에 관한 모니터링이 가능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회원 교회간, 또 국가간의 여성 네트워크 구성 등을 제안했고, 이러한 제안이 대부분 반영된 보고서를 도출할 수 있었음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장장 12일간의 총회에 참석한 후 7년 뒤에 있을 총회에 대비해 제안하고 싶은 점이 있다.
첫째는 여성 리더십을 최대화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회의는 영어로 이루어지는데 한국 장로교회의 전통과 발전을 위해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보고하고 한국 여성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외국어 능력은 꼭 필요하다. 따라서 외국어 능력 향상과 함께 리더십과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지원이 절실하다. 둘째는 여성 리더십이 특정하게 어떤 분야에 국한되지 않도록 전방위적인 노력과 후원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교육학'을 전공하였기에 교회내 여성 리더십 교육이나 네트워크 구성 제안이 자연스러웠다. 그러니 신학 뿐만 아니라 경제, 정치, 사회학 등 전문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들이 마련되기를 건의한다.

셋째는 세계적 관심이 2013년에 부산에서 개최되는 WCC 총회로 모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젠더 정의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가 당면한 문제임을 천명하고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방안들이 도출되고 실천되기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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