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에서 기초생활 수급자로

사모님에서 기초생활 수급자로

[ 마이너리티 리포트 ] '아시나요? 홀로된 목회자 부인들의 눈물을....'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0년 07월 10일(토) 09:17
"목회 현장에서 남편을 도와 최선을 다해 섬기며 절제하고 희생한 목회자 아내들은 사별하고 나면 자신을 추수를 겨를도 없이 속히 교회를 떠나야 하는 당면과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교회를 떠나면 새로운 신앙 환경과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느라 벅찬 강행군을 해야 합니다."

지난 2007년 남편 문충모목사와 사별한 아내 백영훈전도사가 목회자 유가족협의회 간증집 '홀로 하늘을 바라보며'에 쓴 간증문의 일부다.

남편과의 사별 후 힘들지 않은 아내가 어디 있을까? 그러나 목회자 부인들은 그들의 특별한 위치 때문에 일반적인 미망인이 겪는 어려움 외에도 추가적으로 겪는 어려움이 많다.

지난 2007년 총회 사회봉사부에서 발표한 논문 '목회자 유가족 실태 및 욕구조사 연구'에 따르면 목회자 부인들은 사별 후 겪는 가장 어려운 일들로 △섬기던 교회 떠나기 △저소득 여성 가장으로 살아가기 △도움 없이 혼자 견디기 △자녀들이 경험하는 소외 등을 꼽았다.
 
 # '사모님'에서 '기초생활 수급자'로
 
목회자 부인들은 대부분 남편의 목회를 돕는 것을 사명으로 여겨 직업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남편이 사망하게 되면 자신의 생계는 물론, 가족부양까지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새로운 직업을 얻을 때에도 특별한 기술이나 경력이 없고, 교회 중심의 생활로 경제활동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봉급이 많지 않고 힘든 육체노동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목회자유가족협의회 회원들의 직업을 살펴봐도 자활근로자, 가사 도우미, 간병 도우미 등이 주를 이루며 이들 중 많은 숫자가 기초생활 수급대상자이다.

목회자 부인들은 신분의 특수성 때문에 남의 눈을 많이 의식할 수 밖에 없어 직업 선택시 많은 갈등을 하기도 한다. 목회자 부인 신분으로 아무 일이나 할 수 없기 때문에 살던 지역을 떠나기도 하고, 생계가 어려울 때도 '명색이 목회자 부인이었는데'라는 생각으로 내색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후임 목회자 가족 위해 자리 비켜줘야
 
일반 평신도들에게도 열심을 다해 섬기던 교회를 옮기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섬기던 교회를 떠나는 일은 목회자와 똑같이 자신의 일을 하나님이 주신 사명으로 인식하고 생활하던 목회자 부인들에게는 엄청난 상실감을 안기는 일 중 하나다. 대부분의 목회자 부인들의 생활은 교회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교회를 떠나는 것은 가족을 떠나는 것처럼 힘든 일"이라는 것이 사별한 목회자 부인들의 일반적인 고백이다.

교회의 특성상 목회자가 공석이 되면 교인들을 위해서라도 하루 속히 후임목사를 구해야 하기 때문에 목회자 유가족들은 하루 속히 사택을 비워주고, 교회를 떠나야 하는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 설령 교회의 배려로 생계를 지원받더라도 교인들의 눈치를 보거나 자격지심 때문에 스스로 교회를 떠나는 경우도 있다.

교회를 떠나더라도 새로운 교회에 정착하는 것이 쉽지 않다. 사역자의 입장에서 교회를 다니며 '사모'라는 명칭으로 불리던 이들이 '집사', '권사'의 호칭에 적응하려면 적지않은 마음고생과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목회자 부인들의 중론이다.
 
 # 자녀에게까지 영향 미쳐
 
사별 후에는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주위에서 위로하고 상담해주는 조력자가 필요하지만 목회자 부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그 어디에도 쉽게 기댈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경제적 정서적 어려움 때문에 모임을 갖던 공동체를 떠나는 경우도 많다.

이외에도 목회자 부인들이 사별 후 겪는 어려움으로 꼽는 것이 자녀들이 소외를 경험한다는 것. 대부분의 자녀들은 부친이 담임하던 교회에 익숙해 있던 터라 낯선 교회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심한 경우에는 교회를 가지 않으려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또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너무 이사를 자주 다니다보니 학교에서도 잘 적응하지 못하고 다른 아이들과 같이 학원이나 과외 등의 사교육은 꿈도 꾸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 목회자유가족협의회 조직돼 위로 사역
 
이러한 상황 가운데 같은 처지에 놓인 목회자 부인들이 아픔을 함께 나누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목회자유가족협의회(회장:이영규)를 조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돌보고 있는 것은 그나마 희망적인 현상이다. 지난해 2월 18일 서울시 강남구 일원동의 한 간병인협회 사무실에서 조직된 목회자유가족협의회는 △유가족 상담 △후원자 연결 △유가족 자녀 교육비 및 장학금 연결 △취업을 위한 교육 시스템 연결 △추석 및 성탄절 선물 지원 △회보 발간 △투병중인 유가족 치료비 연결 △거주지(쉼터) 확보를 위한 행사(간증집 등 출간) △수련회를 통한 유가족 위로 등의 활동을 펼치며 목회자 유가족들을 돕고 있다. 목회자유가족회는 지난 2월 26일에는 '목회자유가족 쉼터'를 마련하고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칠 것을 다짐하고 있다.

목회자유가족협의회 이영규회장은 "많은 목회자 유가족들이 남편을 잃고 교회에 덕이 되지 못한다는 걱정 때문에 교회에 생활대책을 요구하지 못하고 무대책으로 나와 간병인, 파출부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갖은 고생을 하고 있다"며 "하루 속히 이들이 안정적인 삶의 기반을 마련하고 다시 사명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전국교회의 관심과 지원, 교단의 체계적 정책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표현모 hmpyo@pck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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