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천백력(靑千壁力)의 때를 기대하며

청천백력(靑千壁力)의 때를 기대하며

[ 주님의 평화 이땅에 ] 엔지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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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6월 24일(목) 10:22

안홍철목사
총회 사회봉사부 재해구호담당 간사

총회 사회봉사부 사역을 한 지 8년이 되는 필자가 업무 조정으로 해외 재해구호를 맡은 햇수는 5년이 되었다. 그동안 필리핀 레이테 산사태,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지진, 방글라데시 사이클론 시드르, 버마 사이클론 나르기스, 중국 쓰촨성 지진, 인도네시아 빠당 지진, 필리핀 태풍 켓사나, 인도 대홍수, 아이티 지진, 칠레 지진 등 수 많은 해외 자연재해가 발생했다. 그 때마다 총회 사회봉사부는 피해 현장에 있는 교단의 선교동역자들과 함께 구호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렇다 할 해외재해구호 지침이 없어서 시작과 진행과 종료와 평가의 과정에서 적잖이 애를 먹곤 한다. 작년부터 해외재해구호 매뉴얼을 제작하려고 시도했으나 재해구호에 대한 전체적인 관점이 확보되지 않아서 아직 마무리를 못하고 있다.

한번은 교단의 해외재해구호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하여 '바람의 딸' 한비야 씨를 만나게 되었다. 한비야 팀장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사람 치고는 소탈하고 순수했다. 그녀는 월드비전의 긴급구호팀장으로서 세계의 많은 재난 현장에서 그 책무를 다하였으며, 그러면서도 틈틈이 재난 현장의 이야기를 풀어내어 많은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꿈을 심어 주었다. 그랬던 그녀가 홀연히 더 전문적인 재해구호 공부를 위하여 유학길에 올랐다. 왜일까? 우리 눈에 전문가로 보였던 한비야 씨도 세계의 재해구호 네트워크에서는 여전히 서투른 재해구호 실무자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상황은 어떨까? 소위 '종로 5가'에 출입한 10년 동안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차세대 에큐메니칼 지도력 양성'이었다. 더 조직적이고 효율적인 교회일치 운동과 에큐메니칼 사역을 위해서는 다음 세대의 지도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이 명분을 위해 크게 노력하거나 희생하지 않는다. 어떤 선배들은 스스로 부딪히고 분투하여 지금의 자리를 마련했다고, 그러면서 젊은 세대는 운동에 대한 열정과 치열함이 부족하다고 혀를 찬다. 그러는 동안 한 줌 밖에 안 되는 에큐메니칼 청년들은 자수성가, 자력갱생을 곱씹으며 힘들게 지내고 있다. 청년들은 푸대접받고 있다.

청년들은 한국교회가 세계교회와 연대하고 소통하는 데 중요한 통로이고 또 그렇게 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재해구호 측면에서만 본다면 우리 교단은 구호에 대한 순수함과 열정은 단연 앞서지만 전문성이 보완되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기후변화 등으로 세계가 자연재해에 더 취약해지는 이 시대의 징조 앞에서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어 재해구호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장청(청년회 전국연합회)이라는 좋은 텃밭이 있어서 에큐메니칼 재해구호 전문인력을 충분히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청천벽력(靑千壁力)'을 제안한다. 청천벽력, 즉 '청(靑)년 천(千) 명이 만들어내는 벽(壁)을 깨는 힘(力)'이다. 청년들의 특유의 불확정성과 이상성에 우리는 신뢰와 권한을 얹어 주어야 한다. 좋은 환경에서 자란 천 방울의 '새벽이슬'들은 각자의 처소에서 창조성을 발현하여 책임적인 역할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머지않아 '청천벽력'으로 비전문성, 책임 없는 정치, 안티 기독교의 벽을 깨고 새롭고도 의미 있게 소통하는 에큐메니칼 세계가 열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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