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이 흙처럼

(110)이 흙처럼

[ 행복편지 ] 행복편지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05월 27일(목) 10:21

최일도/ 목사ㆍ다일공동체 대표

화단을 둘러보다가 잠시 풀을 뽑는 바람에
손에 흙이 묻어버렸습니다.
그 손으로 물을 마시려고 컵을 들었더니,
컵에도 금세 얼룩덜룩한 무늬가 생깁니다.
이럴 때는 곧바로 수돗가로 가서 씻는 게 상식이지요.
더러운 것이 묻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손을 씻다가, 수돗물에 흘러내려가는
흙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까 화단에 그대로 있었다면
아주 고마운 흙이었을텐데….
내 손에 묻고 컵에 묻으니 그만 더러운 것처럼
취급을 받는구나."
늘 귀히 여기는 존재라도 있을 곳이 달라지니까
곧바로 천한 것이 되어 버리는
세상 통념 구조가 있는 그대로 보이면서
저도 모르게 '아하'하는 탄성이 나왔습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모든 것은 다 선하고 귀한 피조물이지만
어디에 쓰이느냐, 어느 곳에 있느냐에 따라서
이 세상에서의 평가는 천차만별로 드러납니다.

흙이 있어야 할 곳은 밭이나 생명을 키워내는 땅이죠.
그렇지 않고는 더러운 존재로 취급되어
씻겨져야만 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흙처럼 나의 나다움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곳.
나도 그곳에서 주와 함께 늘 있기를 원합니다.

생명을 키워내는 땅에 있어야
그에 걸맞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이 흙처럼,
남들이 고맙다고 하든지 더럽다고 칭찬을 하던지
비난을 하던지 상관하지 않고
주께서 허락한 사명실현지에서 내 사명과 역할에 맞게
바로 그곳에서 나답게 살 수 있기를.
이 흙처럼….

행복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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