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 다양한 연구 방법론

< 3 > 다양한 연구 방법론

[ 최근신학동향 ] 5. 사회학적신학 연구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05월 17일(월) 10:22

사회학적 신학 연구의 방법론은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신학의 사회적 맥락에 대한 연구'가 있다. 1990년대 후반 필자가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을 무렵 버밍엄 시에서는 세계 정상 회의가 개최되었다. 당시 한인교회는 버밍엄 시민들과 함께 서구 열강들이 아프리카의 만성적인 빚을 탕감해 주라는 시위를 벌였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와 미국의 빌 클린턴을 포함해서 여러 정상들이 탄 차들이 지나갈 때, 들고 있던 피켓을 높이 들어 올렸다. 그 시위를 계기로 제3세계의 만성적인 경제적 빈곤이 그들의 잘못도 있지만, 그들의 빈곤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려는 서구열강들의 의지 부족이 더 구조적인 문제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서구 열강과는 다른 구조적인 고난의 역사를 경험해 온 아프리카의 정황에서 전개된 신학이 바로 아프리카 신학이다. 전통적인 서구신학이 서구의 백인 남성 중산층의 시각에서 성경을 해석하고 신학을 전개한다면, 현대신학의 다양한 흐름들은 각 신학이 발생한 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라는 시대적 정황을 반영하고 있다. 이런 특징은 신학이 어떤 진공 상태에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항상 시대적 맥락을 배경으로 행해지는 것임을 보여주는데, 이런 연구를 가리켜 신학의 사회적 맥락에 대한 연구라 한다.

둘째, '신학의 사회적 결정요소들에 대한 연구'가 있다. 이 연구는 신학을 인간이 하는 작업으로 보며 신학이 어떤 사회적 요인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전통적인 신학자들은 이런 연구 자체에 상당한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신학이 사회적 요인에 의해 형성될 수 있다는 가정 자체가 그들에게는 당치 않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맥락에서 서구 교회의 공식적 주장들은 상당부분 사회적 맥락에 영향을 받아 결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로마 가톨릭 교회의 낙태에 대한 반응을 예로 들 수 있다. 중세 가톨릭교회는 태동을 하는 태아와 태동을 하지 않는 태아로 구분하고 전자의 낙태만을 살인행위로 보았다. 또한 얼마동안 남아는 산모의 자궁에 착상 후 40일, 여아는 착상 후 80일에 생명이 생긴다고 믿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구별을 따랐다. 1869년 교황 비오 9세는 태아의 영혼이 임신될 때에 시작된다는 사실을 공표했고, 1930년 교황 비오 11세는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생명이 그 어머니의 생명만큼 신성하다는 법령을 반포했으며, 1968년 교황 바오로 6세는 치료 상의 낙태까지도 비난했다. 그런데 로마 가톨릭교회의 낙태에 대한 이런 입장 변화는 각 시대의 여론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연구에 의하면, 영국 성공회 역시 생명윤리 영역에서의 입장 변화는 로마 가톨릭처럼 상당부분 각 시대의 여론과 거의 일치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즉, 교회의 공식적 입장이 사회적 요인에 의해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신학이 어떤 사회적 요인에 의해 형성되는가를 연구하는 것을 신학의 사회적 결정요소들에 대한 연구라 한다.

셋째, '신학의 사회적 중요성에 대한 연구'가 있다. 이 접근법은 신학이 사회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한 연구이다. 전통적으로 종교사회학자들은 신학이 사회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부정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세속화 과정이라는 맥락에서 신학을 고찰함으로, 신학이 세속화라는 사회변동 현상에 영향을 받는다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스 베버나 트뢸치 같은 학자들은 신학의 사회적 중요성, 즉 신학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자세히 연구했다. 베버의'개신교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서구의 자본 소유자들이 가톨릭 교인들이 아니라 주로 개신교 교인들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며, 자본주의 발흥의 주요 요인 중 하나가 칼빈신학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트뢸치는 종교 조직의 세 가지 유형(교회, 종파, 신비주의)을 제시했으며, 그 중 교회/종파 유형은 기독교 복음의 구조 그 자체에서 비롯되었고, 그 유형들 자체에 신학적 강조점이 있다고 말한다.

즉, 교회 유형의 종교 조직이 하나님의 객관적 은혜를 나타내는 반면, 종파 유형의 종교 조직은 율법과 예수님의 모범에서 보이는 도덕적 요구를 강조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베버는 신학이 자본주의의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그리고 트뢸치는 신학이 종교조직의 특성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냄으로, 신학이 사회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결국, 사회학적 신학 연구는 신학과 사회 사이의 상호작용에 주목하며 신학이 상황에 민감한 학문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김승호교수(영남신대)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