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벽, 문화로 무너뜨리기'

'종교의 벽, 문화로 무너뜨리기'

[ 땅끝에서온편지 ] <10> 문화선교의 가교 폴란드 김상칠선교사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05월 06일(목) 14:16
98% 이상의 가톨릭 신자로 구성된 나라에서 한국적인 선교 방법으로 이들에게 다가가기란 쉽지 않다. 지금은 농담도 하며 절친하게 지내는 폴란드 친구가 말하길, 처음에는 한국에서 온 선교사의 신분으로 자기 나라를 찾아온 동양인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폴란드인들은 대부분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에 의해 가톨릭 신자로 등록이 되며 학교 입학과 졸업, 결혼,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 성당을 떠나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의무적(?)인 가톨릭 신자로 살아가는데 왜 선교사가 필요하느냐는 의문을 가졌다고도 했다. 만약 폴란드인이 자신이 한국에 와서 한국의 전통 무예인 태권도 도장을 차려놓고 태권도의 역사적인 이야기를 한다면 어느 정도 관심을 갖겠느냐며 되물었다. 이런 사고를 가지고 있는 폴란드 친구들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모두 다 숙지하고 있는 선교의 기본을 정작 현장에서는 잠시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폴란드 목회자 중 형제같이 지내는 마리엔 목사에게 폴란드 교회와 함께 하고 싶은데 어떠한 모습으로 다가가면 좋겠느냐고 대화한 적이 있다. 두 가지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난다. 첫째는 당신의 가슴을 보여주라는 것이다. 사람이 사는 곳은 서양이든 동양이든 다 같다는 것이다. 진심을 담은 가슴을 보여주면 가장 쉬운 일이라고 한다.

   
▲ 폴란드를 방문한 장신대 예마본 중창단.

또 하나는 가슴을 보여준 다음, 논리적으로 가장 쉽게 이룰 수 있는, 즉 현실성이 있는 이야기로 상대방에게 당신과 함께 해야 할 이유를 말하라는 것이다. 위의 대화를 통해 그동안 기도하며 준비해 온 문화선교사역에 힘을 얻게 되었다. 말할 나위 없이 마리엔 목사는 문화선교사역의 가장 강력한 조력자가 되어주었다.

폴란드인들에게서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한(恨)같은 것을 찾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이들은 나름대로의 많은 상처와 아픔을 안고 있는 민족이다. 수많은 외침과 주변 강대국들에 의해 지도상에서 나라가 없어지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폴란드의 정신을 간직한 민족이다. 이들과 오랫동안 함께 해온 교회(가톨릭)의 역사는 무구하지만 이들의 상처를 감싸기에는 이미 너무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기에 국가도, 교회도, 쉽게 이들을 안아줄 수 없는 실정이다.

상대적으로 비슷한 정서를 가지고 있는 한국의 전통 문화를 이들에게 소개하며 한국교회의 사회선교에 대한 모습을 소개하는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문화선교사역은 첫째, 한글과 폴란드어로 된 타블로이드판 유럽 아리랑 신문을 발행하는 것이다. 폴란드 정부의 정식 허가를 취득해 발행되며, 바르샤바의 국립도서관에 보관되는 기쁨도 얻고 있다. 집필진들이 거의 목회자들이라 간접적인 문서선교로 큰 힘을 쏟고 있다. 아쉬운 것은 지난 1년 반 동안 누적된 적자로 인해 잠시 휴간을 하며 웹 신문과 병행하여 적자폭을 줄이고자 계획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파베우 공브로프스키 목사가 운영하는 영어학원의 작은 공간을 얻어 청소년을 위한 한국 찻집을 운영하고 있다. 차 문화를 통해 예절과 한국의 청소년들의 문화를 소개하는 사역을 하고 있다. 관심을 가지고 찾아오는 청소년들은 자연스럽게 파베우 목사의 교회로 연결하는 교량역할을 하고 있다.

매년 폴란드 크라쿠프를 방문하는 한국 단기선교 사역자들이 진행하는 문화선교 행사도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크라쿠프 교회에서 열린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찬양대의 공연과 중앙광장에서 개최된 태권도 선교팀들의 한국인의 밤 행사는 폴란드 현지인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특히 장로회신학대학교의 이명신교수가 인솔한 예마본중창단의 공연은 크라쿠프에서 가장 아름답게 건축되었다는 르네상스 시대의 성령교회에서 이루어졌는데, 무엇보다 의미가 있는 것은 가톨릭 교회가 개신교 행사에 예배당을 내주었다는 것이다. 주변의 모든 이들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오직 기도 하나로 철옹성 같은 가톨릭교회의 문을 두드려 열게 되었으며 앞으로 한국교회의 공연은 언제든지 본당을 열어놓겠다는 약속까지 받는 열매를 맺게 됐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5년 전 한국문화원 설립 허가를 폴란드 정부로부터 받아놓고도 여러가지 문제로 망설이는 동안 올 초에 바르샤바 대사관에서 문화원을 개원하게 된 것이다. 선교회가 정식 한국문화원의 명칭은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문화원 개원을 놓친 것은 선교적인 차원에서 중요한 일인데 무척 아쉽기만 하다.  앞으로 문화선교의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되며 선교에 있어서도 큰 열매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폴란드의 문화와 신앙의 교류가 더욱 진전되어 상호보완의 관계를 유지하여 하나님 나라의 지경을 넓혀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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