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도둑들은 사려가 깊다?

폴란드 도둑들은 사려가 깊다?

[ 땅끝에서온편지 ] <9> 자존심 강한 폴란드 사람들 폴란드 김상칠선교사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04월 29일(목) 10:15
얼마 전 막역하게 지내던 식당에 잠시 들렀을 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며칠 전에 전화 한통을 받았는데 무척 황당했다는 것이다. 안면이 없는 폴란드인이 전화해서 당신 가게 앞에 놓여있는 화분을 사겠느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아 무슨 말이냐고 했더니 지금 가게 앞에 나가 보라는 말에 확인을 해보니 어이가 없게 정말 화분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아니 가게 앞에 있는 화분이 보통화분이 아니라 엄청나게 커서 장정 두 사람이 들기도 힘든 것을 어떻게 가져갔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훔쳐간 도둑한테 전화를 받으니 황당했다는 것이다.

그 도둑은 친절하게도 정상적인 가격에서 절반정도만 받겠다고 제안을 했다고 한다. 돈도 돈이지만 기분이 언짢아 거절의 뜻을 비쳤더니 좀 더 깎아주겠다며 흥정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국 도둑하고는 사뭇 다른 면을 느꼈다. 사실은 이번 사건만 그런 것이 아니다. 폴란드에서 도둑을 당하면 며칠 후 반드시 훔쳐간 도둑에게 흥정하는 전화가 온다. 몇 년 전에도 한국인이 경영하는 보석 가게가 털렸는데, 어김없이 도둑한테 전화가 왔던 사건이 있었다.

   
▲ 일명 마피아 시장인 '기에우다'. 입장료를 내야 하는 이 곳에선 물건의 출처를 묻지 않아야 한다.

또 한 가지 폴란드에는 일명 마피아 시장(기에우다)이 있는데 다른 시장보다 물건이 무척 저렴하다. 그런데 이 시장에 가려면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야하는데 일인당 8백원 정도의 적지 않은 돈을 낸다. 무슨 시장을 가면서 돈을 내고 가야 하는지 지금도 갈 때마다 아까운 생각이 든다. 이곳 시장의 특징은 없는 것이 없는데, 조심해야 할 것은 물건의 출처를 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어제 저녁에 우리 집에 도둑이 들어서 물건을 가져갔다면 날이 밝아 이곳에 오면 거의 틀림없이 있다는 것이다. 그 물건에 내 이름을 커다랗게 써놓았다 할지라도 내 것이라고 말하면 안 된다.
초창기에는 기관총을 든 경비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험악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무척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몇 가지 재미있는 폴란드인의 모습을 살펴보자. 약속시간에 늦거나 약속을 어기게 되면 그냥 사과를 하면 될 것을 이들은 꼭 가족들을 핑계 삼아 자신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을 한다. 예를 들면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을 해서, 사고가 나서, 도둑이 들어서 등등. 사실 가만히 들으면 들통이 날 것들인데…….

폴란드 말에 '조바치미'라는 말이 있다. 조금 두고 보자는 말이다. 흔히 목사님들이 곤란한 부탁이나 질문을 받을 때 사용하는 "기도해 봅시다"와 비슷하다. 그러나 정말 두고 보면 되는 일은 없다. 사실상 거절의 뜻인 것이다.

폴란드에서는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특히 관공서에서 일을 볼 때는 더욱 그 결과가 극명하다. 왜냐하면 준비해 간 서류가 하루 아침에 휴지가 되고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비자서류인 경우에는 더 난감하다. 이때 경험이 없는 경우는 고스란히 다시 준비해야 하지만 이미 경험을 한 사람들은 이런 경우 서너 시간이 경과된 후 담당자가 바뀌길 기다려 다시 찾아가면 아무런 문제없이 잘 처리되는 경우가 있다. 

또 한 가지 폴란드인들은 자존심이 무척 강하다. 대부분 사과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절대로 사과를 하는 법이 없다. 표정이나 행동은 분명히 미안해 하는데 말로는 사과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의 마음은 따뜻하다. 역사적으로 너무 많은 외침을 당했고, 힘들게 삶을 이어온 과거의 상처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폴란드인은 자신이 관계하고 있는 사람들을 아는 사람과 친구로 매우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다. 상대방에게 동행한 사람을 소개할 때 '지나요미'라고 하면 그냥 평범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고 '콜레가'라고 소개하면 아주 친하게 지내는 친구라는 뜻이다. 단어의 사용과 친분의 관계에 있어서 분명히 구분되게 교제를 하고 있다.

한번 친구를 맺게 되면 가족과 같은 관계를 유지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학살을 당하던 유대인들을 숨겨준 것이 발각되면 다른 나라 사람들은 단순한 처벌을 받았지만 폴란드인이 유대인을 숨겨주다 발각이 되면 함께 목숨을 잃어야 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폴란드인들이 친구로서 이들을 도왔다.

한국과 비슷한 겉치레 문화도 있는데 상대방이 어떠한 차를 타고 다니는가, 어떤 집에 살고 있는가를 보고 쉽게 상대방을 평가하기도 한다. 즉 아직도 실속보다는 허세를 부리는 정서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전혀 다른 동ㆍ서양의 타문화권에 살고 있지만 역사적으로나 감성적으로 속 깊은 곳은 한국 사람과 상당히 비슷한 감정을 지니고 있는 폴리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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