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이'가 가르쳐 준 그 사랑

'슬이'가 가르쳐 준 그 사랑

[ 디아스포라리포트 ] 디아스포라 리포트 '시드니 동산교회' 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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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3월 18일(목) 10:05
황기덕 / 시드니 동산교회 목사

호주는 비교적 살기 좋은 나라 상위에 속해있다고 생각된다. 필자가 호주에 오기 바로 한 해 전인 1988, 연세가 비교적 많으신 담임 목사님께서는 설교하실 때마다 주님 오실 때가 다 된 말세라고 자주 말씀하셨다. 그런데 호주를 한 번 다녀오신 후 그 다음 주 설교에서 "호주에 가보니 아직은 세상 끝이 아닌 것 같더라"고 말씀하셨다.

20년 전에는 지금과 비교가 안될만큼 인간답게 살아갈 조건들이 잘 준비된 나라였다.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기독교적 정신은 지금도 여러 곳에서 흐르고 있다.

   
▲ 크고 놀라우신 하나님의 은혜를 새롭게 느낄 수 있게 한 슬이는 예쁘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슬이라는 아기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필자가 목회하고 있는 교회에 다니는 한 부부가 있었는데, 나이가 40에 이르도록 아기가 없었다. 몇 번 임신을 했지만 안타깝게 도중에 잘못되곤 해서 기도하며 아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다시 임신을 해 크게 기뻐했는데 또 다시 이상이 생겨 태중의 아기를 포기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그런데 수술을 하기 위해 병원에서 검사를 하던 중 아기를 출산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희망이 생겼다. 은혜 중에 아이는 기적적으로 태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아기의 심장에 몇 가지 큰 문제가 있어서 출산 직후 산소 호흡기에 의존해야만 했다. 부모는 의사들과 이 문제에 대해 의논하게 되었다.

의사는 아기의 심장을 수술해 회복될 가능성이 10~20% 정도라고 말했다. 그리고 1차 수술에 성공한다고해도 3개월 이내 다시 2차 수술을 해야하고, 5년 이내에 3차 수술까지 해야 한다는 설명이 있었다. 멜버른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 수술하면 조금은 더 나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상태의 아기를 멜버른으로 데리고 가는 것도 쉬운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그 자리에 동석했던 필자는 "지금까지 이런 경우가 있었는지, 그리고 이럴 때는 어떻게 해 왔느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좀더 솔직한 답변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의사는 어두운 표정으로 이런 경우 대부분은 며칠 동안 어머니가 아기와 정을 나누는 시간을 가진 뒤 아기를 포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그 말에 희망이 별로 없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의사는 지금 즉시 결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할 수 있는대로 빨리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그 자리를 비켜주었다. 

실오라기 같은 희망 속에서 그 날 밤 부모는 아기를 수술하겠다고 결정했다. 자리를 비켜주었던 의사들은 밖에서 아기를 좀 더 나은 멜버른에서 수술을 하기 위해 모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다음 날 아기를 멜버른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의료 항공편이 준비되고 의사들은 이송 도중 유사시를 대비해 응급 수술 장비 등을 갖추어 아기를 옮기게 되었다. 엄청난 병원비나 몇 가지 행정적인 문제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아기는 우선적으로 1차 수술을 받게 되었고 온 교회 성도들은 간절히 하나님께 기도했다.

아기는 하나님의 은혜로 수술을 잘 마치고 시드니로 돌아왔고, 다시 3개월 후 수술을 받고 첫번째 돌을 맞이하게 되었을 때 온 교회가 기쁨과 감격의 시간들을 가졌다. 지면상 다 말하지 못하지만 가슴 뭉클한 순간들이 참 많았다. 인간의 생명이 가장 우선시되는 사회의 흐름, 엄청난 병원비가 어떤 치료보다 우선시 될 수 없다는 생명에 대한 존중이 있었다.

이 아기의 이야기는 몇 년전 시드니 사회의 한 모퉁이를 뭉클하게 만들었던 이야기이다. 낮설고 물설은 남의 나라이지만 하나님의 은혜가 순간 순간 넘쳐나는 축복의 시간들을 살고 있다. 이민자의 삶은 늘 아픔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감격 또한 그만큼 많은 삶의 현장이다. 오늘도 슬이가 유모차에서 내려 아장아장 걷는 모습 속에서 더 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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