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 다양한 여성신학의 주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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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신학동향 ] 3. 여성신학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03월 17일(수) 17:07

여성신학은 매우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우선적으로 여성의 눈으로 성서를 새롭게 읽기를 시도한다. 엘리자베스 피오렌자는 비판적 성서 해석학을 주창했는데 의심의 해석학, 비판적 회상의 해석학, 선포의 해석학, 창조적 실현의 해석학 모델을 제안한다. 그녀에 따르면, 여성신학 입장에서의 성서 해석은 첫째 가부장적, 여성 억압적, 성차별적으로 성서를 해석해 온 전통을 고발하는 단계, 둘째 이 성서 해석의 역사에서 여성 해방적 요소를 발견하는 단계, 셋째 여성신학 입장에서 여성 해방적 성서읽기의 재구성 단계를 거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비록 남성 중심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성서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여성의 역사가 함께 있으며, 특히 초기 예수의 제자공동체는 남성과 여성의 평등한 리더십에 근거한 공동체였음이 밝혀지고 있다. 그리하여 여성들의 상실된 기억을 회상하고, 역사를 재발굴ㆍ재발견함으로써 지금까지 교회가 무관심하였거나 왜곡되게 해석하여 은폐해 왔던 신구약성서에 나오는 여성의 이야기를 여성의 눈으로 여성들의 경험을 포괄하여 다시 새롭게 읽고 해석하여 재건하는 것이다.

또한 여성신학은 하나님 이해를 새롭게 하고자 한다. 전통적인 '하나님 아버지'라는 이름에서 발견되는 가부장적인 색채를 넘어서 여성적인 이미지의 하나님을 제시하거나 성초월적이며 성중립적인 표현 혹은 남성과 여성을 포괄하는 언어 사용을 제안한다. 이는 축도, 세례 예식문의 하나님 명칭에 관련되어 나타난다. 또한 여성신학은 하나님을 왕, 전능자, 강제적 힘을 지닌 분이라기보다는 관계적 존재요, 활동적인 분으로 조망한다. 또한 자기희생적 사랑과 돌봄과 배려를 베푸시는 분이며, 힘을 나누어주는 분으로 묘사한다. 이런 방식으로 성서 안에 드러난 하나님에 대한 이해의 폭이 심화ㆍ확대되었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여성신학은 예수 그리스도를 당시의 성차별적 관습과 의식을 뛰어넘는 진정한 페미니스트로 이해한다. 즉 예수는 성, 인종, 계층 등에 있어 온갖 차별주의를 타파하는 예언자적 해방자로서 새로운 인간성을 선포하고 구현하였으며 정의, 평등, 평화, 사랑의 공동체를 제시하였다는 것이다.

여성신학은 성서와 기독교 전통 안에 있는 평등주의적, 해방적 전통을 회복하여 고양하고자 한다. 이스라엘의 출애굽에서 나타나는 해방자 하나님,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돌보시는 약자 편에 서시는 하나님, 예언자들을 통해 정의의 실현을 촉구하시는 하나님, 사회적 약자와 죄인을 식탁공동체에 초대하시는 예수, 사마리아 여인과 수로보니게 여인과 대화를 나누시는 예수, 마리아와 마르다와의 만남에서 성 고정역할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시는 예수의 모습에서 우리는 해방의 전통을 만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예수가 선포한 하나님나라 공동체는 남녀평등의 공동체였음을 신약성서에 나타난 여성 리더십(브리스길라, 뵈뵈, 유니게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갈 3:28)라는 말씀은 인종, 계급, 성의 평등한 공동체를 지향하는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질서와 삶의 윤리를 시사하고 있다. 이는 교회 안에서 여성 리더십의 회복 및 타당성의 근거가 되며 평등한 제자직을 고양하고자 하는 여성신학의 방향을 제시해준다.

동시에 여성신학은 인간 해방의 실천을 지향하는 프락시스 신학을 추구한다. 즉 단지 여성의 해방만이 아니라 오늘날 다양한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 불평등의 구조에서 고통당하는 약자들과 연대하여 정의와 평등의 공동체를 수립하기 위해 행동하는 신학이다. 21세기에 들어와 세계화, 지구화 그리고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착취와 억압을 당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현실에 주목하고 이를 비판하며 변혁을 위한 대안을 모색한다. 특히 지구화로 말미암아 더 가난해지는 전세계적인 여성의 가난과 지위 하락의 문제도 중심 주제가 된다. 그리하여 단지 여성의 인권 회복과 성차별적 제도 및 관행의 개선만이 아닌 사회 구조의 분석과 비판, 참여로 이루어진 정치적 운동의 차원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신학은 이론과 실천이 반영된 학문적 신학운동이라 할 수 있다. 다음 호에 계속해서 여성신학의 주제들을 다루고자 한다.

신옥수교수(장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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