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 여성신학의 유형 및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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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신학동향 ] 3. 여성신학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03월 09일(화) 17:59

여성신학은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되었다. 먼저 시대별로 구분해 보자. 여성의 경험으로부터 출발하여 전통적 성서해석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엘리자베스 스탠톤은 1895년과 1898년에 걸쳐'여성의 성서'(Women's Bible)를 출간했는데, 이는 여성신학의 전조라고 할 수 있다. 1960년대에 이르러 발레리 세이빙 골드스타인과 메리 데일리 등을 중심으로 소위 여성신학이라고 명명되기 시작한 초기 형태의 여성신학이 등장한다.

이후 1970년대에는 기독교 전통, 성서와 신학, 교회 제도 및 의식 등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함께 교회 여성 해방 운동을 추구하는 여성신학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1980년대부터는 단순한 비판에 머무르지 않고 여성들의 이야기와 경험을 재건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이 전개되었다. 최근에 이르러 포스트모던 환경 속에서 여성의 다양성을 중시하며 표현하는 신학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성차별주의로부터 남녀의 해방과 구원을 추구하는 보편적 과제를 모색할 뿐 아니라 계급, 인종, 민족, 성, 자연 등에 있어 모든 차별로부터 해방의 실천이라고 하는 포괄성을 지닌 신학을 지향함으로써 지평을 확대해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여성신학은 그 성격에 따라 유형을 분류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성서주의 입장이고, 둘째는 개혁주의 입장이며, 셋째는 급진주의 입장이다. 이는 성서와 기독교 전통을 어떻게 대하는가,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상(image)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따라 나뉠 수 있다. 비교적 온건한 성서주의 입장을 취하는 학자로는 레티 러셀, 필리스 트리블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성서가 가부장적 문화의 소산임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성차별이 아닌 인간 해방을 지향한다고 주장한다. 러셀은 성서를 하나님의 해방의 말씀으로 보며, 샬롬의 상태인 남성과 여성의 상호 파트너십을 지향하는 신학을 추구한다. 필리스 트리블은 구약성서 안에서 자녀를 돌보시고 양육하는 하나님의 여성적 이미지를 찾아내는 등 성서의 재해석을 통해 여성신학을 수립한다.

중도적인 개혁주의 입장은 로즈매리 류터, 엘리자베스 피오렌자, 샐리 맥페이그 등에 의해 대표된다. 이들은 우선적으로 성서와 전통 속에 담긴 성차별적 요소를 비판할 뿐 아니라 창조적 재건을 위해 기독교의 언어와 상징, 성서 해석, 신론, 기독론, 성령론 그리고 교회론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 걸쳐 개혁을 주장한다. 류터는 남성과 여성을 포괄하는(inclusive) 하나님의 이미지를 제시하며, 무엇보다도 대립적 이원론에 근거한 온갖 차별주의를 비판한다. 그리하여 교권적 계급주의가 아닌 남녀가 함께 참여하는 유기적 공동체와 생태적 사회를 제안하기도 한다. 엘리자베스 피오렌자는 페미니스트적 관점에서 성서를 읽고 해석함으로써 성서 속에서 여성들의 유산을 재발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샐리 맥페이그는 어머니, 친구, 연인으로서의 하나님 은유를 새롭게 제안하기도 한다.

진보적인 급진주의 입장은 성서와 기독교 전통은 근본적으로 성차별주의적이기 때문에 여성 해방을 위해서는 이를 거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탈성서, 탈기독교를 부르짖는다. 급진주의자로는 멀린 스톤, 캐롤 크라이스트, 후기 매리 데일리, 나오미 골덴버그 등이 있다. 이들은 여신 상징을 추구하기도 하며 여신 종교에서 신학의 자료를 찾는다. 또한 여성의 몸을 긍정하고 여성적 힘을 강조하기도 한다.

이러한 여성신학 유형들은 교회와 신학계에 다양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근본주의나 복음주의 입장은 여성신학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하기도 했지만, 성서주의와 개혁주의 입장의 주장들은 부분적으로 오늘날 신학계에서 존중되는 경향이다. 그러나 가장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던 유형은 바로 급진주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성서와 기독교 바깥으로 뛰쳐나가 여신 종교에 기대는 입장은 상당한 우려를 낳았으며 기존 교회로부터 강력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여성신학은 반교회적, 반복음적, 반기독교적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하였다. 이런 급진적인 여성신학 유형이 일부에서 여전히 맥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여성신학은 교회와 기독교 전통의 범위 안에서 이루어진다. 신학적 논란이 포함된 상호 대화를 통하여 여성신학은 전통 신학과 영향을 주고 받으며 재구성의 작업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신옥수교수/장신대ㆍ조직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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