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신학동향 ] 3. 여성신학
여성신학은 기독교 신학의 역사에 있어서 가장 최근에 등장한 신학들 중 하나이며， 아직도 형성되어 가는 과정 속에 있는 신학이다. 그런데 "왜 여성신학인가?" "남성신학도 말해야 하지 않는가?" 혹자는 이렇게 반문할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대체로 여성신학자들은 전통 신학이 인간 전체의 경험이나 관점이 아닌 남성의 경험과 관점에서만 형성되어 왔음을 비판하면서 페미니스트적인 관점에서 신학을 형성하려 한다고 응답한다.
다시 말하면， 여성신학은 기독교회와 신학의 역사 및 전통 속에서 주변화되고 소외되어 왔던 여성의 경험과 그들의 이야기를 회복ㆍ재구성함으로써 보다 더 온전하고 균형 잡힌 신학을 추구하기 위한 시도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여성신학은 '여성의 신학'(Women's Theology) 혹은 '여성적인 신학'(feminine theology)이 아니다. 또한 단지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신학"만이 아니다. 오히려 여성 해방의 관점과 입장을 지닌 남녀 모두가 함께 신학을 연구할 수 있다. 또한 단지 여성의 해방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진정한 남녀 인간성의 회복， 즉 온전한 인간됨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갈 3:28).
여성신학은 1960년대 이래 활발하게 전개ㆍ발전되어 온 여성해방 운동을 배경으로 한다. 성차별과 억압의 경험에서 자유와 해방의 기치를 높이든 여성해방 운동에 영향을 받은 교회 여성은 성서와 전통에 대하여 진지한 물음을 던지게 되었으며 이에 대한 신학적 성찰을 촉진시켰다. 그리하여 여성신학은 성서해석， 교리와 전통， 교회제도， 예배와 의식 등에 들어 있는 여성 억압적 현실과 성차별주의(sexism)를 드러내는 신학을 전개하기 시작하였다.
뿐만 아니라 여성신학은 성차별주의를 극복하는 데 있어서 남성과 여성의 공동 책임과 역할이 있음을 강조하며， 상호 참여적 파트너십의 관계성에 기초한 인간화를 목표로 한다. 즉 여성들의 자각과 투쟁과 더불어 남성들의 자각과 연대성이 상호 작용하여 형성되는 신학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혹자는 여성신학이 단지 비판신학 혹은 저항신학으로서가 아니라 교회와 신학을 위한 하나의 건설적이고 대안적인 신학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여성신학은 실천지향적인 신학으로서 학문적 신학 운동이요 동시에 교회 여성 운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여성신학은 남성과 여성의 구체적인 삶과 세계관， 문화양식 및 신앙양태 그리고 교회 공동체 삶의 실천적 변혁을 야기하며 신학 패러다임의 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신학이다. 그러므로 여성신학은 신학의 '특수한 분야'가 아니라 '신학함'(doing theology)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것이다.
여성신학은 단수가 아닌 복수 형태의 여성신학들(feminist theologies)로 존재한다. 아시아， 유럽， 북미， 아프리카， 남미， 한국 여성신학이라는 명칭에서 볼 수 있듯이， 지역， 인종， 계층의 다양성에 따른 여성신학들이 태동되고 형성되어 발전하는 가운데 있는 것이다. 참으로 여성신학이 출현한 이후 5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여성신학은 세계 신학계에서 결코 무시되거나 간과될 수 없는 위치와 영향력을 지니게 되었다.
예를 들면， 최근에'여성신학 사전'이 출간되었고， 신학의 각 분야에서 여성신학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성신학적 관점과 통찰력이 전통적인 신학에 영향을 끼치거나 부분적으로 반영되어 온 경우도 볼 수 있다. 여타의 다른 상황신학들과 달리 여성신학은 그 주제의 폭과 깊이， 넓이에 있어서도 점차 심화되고 광범위해지는 경향이며， 지속성에 있어서도 타신학들과 더불어 쟁쟁한 경쟁력을 지닌 신학이 되어 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여성신학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 호부터는 그 동안 적잖은 오해와 신학적 논쟁을 낳기도 했던 여성신학의 모습을 여러 유형과 최근 동향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하겠다.
신옥수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조직신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