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 한국교회와 공적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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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신학동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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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1월 13일(수) 14:41

한국 개신교의 영적 에너지의 분출

한국 개신교는 그동안 역사적으로 하나님의 일터인 이 세상에서 공적인 책임들을 많이 수행해 왔다. 일찍이 한국의 기독교는 계몽차원에서 민족의 희망이었고 한글을 보급하였으며, 최초의 근대식 병원을 세웠고 평등사상을 고취시켰으며, 교육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해 왔다. 그리고 일부일처제와 여권신장에 힘써 왔고, 3ㆍ1운동과 같은 나라살리기운동에도 동참하였으며, 신사참배운동에도 항거하였다. 나아가서 1970년대의 반독재운동과 1980년 남북평화통일운동에도 앞장섰고, 장기기증운동과 태안 앞바다 기름제거 운동에도 두각을 나타냈다. 그리고 최근 경기도 여주의 '아가페 소망교도소'를 세운 것도 우리 한국 개신교의 공적 책임 수행의 일부일 것이다. 한국교회의 공적책임의 증인들은 구름떼 같이 허다하다.

공적신학을 방해하는 신학적 요소들

하지만 우리 한국교회는 이상과 같은 영적 에너지의 분출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분출을 숙고하고 반성하며 그것을 더욱 활성화시키고 파급시키도록 준비시키는 공적신학 전통을 충분히 형성할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우리 개신교 전통 속에는 공적신학을 방해하는 신학적 요소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첫째로 교회와 세상의 적대관계이다. 한국 개신교는 교회를 노아의 방주 유형이나 구명(救命)선으로 여기는 경향이 짙다. 이러한 경향은 '교회와 세상을 분리'시켜서 교회를 '세상이라는 바다'에 떠 있는 외딴 섬으로 만들어 왔다. 또한 한국 개신교는 죄와 죽음의 힘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가르치며, 사단과 마귀가 판을 치고 있는 이 세상은 최후심판과 지옥을 향하여 내달린다고 보면서 이러한 세상과 단절해야만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을 받았다고 가르쳤다(요 7:7; 요 8:23; 요 17:16). 이것이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교회중심주의를 낳았다.

둘째로 영혼과 몸을 갈라놓는 이분법이다. 한국 개신교는 영혼구원을 강조하면서 복음전도를 '구령사업'이라 가르쳤다. 그러다보니 개인의 영혼구원에 치우쳐서 몸과 육체의 영역을 소홀히 여겼다. 전인(全人)의 구원이 아니라 영혼만의 구원을 강조했다. 영혼과 몸을 분리하는 이분법적 사고가 신앙을 지배한 결과, 영혼과 영적인 것의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몸의 영역에 속한 역사적이고 사회 문화적인 가치를 업신여기거나 소홀히 여겼다. 이러한 이분법이 교회의 공적인 책임수행을 방해했다.

셋째로 물량적 교회성장주의이다. 한국개신교는 특별히 산업화시대(1960∼90년대)의 시대정신인 성장 이데올로기와 맞물려서 교회성장에 몰입하며 외형적으로 그 몸집을 불려왔다. 그러다보니 한국 개신교는 물량적 성장주의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러한 성장주의는 하나님 나라의 자람(마 13장)에 역행하는 것이었다. 최근 일부 대형교회의 건축문제도 이와 같은 맥락 속에 있다.

넷째로 맘몬의 지배로 사유화되려는 영생과 하나님 나라이다. 한국 개신교의 성장은 자본주의 사회체제 속에서 진행되었다. 권력의 비호 아래 권력과 결탁해 온 한국 자본주의체제는 공공(公共)의 안녕(安寧)과 질서를 추구하기 보다는 대체로 특권층을 양산하고 기득권층을 보호해 왔다. 이러한 사회현실을 향해 교회가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해야 하는데, 오히려 한국교회 대다수는 맘몬의 지배에 예속되어서 자주 기득권층을 대변하였다. 이러한 교회는 이 세상에서 하나님 나라를 위한 공적책임을 결코 수행할 수 없었다.

세상은 하나님의 드넓은 작업장

그런즉, 한국 개신교는 세상에 대한 적대관계, 영혼과 몸의 이분법, 개인구원과 영혼구원, 개교회주의와 교회 성장주의, 그리고 영생과 하나님 나라의 사유(私有)화로 인하여 하나님의 드넓은 작업장인 이 세상에서의 교회의 공적책임 수행에는 너무나도 미흡하였다. 이와 같은 요소들은 에큐메니칼 운동과 교회의 공적책임 수행에 대한 저해요인들이다. 그래서 필자는 다음 글에서 하나님 나라의 지평에서 '교회와 세상(국가)'을 조명하면서 오늘날 한국사회의 공적 이슈들에 대하여 탐구하려고 한다.

이형기 장신대 명예교수ㆍ공적신학과교회硏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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