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몸붙여 사는' 사람들?

일본에 '몸붙여 사는' 사람들?

[ 디아스포라리포트 ] 재일대한기독교회 '동경조후교회'편…<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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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23일(수) 10:00

   
김병호목사 / 일본 선교사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동포라 할지라도 일본국적을 취득하는 일은 쉽지도 않지만 그리 썩 마음 내키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과거 한일간의 불행한 역사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일본국적을 취득하는 일이 곧 1백년 전에 있었던 굴욕적인 한일합방을 당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재미 동포들이 미국 시민권을 받으면 주위 사람들이 축하해 주지만 재일동포들이 일본국적을 취득했다고 주위에서 축하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른나라의 경우는 아무리 그 나라 국적을 취득했다 하더라도 한인 공동체를 벗어나는 것이 아니지만, 일본에서 귀화를 한다는 것은 극소수의 기독교인을 제외하고는 재일동포 공동체와는 결별하는 것이고 일본인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재일동포의 일본으로의 이주는 타지역 한인 이민의 역사와는 달리, 일제의 강제 징용과 징병으로 끌려온 이들과 조국에서 삶의 터전을 잃고 일본 땅에 유입된 실향민들이 자유를 늑탈당하고 나라없는 설움과 모멸찬 차별 대우를 부등켜 안고 고난의 가시밭 길을 걸어온 역사였다. 마치 유다가 망하여 바벨론으로 끌려갔던 포로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일제는 민족말살 정책과 내선일체 정책 등을 통하여 우리 백성들을 한반도에서 쫓아내고 일본인들을 한반도에 이주시키는 일에 주력하였다. 1945년 해방이 되었을 때에 일본에 살고 있던 우리 동포들이 2백만 명이 넘었다. 일본이 패전하고 조국은 해방되어 수많은 동포들이 귀국선을 타고 조국으로, 고향으로 돌아 갔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귀국선을 타지 못한 약 60만의 동포들이 일본에 남게 된 것이다.

그 당시 귀국을 했던 이들은 그래도 돈을 벌어서 땅이나 집이라도 장만할 수 있었던 사람, 기술이 있었던 사람, 배운 사람, 즉 갈 곳이 있고 오라는 곳이 있었던 사람들이었지만 그 반대의 사람들은 일본에 남게 되었던 것이다.

   
▲ 1955년경 동경조후교회 성도들의 모습.
해방된 조국이 강대국에 의해 남북으로 나누어지면서 조국의 분단이 곧 재일동포 사회도 이념을 달리하는 민단과 조총련으로 분리되어버리는 불행한 역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 북한 정권은 돈과 조직으로 재일동포들을 매수하였고 일본 전역에 그들만의 신용조합인 '조선은행'을 설립하였으며 민족학교인 조선학교를 초ㆍ중ㆍ고ㆍ대학까지 1백60여 개를 설립하였다, 그 결과 많은 재일동포들이 그들의 출신 고향(남한 출신이 대부분이다)과는 관계 없이 북한 국적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에 비하면 남한 정부는 재일동포 정책에는 방관하였다고 볼 수 있다. 제대로 된 민족학교 하나 못세운 것이다. 그 결과 지금도 조총련 소속의 동포 2세대들은 우리말을 잘 하지만 민단 소속의 2세대들은 우리말을 거의 못한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안고 오늘에 이른 재일동포는 일본에서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온갖 차별과 멸시 속에서 살아 남아 왔으며 그러한 아픔의 상흔이 아직도 도처에 남아있다.

그런 의미로 볼 때에 재일동포는 'Japanese dream'을 추구하는 이민자들이 아니고 고난의 역사 속에서 가시밭 길을 걷고 있는 나그네라 할 수 있다. 출애굽기 23장 9절에 '너는 이방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라 너희가 애굽 땅에서 나그네 되었었은즉 나그네의 사정을 아느니라'고 하였는데, 여기의 나그네를 일본어 성경에서는 '기류자(寄留者)'라는 표현을 하였고 우리말 공동번역 성경에는 '몸붙여 사는 사람들'로 번역하였다. 그렇다. 재일동포는 기류자이며 일본에서 몸붙여 사는 사람들인 것이다.

이러한 재일동포에게 지난 1백년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며 고난의 역사와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밝은 미래의 꿈을 심어온 디아스포라 마이너리티 공동체가 바로 재일대한기독교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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