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바디스 고등학교(?)

쿼바디스 고등학교(?)

[ 입시사교육바로세웁시다 ] < 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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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24일(화) 19:11

정병오/좋은교사운동본부 대표

외고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물론 전제를 해야 할 것은 현재 외고에서 헌신적으로 가르치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외고에 속한 식구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수도권에 종합적인 입시명문고를 지향하는 외고가 너무 많이 생겨, 여기에 진학하기 위해 학생들의 공부 부담,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 중학교의 교육파행, 일반 고등학교의 슬럼화 현상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마치 모든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서열화된 상태에서 고입과 중입 시험 준비로 모두가 고통을 당하고 교육이 파행으로 치닫던 1970년대 초로 돌아간 상황이라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인지도 모르겠다.

1970년 초에 정부가 시행한 중학교와 고등학교 무시험 추첨입학(평준화)은 대학서열화와 학벌주의가 엄연한 우리 현실 가운데서 고등학생들의 대입경쟁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초등학생들의 중입 경쟁과 중학생들의 고입 경쟁은 완화시켜주자는 취지에서 나왔고, 이는 지난 30년 우리나라 초ㆍ중학생과 학교를 어느 정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평준화 체제를 보완하고 특정 분야의 영재를 양성한다는 명목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특목고의 확대, 사립학교의 자율성 보장의 명목으로 시작된 자립형 사립고, 그리고 내년부터 도입되는 자율형 사립고 등으로 인해 다시 고등학교는 서열화되고, 초ㆍ중학생들의 입시고통이 강화되기 시작했다.

특정 분야의 영재는 반드시 육성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영재를 고등학교 단계에서 이들을 특별한 학교로 묶는 방식이 아닌, 초등학교 때부터 모든 시기에 방과 후나 방학을 이용한 특별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획일성을 벗어나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또한 특별한 몇몇 고등학교에 제한할 것이 아니라 모든 고등학교에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야 다양화된 교육이 가능하다. 그리고 초ㆍ중학교는 의무교육이고, 고등학교도 국민보통교육의 틀 속에 있다고 볼 때 특정 학교에 과도한 지원을 할 것이 아니라 모든 학교와 학생에게 비슷한 수준의 지원이 되어야 한다.

얼마 전 좋은교사운동에서는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교육과정의 다양화와 자율화', '교육여건과 지원의 평준화', '학생선발 방식의 선지원 후추첨'이라는 3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이 3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실천에 들어갈 때 외고 문제를 포함하여 우리 고등학교 체제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혼란과 아이들이 겪어야 할 무한 경쟁의 무거운 짐 문제가 해결되리라 본다. 나아가 초ㆍ중학교의 교육 문제도 제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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