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섬김ㆍ봉사의 본 보여

노인들, 섬김ㆍ봉사의 본 보여

[ 땅끝에서온편지 ] < 8 > 선교의 접촉점, 경로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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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21일(수) 11:42

카자흐스탄 김상길선교사

선교지에서 겪는 많은 문화적 차이 가운데 가정적 구조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이혼도 많고 나이가 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더 이해하기 힘든 것은 어머니와 딸이 한 아파트에 살면서도 식사를 따로 하며, 한 냉장고를 쓰면서도 칸을 나누어 사용한다는 것이다. 부모들이 자녀가 어릴 때는 그들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다가도 18세가 되면 더 이상 돌보지를 않으려 하는 것이 우리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 것을 많이 느낀다. 그래서 젊은이들도 빨리 독립을 하지만 노인들도 대부분이 혼자서 외롭게 살아가는 것이다.

1998년 교회를 건축한 후 주중에 남아 있는 공간을 이용하여 무슨 사역을 할까 생각하다가 노인들을 위한 경로대학을 열기로 하였다.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갖가지 프로그램과 맛있는 식사를 준비하여 드리는 것이다. 주변에 그러한 사역을 하는 사람이 없어 염려가 되면서도 무료하게 보내고 있는 노인들이 많은 것을 보고 경로대학을 열었다. 나이가 들면서 누구도 초대해 주지 않으며 갈 곳조차 잃어버리고 사는 그들에게 경로대학은 참으로 흥미롭고 아주 신선한 프로그램이었다. 젊은 시절 곱게 차려 입었던 드레스를 꺼내 입으며 마음껏 멋을 내고 교회로 나오는 노인들을 보며 진정 이들에게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 경로대학의 '춤 경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분장한 지역 노인들.


교회를 나오기 까지는 다리가 아프고 허리가 아파 절뚝거리며 나오는 사람들이 춤추는 시간만 되면 마치 젊은이들처럼 춤을 멈추지 아니한다. 너무나 즐거워하며 얼마나 열정적으로 참여를 하는지 방학을 갖는 것을 싫어하는 대학이 경로대학이다. 한 가지 문제는 경비였다. 한 학기를 보낼 때마다 많은 경비가 소요되어 그것이 좀 염려스러웠지만 그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자신의 신앙은 모슬렘이라고 말하며 교회는 나오지 않지만 이 프로그램을 너무나 좋게 본 카자흐의 한 젊은 사업가가 8년 동안 매 학기마다 전액 후원해 주었다.

지난 세계의 경제 위기로 인하여 더 이상 후원이 힘들게 되었지만 그 후 또 다른 사람이 이것을 후원하게 되었다. 하나님의 도움의 손길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며 이 프로그램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프로그램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9년을 이어왔다. 그동안 소문이 나서 국영 TV에 두 번이나 방영이 되었으며 구청에서는 이 프로그램을 좋게 여겨 권장 사업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노인들 자신들도 이제는 도움을 받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들도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자체적으로 잘 준비하여 위문 공연도 다니며 또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봉사를 하는 것이다. 사실 공산주의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위하여 희생하며 섬기고 봉사한다는 것은 별로 생각해 보지 못한 사람들이다. 모든 복지 시스템이 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봉사한다는 것은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사실 이곳의 노인들은 공부도 많이 하고 달란트가 많은 노인들이지만 사회적 구조로 말미암아 그것을 발산할 기회가 없었는데 경로대학은 그런 의미에서 이들의 삶의 탈출구이다. 연극을 하던, 시 낭송을 하던 무슨 프로그램이든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경로대학을 나오면서 그들의 삶이 달라지게 되었다. 활기가 넘치고 섬김으로 말미암아 얻어지는 기쁨을 맛보게 된 것이다. 경로대학은 노인들에게 교회가 그들의 삶에 가까이 있음을 알게 하고, 교회에서 봉사하는 것을 재미로 느끼게 하였다. 믿음이 없던 노인들 이었지만 이제 교회 청소를 하는 것이나 교회 모든 화분을 관리하는 것은 모두가 노인들의 몫이다. 심지어 주일 예배 후 식당에서 설거지 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노인들이 섬김과 봉사의 본을 보임으로 다른 젊은 교인들에게 아주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는 어느 나라이든 노령화 사회가 되고 있다. 이곳 카자흐스탄도 예외는 아니다. 노인의 인구가 점점 늘어나면서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이 카자흐에서도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많은 교회들이 경로대학을 열어 사회적 봉사를 하는 것은 선교적으로 아주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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