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맛있는 교회, 멋있는 교회

(3) 맛있는 교회, 멋있는 교회

[ 디아스포라리포트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08월 26일(수) 16:02
   
▲ 주일 음악예배 중에 연출된 유쾌한 장면. 찬양교회에서는 언제나 유쾌한 웃음이 넘친다.

후배 목사가 내게 물었다. "목회가 재미있으세요?" "재미있다"고 말해 주었더니, 자기도 "막 시작한 담임 목회가 퍽 재미있다"고 했다. 그 말 끝에 내가 "여기서는 목회가 재미있다고 말 하는 게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아닌 게 아니라 이민교회에서 목회 재미있다는 목사를 별로 만나지 못했다고 동의하면서 그 목사가 한 대답이 걸작이다. 자기는 "목회가 재미있다고 했지, 목회가 잘 된다거나 목회를 잘 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목회를 재미로 하는 건 아니지만, 목회가 재미있지 않다면 세상에 이민 목회처럼 힘든 일도 많지 않을 것이다. 교회를 재미로 다니는 건 아니겠으나, 교회 출입이 재미있지 않다면 그거야 말로 말 안되는 것 아닌가. 나는 기쁨이 신앙의 주된 분위기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우리 교회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 하나님을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표방하고 있다. 신앙은 하나님을 즐거워하는 일과 다르지 않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야 말로 바른 교회일 것이다. 하나님의 기쁨과 성도의 즐거움이 어우러지는 교회가 좋은 교회이다.
 
누구 말마따나 교회 간판을 걸어 놓고 열심히 하기만 하면 교회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고, 그에 따라 교회의 형편도 크게 달라졌다. 아무리 애를 써도 목회가 어려운 세상이 온 것이다.
 
이민교회만 해도 그렇다. 내가 사는 중부 뉴저지에 43개의 한인교회가 있는데 많은 교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규모 있는 두 교회가 이 지역에 두 곳의 교회를 개척했는데 결국은 5~6년 만에 문을 닫았다. 개척 교회 6년에 등록된 가정이 두 가정이라면 믿어지겠는가. 그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교회가 어떻게든지 매력적인 곳이 되지 못하면, 교회도 문 닫는 세상이 된 것을 인정해야 한다. 교회의 사명을 굳게 붙드는 한 편으로 세세한 데까지 신경을 써서 교회를 멋있는 곳으로 만들지 않으면 풍성한 교회는 어림도 없게 되었다.
 
우리는 교회 건물을 설계할 때에 '교회 같지 않은 교회'를 주문하였다. 천장은 높고 복도는 넓다. 로비와 본당으로 들어가는 복도를 합한 면적이 본당 크기만 할 것이다. 주일에 세 번 드리는 예배의 이름이 '이른비', '큰비', '늦은비' 예배이다. 우리는 교회학교 대신에 '어린이교회', '청소년교회'라고 부른다. 따라서 우리 교회에서는 교육전도사들을 어린이교회 전도사, 청소년교회 전도사라고 부른다.
 
주일이면 어른들은 교회에, 자녀들은 학교에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교회에는 헌금 종류가 십일조와 감사헌금, 지정헌금이 있을 뿐이다. 주일예배 외에 특별 집회라고 헌금하는 일은 좀처럼 없다. 우리 교회 모임 시간은 5시50분, 9시45분, 뭐 이런 식이다. 괜히 튀어 보자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그렇게 정했을 뿐이다. 주보에 예배 순서가 없다. 디자인 전도사가 있다. 목사 장로가 예배 끝난 뒤에 예배당 문 앞에 서서 사람들과 악수하며 인사하지 않는다. 목사가 친교실처럼 활용하는 복도와 로비를 돌아다니면서 자유롭게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어떤 이들이 '목사같지 않은 목사'라고 말하는 것을 나는 칭찬으로 여기고 있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수가 많았는데도 실수 했다고 박살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목사가 실수하면 교우들이 오히려 좋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야기가 너절해졌다. 교회도 개성이 있어야 세상에 매력적인 교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을 하려던 것이 이렇게 되었다. 아무쪼록 여기나 거기나, 이래서 멋있는 교회, 저래서 맛있는 교회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허 봉 기
목사ㆍ美 찬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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