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와 원주민

디아스포라와 원주민

[ 디아스포라리포트 ] '호주 연합교회'편…<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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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7월 29일(수) 09:26

양명득/목사ㆍ호주연합교회 NSW주총회다문화목회부 총무

   
디아스포라의 여정은 우리에게 많은 사람과 새로운 이웃을 만나게 한다. 그중에 멀리할 수 없는 만남이지만 피하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그 땅의 원주민들이다. 대부분의 디아스포라들이 사는 곳에 오랫동안 살아온 원주민들이 있는데 그들과의 관계는 무관심내지는 적대적인 상황이다.

호주의 한인이민자와 교회들도 백인들과의 사이나 다른 종족들과의 다문화 관계는 돈독히 하려는 노력이 있어 왔지만, '애보리진'이라 불리는 원주민들과는 왕래가 거의 없든지 아니면 선교의 대상으로만 여겨 온 것이 현실이다.

마찬가지로 원주민들도 우리같은 디아스포라에게 큰 관심이 없다. 그들의 주된 관심이 호주백인들과의 관계에서 발생되기 때문이다. 또한 '다문화정책'이 이민자들에게는 공감과 동기를 주는 정책이지만, 많은 원주민들은 그 정책을 자기들의 투쟁을 약화시키는 내용으로 의심스럽거나 부정적인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선교국 사무실에 펄 위마라는 원주민 동역자가 있다. 이 분은 그동안 만난 원주민들과는 많이 달랐다. 그녀의 외가쪽 할머니 할아버지는 '빼았긴 세대'로 인하여 고난을 받았는데, 펄은 우리 이민자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하고 함께 일하기를 원했다. '도둑맞은 세대 (Stolen Generation)' 혹은 '빼았긴 세대'란 1910년대부터 1970년까지 호주 전역에서 시행된 원주민 동화정책이다.

필자가 지난 10년간 진행해 오는 다문화 관계 워크숍에 펄은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원주민 시각에서 도움을 주기도 하고 또 때로는 무서운 비판도 아끼지 않는다. 그런 그녀가 감사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고민도 없지 않다. 그녀는 한번 말을 시작하면 10분이고 20분이고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워크숍을 진행해야 하기에,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면 어쩔 수 없이 중간에 끼어들어야 하는 곤혹스러움도 여러 차례 있었다. 그만큼 펄은 원주민들을 대신하여 우리에게 해 주고 싶은 말도 많고, 쌓인 것도 많고, 그리고 상처도 깊은 것이다. 본인의 아픈 이야기로, 눈물의 이야기로 그녀는 우리를 조금씩 조금씩 감동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펄은 웃으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백인들이 우리들의 가정을 분리시키고, 또 다시 가족을 찾을 수 없도록 성까지도 다 바꾸었었지만 그들은 우리를 모른다. 기록에 성은 바뀌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문서문화가 아니고 구전문화이다.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헤어진 우리의 가족들을 계속 찾을 것이고, 결국 우리의 땅도 찾을 것이다."

펄의 고향은 호주대륙 최북부에 있는 서스데이 섬이다. 그 섬은 우리 한인이민자들과도 관련이 깊다. 1921년 최초로 호주에 도착한 김호열 교사도 그 섬을 통하여 입국하였기 때문이다. 펄은 언젠가 나를 그 섬에 데리고 가겠다고 한다.

디아스포라의 여정중 여러 만남이 있지만 그 땅의 원주민과의 관계는 꼭 형성되어져야 할 부분이다. 호주의 과거역사만 논한다면 그 후에 온 우리 이민자들의 역할은 없을 지 모르지만, 현재와 미래를 생각한다면 우리 이민자도, 원주민도, 그리고 백인들도 모두 호주인이기에 함께 화해하고 공유해야 한다.

지난 해 호주역사에 기록되는 큰 순간이 있었다. 새 정부 노동당이 들어옴에 따라 케빈 러드 수상은 선거공약대로 '빼았긴 세대'와 그 자손, 그리고 그들이 겪은 고통에 대해 "We are sorry"라고 공식 사과했다. 과거의 오점을 인정하고 진정한 화해를 이루어 앞으로 모든 후손들이 함께 살아가는 국가를 건설할 미래지향적인 사건이었고, 많은 호주인과 원주민들이 그 장면을 보며 눈물지었다. 어느 신문기자의 말대로 정말 호주 백호주의의 마지막 잔재가 사라지는 모습이었다.

호주연합교회 총회는 이미 1985년 과거사에 대하여 원주민들에게 공식 사과하였고, 원주민 교회들이 스스로 목회와 선교를 할 수 있도록 전국원주민협의회를 창설하였다. 그리고 몇년 전인가 호주연합교회의 한인준노회는 퀸즈랜드에 소재한 원주민협의회 사무실과 신학교를 방문하여 관계형성을 도모하였다. 이는 하나님께서 디아스포라교회에게 주신 화해의 사명, 포기할 수 없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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