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와 인종차별

디아스포라와 인종차별

[ 디아스포라리포트 ] 디아스포라 리포트 '호주 연합교회'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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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6월 11일(목) 11:28
   
▲ 반 인종차별 교육 워크숍의 한 장면.

양명득/목사ㆍ호주연합교회 NSW주총회다문화목회부 총무


"왜 이런 워크숍을 하려고 합니까? 우리 교회에는 인종차별 없습니다."

호주연합교회 NSW주 총회 다문화목회부 총무로 2000년 초 필자가 부임하고 처음으로 실행하려는 '반 인종차별 교육 워크숍에 제동이 걸렸다. 호주연합교회는 호주의 많은 교단들 중 1985년 처음으로 스스로를 다문화교회로 총회에서 선포하고, 적극적으로 이민자들을 포용하기 시작하였다. 이들 중 대부분이 아시아와 남태평양에서 온 사람들로 호주교인들의 교회당을 빌려 예배를 드리며 디아스포라 공동체를 이뤄나가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마찰이 생기고 분쟁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었다.

한 교회당을 쓰며 좋은 관계 속에 잘하려고 하는데 왜 이런 긴장이 일어나는 것일까? 디아스포라들이 이르는 곳은 빈 땅이 아니라 반드시 타 종족들이 살고 있는데, 이들과의 관계는 무엇이며,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마찰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결해야 할 것인가? 성경의 유대인 디아스포라들은 이 질문에 어떻게 접근했으며, 하나님은 어떤 말씀을 하셨는가?

필자가 경험한 다문화목회는 좋은 의도나 마음만 가지고는 불충분하고,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다문화교육을 서로 주고 받을 때 건전한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특히 대부분 종족들이 가지고 있는 자기민족 중심사상 혹은 자기민족 우월태도에 대한 깨달음과 회개가 중요하였는데, 한마디로 서로가 서로에게 가하는 무의식적인 (때로는 의식적인) 인종차별이 상처를 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호주연합교회 호주인들이 우리 이민자들에게 얼마나 친절하게 잘하는데 왜 이런 불편한 워크숍을 하려고 합니까?" 놀랍게도 이민자들 중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결국 첫 워크숍이 2일 동안 주총회의 리더들을 대상으로 먼저 시행되었고,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두 개 이상의 종족이 모여있는 다문화교회에 꼭 선행되어야 할 교육으로 추천되었고, 그 후 호주 전국적으로 대부분의 주총회에서 이 워크숍이 시행되었다. 시드니 소재 호주연합신학대학에서는 신입생들이 필수적으로 마쳐야 하는 코스로까지 발전하였으니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게만 보인다.

디아스포라들은 대부분 자기 종족을 떠나 타향에서 소수민족으로 가정과 교회를 이루며 살면서, 여러 종류의 차별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때로는 피해자가 되고 때로는 가해자가 되는 이 경험이 이민자 자신과 또 다민족교회의 정체성과 관계에 심오한 영향을 끼치며, 우리의 후세들에게까지 전달된다. 필자가 호주로 이민 왔던 1980년대 초에는 인종차별이 월남인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인들에게 가해졌는데, 요즈음에는 주로 중동계 이민자들이 타겟이 되고 있다. "Where do you come from?(어디에서 왔습니까?)"하는 인사가 이제는 친근한 대화의 시작이 아니라, 그 질문의 톤과 장소에 따라 심문이 될 수 있는 복잡한 인종관계의 시국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호주 백호주의가 정치적인 플랫폼에서는 사라졌지만 많은 호주인들의 가치관 속에는 아직도 생생한데, 그들과 더불어 어떻게 교회를 이룰까. 뿐만 아니라 수백 종족이 되는 이민자들간에도 내면화 된 인종차별과 반목을 넘어, 어떻게 서로 협력하여 이 땅을 복음화할까.

인종차별이 다른 종족들을 향한 특정 개인과 집단의 적극적인 (때로는 소극적인) 생각과 행동의 폭력이라 한다면, 지난 세기에는 생물학적이고 혈연적인 근거에서의 차별이었고, 현세는 문화적이고 종교적인 차별의 성격이 강하다. 하나님이 우리를 디아스포라로 부르신 이유는 어쩌면 막힌 담을 허물고 화해케 하는 그리스도처럼, 인종들과의 관계 속에 평화의 다리가 되라고 하신 것은 아닐까.    미국의 앤드류성 박 교수는 변형신학 혹은 변화신학 (Theology of Transmutation)을 말하는데 소수민족이 이민이라고 하는 고단한 상황에서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한', 즉 '깊은 상처'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깊은 상처에서 우리는 고침을 받아야하고 해방을 받아야 하는데, 이것이 구원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소수민족이 단순히 피해자 혹은 희생자만이 아니라 우리도 때로는 가해자이고, 상황에 따라 가해자도 피해자도 되는데 여기에서 서로 회개하고 고침을 받아야 한다. 디아스포라는 주류사회와 소수민족 사회가 서로의 죄에 도전하고, 또 서로가 가지고 있는 하나님의 형상에 대해 확인 하면서 변화되어야 한다. 이것이 디아스포라들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특별한 축복이자 기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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