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와 다문화 공동체

디아스포라와 다문화 공동체

[ 디아스포라리포트 ] 디아스포라 리포트 '호주 연합교회'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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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6월 02일(화) 18:40

   
▲ 하나님께서 우리를 세상에 흩어지게 하시는 데에는 크고 놀라운 섭리가 작용한다. 이민교회에서의 다문화의 경험이 더넓은 복음의 지평을 깨닫게 하고 신앙의 깊이를 더해주는 것이다.

디아스포라의 의미를 '땅끝까지 흩어진 하나님의 공동체'로 이야기 한다면, 자의로 떠난 이민이든 아니면 강제로 떠나야 했던 이주이든 그 배후에는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와 목적이 있다. 초대교회인 예루살렘교회가 그랬다. 성령을 받아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고 하신 하나님의 말씀이 있었음에도 제자들은 예루살렘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동족인 유대인들을 향한 설교와 기적을 통해 체험하는 승리의 기쁨이 너무 큰 탓에 길 떠나지 못했던 것일까.

결국 하나님은 강제로 흩어지게 하셨는데 스데반의 순교를 시작으로 한 박해를 통해서였다. 그 흩어짐 속에서도 제자들은 예루살렘을 떠나지 않았고(행 8:1), 흩어진 자들도 대부분 여전히 유대인들에게만 전도를 하고 있었다(행 11:19). 그런데 그 중 몇 사람이 안디옥에 이르러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했고 많은 이들이 믿게 되었다. 13장1절에는 안디옥교회의 지도자 다섯명의 이름을 소개하고 있는데 바나바와 사울을 비롯한 이방인들이었다. 안디옥교회는 이민교회였고, 아시아, 지중해, 아프리카 등지에서 모인 교인들이 형성한 다문화교회였다.

왜 베드로나 야고보 같은 큰 지도자들이 있었던 예루살렘교회에서 그리스도인이라 칭함을 받지 못하고, 안디옥교회 같은 다문화교회에서 비로소 칭함을 받았을까.

흩어진 자들은 여행 도중에 혹은 여행끝에 만나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타민족들이다. 이들과의 관계는 말 그대로 '스윗 앤드 사우어'(sweet and sour)라는 말처럼 달콤하기도 하고 시기도 한 관계였다. 서로 교제하며 치유해주는 축복된 일들도 많았던 한편 차별과 분쟁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다문화공동체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이 다양하게 창조하신 세상을 이해하고, 돌보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이며 단일문화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하나님의 본성과 섭리를 체험할 수 있다.

마주오카라는 일본계 미국 신학자는 이 과정을 '거룩한 불안정'이라고 불렀다. 디아스포라로 흩어지고 땅 끝에서 정착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여러가지 상황으로 불안정한 삶을 살게 되지만, 그저 불안정만 한것이 아니라 거룩한 불안정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그 여정이 우리가 하나님을 집중적으로 만나고, 하나님이 주시는 새 사명을 깨닫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땅 끝 다문화의 경험이 우리에게 새 삶의 지평과 신앙의 깊이를 더해준다.

호주에 많은 한인교회들이 이런 경험을 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예배당을 함께 사용하든지, 공동으로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든지, 아니면 아예 한 교회를 이루어 선교하고 있다. 때로 한국보다 더한 한인들만의 단일공동체를 이루어 성을 쌓는 이민교회도 있지만, 대부분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타민족들과 관계를 맺으며 일하고 있다.

호주연합교회 주총회에서 다문화목회부 총무로 10년 가까이 재직하면서 기억에 남는 한 목사님이 있다. 이 목사님은 한국에서 목사가 된 후 호주에서 한인교회를 개척했다. 한인사회의 교민들과 유학생들을 열심히 전도했고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봉사하며 목회를 했지만 교회 성장은 따라주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몸까지 아파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입원 중에 간호사와 의사들의 돌봄을 받기 시작했는데, 어느날 그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타민족들이라는 사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전에는 별 관심도, 상관도 없었던 중국인, 인도인, 남태평양인들이었는데 이들을 보면서 "이들이 왜 이렇게 나를 돌보며 섬기고 있는 것일까, 그동안 나는 왜 이들과 친구되지 못하고 한인들에게만 매달려 왔을까"라는 묵상을 하기 시작했고, 퇴원한 후에 다문화교회 사역에 대한 기도제목을 가지게 되었다. 결국 그 목사님은 호주교회에서 목회실습을 마치고 현재 다문화교회에서 여러 민족을 섬기고 있다.

디아스포라의 여정은 하나님의 축복이다. 새로운 영적인 스카이라인을 우리에게 주실 뿐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가 어떠한 것인지 미리 체험하고 살게 하시기 때문이다. 이민교회인 안디옥 다문화교회에 가서야 비로소 그리스도인이라 칭함을 받은 사실에 감사하고, 그 이름대로 모든 언어와 민족이 보좌 앞에서 큰 소리로 외쳐 예배하는 날을 희망한다.


양명득
목사ㆍ호주연합교회 주총회 다문화목회부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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