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교회에 다리 놓기

양국 교회에 다리 놓기

[ 디아스포라리포트 ] 디아스포라 리포트 '영국 빌스톤ㆍ파크회중교회'편…<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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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5월 14일(목) 10:08
   
▲ 지난 2월에 있었던 유아세례식. 한국에서는 절기별로 십 여명을 동시에 집례하기도 하지만 영국교회 현실에서는 두 아이에게 동시에 세례를 주는 것이 아주 드문 경우다.

작년 말 만추지절에 본인이 이곳에서 섬기고 있는 회중교단 총무로부터 연락이 왔다. 웨일즈에 있는 교회에서 어느 한국인 목사 한 분을 담임목사로 청빙하고 싶은데, 혹 그분과 면식이 있는지, 그리고 그분과의 인터뷰 일정이 잡혀 있는데 동석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문의였다.

교단 총무께 기꺼이 참석하겠노라 다짐드리고 약속한 날짜에 기차역으로 향했다. 한참을 내리닫고 있는 열차 창가로, 한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짙은 안개 속에서 놀라운 현상을 경험했다. 평소에는 어찌 쳐다볼 수도 없었던 태양의 윤곽을 뚜렷이 바라볼 수 있었다. 여전히 두 눈을 비비게 할 만치 눈부신 형체였으나, 그 짓궂은 안개의 힘을 빌어 해님의 모양내를 잠시 훔쳐볼 수 있는 행운이 있었다. 하지만 그 행운보다는 그것을 통해 깨달은 은혜가 더 놀라웠다. 한치 앞을 내달을 수 없는 인생사 속에서 우리는 쉬 절망하고 쉽게 포기하지만, 그러한 불투명한 환경이 오히려 밝고 광명하신 그 분의 실체를 잠시나마 감히 올려다 볼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기독공보에 글을 연재하면서 필자 스스로를 돈키호테 목사에 비유했다. 허울좋은 열정에만 사로잡혀 상대에 대한 깊은 배려와 이해 없이 좌충우돌하는 겉만 기사인 돈키호테가 나의 자화상인지 모르겠다. 한국교회의 가장 보편적인 신학교육을 받고, 가장 보편적이고 대표적인 교회에서 목회수련을 받아 그 교회가 낳은 지극히 평범하고 보편적인 목사인 나의 자화상이 돈키호테라 한다면, 어찌 보면 바로 한국교회의 자화상이 바로 돈키호테가 아닐까? 급속한 수적성장에만 급급해 '꿩 잡는 것이 매'라는 식으로 오직 대형교회 목회일로에만 목을 메고, 사회 안에서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여 그리스도의 사랑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전파하는 신앙의 질적 성숙은 안중에도 없으며, 선교지에서도 현지인에 대한 연구나 또한 그들의 문화나 구조에 대한 존중과 배려없는 일방적인 공격적 선교형태야말로 허울 찬 돈키호테적인 한국교회의 자화상이 아닌가 싶어 입맛이 쓰기만 한 것이 어찌 부족한 이 사람만의 소견이겠는가?

한국교회가 처한 작금의 현실이 절망스럽고 안타깝다만서도 오히려 이런 시기야말로 하나님의 은총과 복음의 절대성을 분명히 깨달을 수 있는 기회라 믿는다. 영국교회는 이미 정상에서 내리막을 달리다 못해 바닥을 친 상황에까지 이르렀다고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렇다, 그런 영국교회이기에 이들의 뼈저린 경험은 안개 속에서 태양을 바라보듯, 그들이 가진 신앙에 대한 보다 본질적이고 실존적인 확신 위에 설 수 있도록 만들어 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시 웨일즈 얘기로 돌아가보자. 현지에서 만난 그 목사님은 참 좋은 분이셨다. 좀 미안한 말이지만, 이른바 한국에서는 군소교단 출신의 아무런 백그라운드도 없는 젊은 목사였으나, 복음과 선교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그 목사에 대해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긍정적인 평가를 해 드렸고, 필요하다면 미흡하나마 그 분의 후견인이 되어드리겠다고 전했다. 내가 알기로 지금까지 목회를 잘 하고 계시는 것으로 전해 듣고 있어 그저 감사하기만 하다.

지금 영국교회는 매일같이 문을 닫고 있으며 그나마 목회자의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그와는 반대로 한국에서는 목회자의 수가 교회가 요구하는 수준 이상으로 늘어나, 이른바 수급의 균형이 무너질 지경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팽배하지 않는가? 기회만 된다면 한국 내 우수하고 성실한 목사들께서 목회자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 이곳에서 사역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본인이 이곳에서 사역하고 있는 분야에서 또 다른 중요한 부분은 바로 한ㆍ영 양국 교회 사이에 다리를 놓는 것이다. 몇 해 전에도 이곳의 노회와 본교단 모 노회와 자매결연을 맺으려 거의 마무리 단계까지 이르렀으나 몇 가지 행정적인 절차들로 인해 지금까지 답보상태로 남아있어 유감스러울 뿐더러 관계자분들께도 송구스럽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들이 계속 이루어져야 하고 또 다른 형태의 가능한 협력을 모색하고 시행해야 한다.

영국이 제1세계 유럽지역의 선봉에 서 있다 하여, 그리고 기독교의 오랜 전통을 가진 국가라 하여 이곳을 외면한다면, 1백50여 년 전 복음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는 우리를 위해 자신을 비롯한 가족들의 헌신으로 복음을 전한 그 분들과 또한 그들을 파송하고 후원한 영국교회의 빚을 잊어버린, 중뿔나고 은혜도 의리도 모르는 형편없는 폐륜아의 꼴이 될지도 모르겠다. 무슬림 국가로 변해버린, 국민의 85%이상이 주일에 교회 문턱에도 가지 않는, 많은 젊은이들이 마약, 동성애, 폭력, 뉴에이지 사상의 절망 가운데서 신음하고 있는 이곳이야말로 처절한 선교의 최전선 중의 한 곳이다. 마케도냐 사람이 환상 중 바울과 실라를 부른 것처럼, 우리에게 복음을 전해 주었던 이곳 사람들이 한국의 교회들에게 지금 소리없는 아우성으로 부르고 있다. 누가, 그리고 어떻게 이에 응답할 것인가? 결초보은(結草報恩).

진 영 종
빌스톤ㆍ파크회중교회 목사
총회 파송 영국선교사

< 지금까지 집필해 주신 진영종선교사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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