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의 타산지석

선교의 타산지석

[ 디아스포라리포트 ] 디아스포라 리포트 '영국 빌스톤ㆍ파크회중교회'편… <5>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05월 08일(금) 09:26

   
▲ 사진의 건물은 예전에 교회 예배당이었지만 유지할 능력이 되지 않아 무슬림에게 팔린 후 모스크로 사용되고 있다.

근자에 한국교회의 선교방법에 대해 공격적 선교방법이니 뭐니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각 교단이나 선교단체들이 자신들이 가진 선교신학이나 정책에 기초해 선교할 따름이니 그들의 판단에 맡겨둘 수밖에 없지않나 싶다. 다만 자신들만의 선교신학이나 방법이 유일하고 올바른 형태라고 밀어붙이는 독선적인 자세에 대해서는 반성의 여지를 남겨둬야 할 것이다.

지금 한국교회가 반성하고 고찰하고 있는 고민의 흔적들은 사실 영국 교회역사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마치 산전수전 다 겪고 이제 힘없이 은퇴해 초라해진 노병의 충고는 우리에게 분명한 타산지석이 될것이다.

1790년대를 전후로 세계선교의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영국교회가 감당했다. 각 교단 산하 혹은 교단 연합으로 선교회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전세계에 선교사를 파송해 세계 선교역사에 혁혁한 성과를 이루었다. 허나 선교사가 파송되는 과정에서 영국 제국주의에 편승해 피선교지를 이해하고 그들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지 않고 독선적이고 일방적인 방법으로 선교를 강요하는 중대한 누를 범했다. 비록 대영제국의 건재함으로 인해 이러한 과오에 대해 스스로 인정하지 않았으나, 2차 대전 후 제국의 몰락과 아울러 피식민지 국가로부터 선교 자체에 대한 차가운 거부를 당하게 되는 이른바 '선교 모라토리움'에 이르게 된다. 그 유명한 '미셔너리 고 홈(Missionary go home)!'이 전해주는 교훈을 한국교회는 선교현장에서부터 간과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안타깝다.

얼마 전 영국 침례교 연합회에서 교단 내 소속 지교회 별 평균 교인 수를 조사했는데, 교인 수 50명 미만의 교회가 전체의 반을 차지했다고 한다. 재미있다고 말해야 할지 아이러니컬하다만, 영국 내 교회들 중에서 지금 그나마 가장 선전하고 있는 교단이 있다면 바로 침례교일 것이다. 성공회를 비롯해 감리교, 연합개혁교회(URC) 등 메이저 급 교회들의 급락은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감리교의 본산인 영국에서 감리교의 퇴락은 가장 급격한 수준이라, 조만간 신학적, 제도적인 면에서 기본적으로 같은 맥락을 갖고 있는 성공회와 '통합'이라는 형태로 '흡수'될 것이라는 게 거의 정설로 통하고 있다.
성공회 역시 제 한몸 건사하기도 힘든 형편에 더부살이 살림까지 떠안아야 한다며 신세타령이 절로 나온단다.

정확한 통계치는 아니지만 영국 전역에서 매월 1곳 정도의 교회가 문을 닫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지방으로 갈수록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평균교인 약 20~30명, 그나마도 퇴직 후 연금으로 살아가는 노인들(Pensioners)이 대부분인 이들 교회가 재정적으로 교회를 유지할 능력이 없는 것은 눈에 보이듯 뻔한 현실이다. 우선은 전임 담임목사를 모실 형편이 되질 않는다. 어려운 재정 형편으로 사택을 처분한 지는 오래된 일이고, 목사가 일을 더 많이 한다해도 노동법에 의해 노동시간만큼 수당을 더 지불할 능력이 없기에 오히려 양 손을 들어 말려야 할 상황이다. 부교역자는커녕 담임교역자도 파트타임으로 모셔야 하니 당연히 교역자들은 나머지 파트타임에는 세상 속에서 노동을 통해 돈을 버는 이른바 교역자의 '투잡스'(Two Jobs)가 이곳에서는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목사들이 목회 외에 다른 기술이나 직업을 미리미리 준비해 두어야 교회와 형편을 맞추어 목회할 수 있는 지경이니, 어이가 없어 실소하다 돌연 웃음을 가다듬고 숨을 가다듬게 된다.

목사 후보생이 없어 신학교는 자연히 문을 닫고 이로 인해 타교단 신학교와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공통 이수과목은 함께 듣고, 자신들의 교단신학에 관계된 과목들은 또 따로 이수해 안수는 별도로 받아 각자의 교단으로 나서는 형편이다. 지교회 입장에서는 목회자 부족으로 아우성이지만, 부족한 중에 목사가 가서 막상 일을 할 수 있는 형편이 되는 교회는 정작 찾기 힘든 빈곤의 악순환이 더욱 어깨를 짓누른다.

한국교회는 지금껏 거침없이 달려왔다. 아니 거칠 것이 없었다. 교인 수 증가에 따른 교회 수의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급등했고, 교회 수 증가에 비해 신학교의 수, 목회자 수의 증가는 더욱 심화하는 과히 놀라운 현상이 발생했다.

그야말로 은혜가 아닐 수 없다. 비록 찬물을 끼얹는 말이 될지 모르지만, 이른바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무너지고 상호간의 가치가 역전되어 목회자는 교회와 교인의 가치를, 교회와 교인들은 목회자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지경이 이른 듯 싶어 씁쓸하다.

불과 1백년 전만해도 영국에서는 지금의 한국교회 이상의 부흥과 성장을 이루기도 했다. 영국교회 안에서도 자기 교단, 신학, 자기가 섬기는 교회가 최고이고 정통이라 주장하여 다양한 교단들이 존재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국교회가 영국교회를 한 때 잘 나갔지만 지금은 은퇴한 정계원로쯤으로 생각하듯이 영국교회는 한국교회를 바라보며 '한 때 우리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라며 쓴 웃음을 짓고 있지는 않을까 싶다.

영국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선교'의 개념을 '미션'(mission)이라고 번역하기도 하지만, 보다 정확하게는 '아웃리치'(outreach)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미션'은 교회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여러 사명들을 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 인식하고, 그 사명들 중에서 복음을 전하기 위해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다가간다는 의미에서는 '아웃리치'를 사용한다. 그런데 과거 그들은 자기중심적이고 고압적인 자세로 피선교지에 다가갔다. 하지만 지금은 비록 효과가 미미하고 결과가 더디다 할지라도 피선교지 중심, 아울러 그들을 인정하고 그들의 의견과 문화, 전통을 존중하는 자세를 견지한다.

우리는 선교의 표준을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찾는다. 자신을 비워 종의 형상으로 죽기까지 우리에게 다가오셔서 우리의 모습을 존중하고 인정하시고, 소망 없는 우리를 끝까지 사랑하심으로 우리를 변화시킨 그 분의 선교가, 또한 자신들의 왕국을 피선교지에 건설하고 이를 구가했던 과거 영국 선교역사가, 단약과 쓴약으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과거 역사를 통해 오늘 우리의 역사에 비추어 미래의 역사를 준비해 가꾸어 가는 데 있는 것이다.

역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어느 정도 미래에 대한 해답과 방향이 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는 역사의식이 그 어느 집단보다 분명해야 하고 이를 조망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하나님의 구속 역사 가운데서의 역사의식, 짧은 역사를 가진 한국교회가 지금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이 아닐까?

진영종
빌스톤ㆍ파크회중교회 목사
총회 파송 영국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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