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다른 '장례 문화'"

"우리와 다른 '장례 문화'"

[ 디아스포라리포트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8년 12월 17일(수) 14:57

조 충 일
스웨덴 임마누엘교회 목사

 

   
세계 어느 곳이든 할 것 없이 천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면 사람들의 기도 제목들이 비슷하다. 한국에서 목회하던 때 자주 들었던 어르신들의 기도는 '주님, 따뜻한 봄날에 부름을 받게 하소서!'였다. 그런 기도 속에는 자신을 보내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추위나 더위로 인한 고통을 주고 싶지 않다는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곳 스웨덴에서 사역을 시작하면서 이 기도가 나의 기도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죽음의 날을 받아 놓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스웨덴에서는 가령 어느 분이 돌아가시면 화장을 하는 경우 빠르면 약 2주 정도, 매장을 할 경우 보통 한 달을 기다려야 장례식을 치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경우(가정에서 임종을 맞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시신은 병원 영안실에 안치된다. 그리고 유족들은 그 동안 장례를 집례할 목사와 묘지, 묘지에서 일할 수 있는 일꾼들을 장의사와 협의하게 된다. 내가 처음 이 땅에서 사역을 시작했을 때 장례식을 임종 후 한 달이 지난 후에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한국인의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더 이상했던 것은 고인이 (그 분이 부모든, 남편 아내 혹은 자식이든) 병원에 안치 되어 있는 동안 유족들은 변함 없이 자신들이 하던 일상생활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만일 뜻밖의 어려움을 당하기 전 미리 계획해 두었던 휴가가 있다면 그것을 취소하기 보다는 스키를 타러 가거나, 따뜻한 나라로 햇빛을 찾아 갔다가 온다. 이런 점은 나의 한국적 사고로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런데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제는 그런 장례문화가 이해가 된다. 어쩌면 춥고 긴 겨울을 지닌 이 곳의 기후가 이런 장례문화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스웨덴에서는 대개의 경우 장례식이 교회 안에서 이루어 진다. 고인의 시신을 화장하는 경우와 매장을 하는 경우가 다른데, 화장을 하는 경우(요사이는 거의 70%이상이 화장을 하는 추세이다) 교회에서 장례예배를 드린 후에 장의사에서 온 사람들이 고인을 운구하여 화장터로 간다. 한국처럼 유족들이 따라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반면에 유족들이 교회에 마련한 식사나 다과를 함께 나누면서 고인을 회상하는 특별한 시간을 갖는다. 때로는 슬픈 추억, 때로는 기쁜 추억을 나누며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웃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고인이 부름을 받은 계절이 따뜻한 봄날이든, 추운 겨울이든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고인을 매장 하는 경우는 좀 다르다. 이런 경우에는 보통 출석하는 교회가 아니라 장지(묘지)가 있는 교회(보통 유럽은 교회가 있으면 바로 교회 밖에 묘지가 있다)에서 장례식을 하기 때문에 장례를 위한 예배를 교회 안에서 드린 후 교회 밖 묘지로 고인을 운구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하관을 위한 예배를 드리게 된다. 나는 하관예배를 드림에 있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장례식이 두 차례 있다.
 
   
▲ 스웨덴에서는 매년 11월 1일 후손들이 묘지를 찾아 촛불을 밝히고 먼저 떠난 사람들을 추모한다. 이 날이 되면 묘지마다 촛불로 가득 채워지는 독특한 광경을 볼 수 있다.

스웨덴 사역 초기와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인데, 그 날 따라 눈보라가 몰아치고, 기온은 뚝 떨어져 약 영하 20도를 기록하고 있었다. 장례예배를 드리고 하관을 하기 위해 교회 밖으로 나왔다. 목사가 앞에 서서 운구행렬을 인도하여 묘지로 가는데 입을 열 수가 없었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코트라도 걸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터인데 예배를 드린 후 바로 교회 밖으로 나왔기 때문에 양복에 가운만 입고 있었다. 묘지 앞에 도착하여 하관예배를 인도해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콧물은 줄줄 흘러 내리고 몸이 얼어 붙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하관예배를 짧은 시간에 마쳤던 기억이 난다. 예배를 마치고 나니 참석하였던 조문객들 중에서 몇 사람이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목사님, 참 멋있습니다.'라고 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그 때 어느 목사님은 설교만 30분을 하는데 추워서 얼어 죽는 것 같아 혼이 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웨덴을 비롯한 북반구의 고위도에 위치한 나라들은 여름에 백야현상이 나타난다. 특히 6월 중순의 하지가 가까울수록 밤은 거의 없고 있더라도 짧은 시간의 희뿌연 밤이 그것이다. 그러나 12월 중순의 동지가 가까워지면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낮은 짧고 밤이 아주 길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겨울 동안에서는 빛을 보기 어려울 때가 많다. 최근에게는 지구 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를 실감하지만 지구가 23.5도 기울어져 자전하고 있는 한 스웨덴의 겨울의 밤이 길고 낮이 짧은, 낮과 밤의 길이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11월부터 2월까지 햇빛이 거의 없는 겨울에 장례식을 치르는 것은 유족이나 조문객, 집례를 하는 목사에게는 정말 힘든 일이다. 이런 환경에서 사역을 하면서 나는 목회자의 한 사람으로서 어르신들을 생각할 때마다 '하나님, 따뜻한 봄날이나 햇볕이 있는 날에 부르소서!'라는 기도를 드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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