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동포 초청의 날"

"입양동포 초청의 날"

[ 디아스포라리포트 ] [디아스포라 리포트] '스웨덴 임마누엘교회'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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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09일(화) 19:50

 

   
▲ 입양동포초청의 날 모인 입양동포들의 가족과 교인들의 모습.

 
스웨덴에서 사역을 시작하기 위하여 준비하는 동안 나는 입양 동포를 대상으로 선교할 것이란 생각을 깊이 하지 못했다. 어느 분이 내가 스웨덴으로 파송받아 간다는 소식을 듣고 월간지에 실린 입양 동포에 관한 인터뷰 기사를 가져왔길래 그것을 읽으며 상황을 조금 짐작할 따름이었다. 나의 주된 사역이 입양동포를 위한 사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웨덴에서 사역을 시작한 후부터 자연스럽게 그들을 향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들을 위해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이란 영화를 통하여 스웨덴 입양동포들의 삶의 일부분이 한국사회에 알려지긴 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접 부딪히며 알게 되었다. 너무나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그들이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조국에 대하여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그들을 지배한 것은 사실이다. 그들이 조국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고 하는 하나의 사실만으로도 그런 마음을 갖는 것은 당연한 것이리라. 그래서 그들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기 때문에 깊은 관계 형성을 이룬다는 것이 어쩌면 불가능해 보였다. 거기에는 관계의 단절이 가져올 또 다른 버림에 대한 두려움이 그들의 가슴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찾으면서 나는 선교사역의 일환으로 주일마다 한국어 예배를 스웨덴말로 통역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이 채워줄 수 없는 공간을 복음을 통하여 치유하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처음 시도하는 일이라 쉽지 않았다. 매 주일 몇 사람이 올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통역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실제로 어느 주일은 몇 명이 오다가도 어느 주일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 때마다 '계속해야 하는가'라는 회의가 찾아 왔지만 오든, 오지 않든 사역은 계속해야 한다는 굳은 마음으로 지속적으로 통역을 한 것이 벌써 12년이 되었다. 그저 씨앗을 뿌릴 따름이었다. 거두시는 분은 하나님이심을 믿기 때문이다.
 
   
▲ 입양동포초청의 날 한국음식을 나누고 있는 입양동포가족들과 교인들의 모습.
그러던 어느 해에 주일예배 통역만이 아니라 그들을 초청하는 날을 만들자고 제안을 했다. 교회는 기꺼이 순종했고, 그래서 매년 11월 둘째 주 토요일이면 그들을 위한 잔치가 벌어진다. 여전도회가 푸짐한 한국 음식을 준비하고, 교역자는 한국의 전통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여러 가지 놀이를 준비한다. 때로는 그들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 가는 길을 돕기 위한 세미나와 토론을 하기도 하면서 그들과의 간격을 좁혀 간다. 한국 음식에 대한 이해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다들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언젠가는 '김치 콘테스트'를 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더니 자기들이 집에서 김치를 만들어 와서 초청의 날 때 심사를 받는 것이다. 맛이야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마는 그들의 그 생각이 너무 감사했다. 요사이는 스스로 불고기를 비롯하여 한국 음식을 자주 접하지만 그때만해도 그럴 수 없었기 때문에 정말 한국 음식을 즐겼다.

어느 해인가는 정말 놀랄 일이 있었다. 이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전날 스톡홀름에 도착하여 하루 밤을 자고, 참석한 후 자기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가족 전체를 데리고 온 일도 있었다. 그리고 하는 말이 "정말 오고 싶었습니다. 나와 같이 생긴 사람들을 정말 보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많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라고 하는 말을 들으며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른다. 이렇게 그들과 매년 만남을 계속하고, 그들만의 모임에 초청을 받아 가서 함께 지내다 보면 살아온 배경은 다르지만 피부색이 같고, 고향이 같다는 하나의 사실 때문에 인간적인 정을 느끼곤 한다.
 
AKF(스웨덴입양인협회)가 창립 20주년을 맞이하던 해 겨울, 축하행사에 참여해 달라는 초대를 받았다. 축하행사 중 갑자기 누군가 교회 이름을 부르며 나를 찾았다.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알고 보니 "그 동안 우리를 위해 수고해 주심에 감사하다"며 꽃다발을 건네주며 인사를 하는 것이다.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눈시울이 붉어졌다. '그 동안의 수고가 헛된 것은 아니었구나'하는 생각과 '저들이 교회를 기억하고, 교회가 한 일을 가슴에 담아 두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비록 힘들고 어려운 시간들을 함께 지나왔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 그리고 보살핌을 확인하는 바로 이 순간은 그 모든 것을 보상하고도 남는 기쁨의 순간이었다.

조 충 일
스웨덴 임마누엘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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