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리포트] '오사카교회'편…2

[디아스포라 리포트] '오사카교회'편…2

[ 디아스포라리포트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kidokongbo.com
2008년 10월 08일(수) 00:00
정 연 원
재일대한기독교회 총회장ㆍ오사카교회 목사
 
   
도쿄에서 17년간 목회를 하다가 오사카로 부임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을 때였다. 선배 목사님 한 분이 찾아 오셨다. 교회 건물 벽체에 교회 이름을 써 놓은 것을 보시고 말씀을 주셨다.
 
오사카교회면 '오사카'라고만 할 것이지 왜 '한국대판교회'라고 하였는냐고 하신 적이 있다. 실은 일본기독교단에 속한 대판교회가 있다. 시내 한 복판에 있는 일본 교회와 우리 교회는 지역상 전혀 다른 곳에 있다. 재일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는 이 지역에서 택시를 타고 한국교회를 가자고 하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한국 땅도 아닌 곳에서 '한국대판교회'라고 부른다. 이것이 우리 교회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이다.
 
일본말을 사용할 때 한자는 그 읽는 음운을 기록해야 한다. 한자의 읽는 방법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의 이름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의 일이다. 내가 유학생활을 마치고 선교사로서의 변경과 기간 연장을 위해 법무부 출입국 관리소에서에 서류를 내고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정연원' 한자말로 쓴 글자 위에는 읽는 방법을 당연히 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구 직원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 날 쳐다보면서 말이다. 일본인들이 읽는 한자음 발음식으로 말이다. 내 이름이 아니기 때문에 한참 나는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미 고인이 되셨지만 재일동포 인권운동가인 최창화목사는 NHK방송국을 상대로 1엔(円) 청구소송재판을 한 적이 있다. 방송에서 아나운서가 자신의 이름을 바로 부르지 않고 계속해서 일본식으로 읽었다는 것 때문에 말이다. 아쉽게도 재판에서 지고 말았다. 이후 1980년대부터 지문거부운동이 일본 각처에서 활발하게 전개가 되었고, 한국과 세계교회는 재일동포 인권을 귀중하게 생각하고 많은 기도와 행동으로 협력을 해 주었다. 일본에서는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가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지문을 체취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동포 자녀들과 외국인은 18세가 되는 날 구청에 가서 지문을 찍어야 하는 수치의 날이기도 하다.
 
우리 민족이 일제의 강점기 때 성과 이름을 바꾸어 하는 창씨개명을 강요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해방을 맞아 되돌려 받았던 우리 조상이 물려준 내 성과 이름을 돌려 받았고, 20년간 지문거부 운동을 계속해오면서 투쟁한 결과로 지문 체취는 잠시 없었지는듯 했지만 다시 부활된 것은 정말 슬픈 일이며 일본인들에게도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사카교회는 금년으로 창립 87년을 맞이하는 일본 내에서 동포들을 위해 세워진 교회 가운데 2번째로 오래 된 교회이다.
 
부관(釜關)연락선을 타고 부산에서 일본의 방직공장에 일하려 왔던 어린 조선 소녀 두 사람의 기도로 시작된 교회가 오사카교회이다. 그 당시 신호신학교(神戶神學校)의 학생이었던 김우현(金禹鉉)과의 만남이 오늘의 오사카교회의 시작이다. 이후 신사참배거부를 하셨던 박상동(朴尙東)목사는 초창기 지도자 가운데 한분이다. 초창기 어린 소녀였던 신남수(申南秀)자매의 손자가 오사카교회의 윤호신(尹浩信)장로이며 5대째 교회를 섬기고 있다.
 
한국에서 만든 드라마를 일본에서도 시청할 수 있다. 자신은 아줌마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가진 한 인격체라고 항변하는 것을 본다. 재일동포는 일본 땅에 강제로 끌려 온 존재로 시작하여 이제는 그 자손들은 이 땅에서 살아야 할 존재들이다. 지금도 존재하는 차별의 벽을 자신감을 가지고 넘어야 할 사람들이다. 내 이름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면서 말이다.
 
그리고 초대 안디옥교회에서 크리스찬이라는 말로 신실한 신앙인을 불러 준 것처럼 일본에 있는 재일동포교회와 교인들도 민족을 넘어선 인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의 실현을 위해 존재함을 인식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바벨론에 포로되어 간 이스라엘 민족에게 하나님께서는 예레미야 선지자에게 주신 예언을 편지로 써 보낸 것처럼, 또 그 땅에서 자손이 번성하여야 하고 그 땅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 포로되어 살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이 그 땅에서 잘 살 수 있는 것처럼, 역사 교과서, 독도 문제로 냉담해진 한ㆍ일 양국과 북한과의 관계가 개선되기를 바라며 숨죽이고 기도하는 재일동포교회가 있다. 코리안 타운에는 일본인과 재일동포 2~3세들이 김치를 사기 위해 모여 오고 주일이 되면 오사카교회로 모인다. 조상들이 끌려와 만들어 놓은 평야운하(平野運河)를 지나서 말이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