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리포트] "희년의 정신으로 맞이한 창립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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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아스포라리포트 ] '보스톤한인교회'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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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9월 09일(화) 00:00

   
 
보스톤한인교회에서 열린 한국 문화 축제의 한 장면.
 
이 영 길
보스톤한인교회 목사


담임 목회 7년째로 접어 들었을 때 일이다. 교회에서는 나에게 1년 간의 안식년을 허락해 주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안식년을 받았다. 그러나 1년을 다 안식년으로 보낼 계제가 안되었다. 그 이듬 해가 교회 창립 50주년이 되는 해였기 때문이다. 8개월만 하고 나머지 4개월은 기쁜 마음으로 반납하였다. 이 안식년 동안에 나에게 주어진 큰 숙제가 하나 있었다. 물론 내가 스스로 나에게 부과한 숙제였지만…. "50주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안식년 마지막 한 달이 남았을 때이다. 어느 날 기도하는데 한 단어가 머리 속을 감돌았다. '희년(Jubilee). 희년을 지켜라.' 멋진 하나님의 응답이었다. 아니 선물이었다. 그 동안은 어떤 행사를 할 것인가에 온 정신을 팔고 있었던 것이다. 일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가 주 관심사였다. 그러나 희년은 행사가 아니다. 희년은 마음의 자세이다. 희년은 역사 속에서 시간을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다. 아니, 유대 신학자 아브라함 헷셀의 말을 빌리면 희년은 시간 안에 궁전을 맛보는 것이다. 그 궁전 안에서 시간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것이다. 아니 그 궁전 안에서 과거를 새롭게 만나는 것이고 미래를 아름답게 설계하는 것이다. 그러면 믿음의 선배들은 이 희년이란 시간의 궁전에서 어떻게 과거를 새롭게 만나고 미래를 아름답게 설계하였는지 궁금해졌다. 나의 궁금증은 오래 가지 않았다.
 
얼마 후 어느 학회에서 현재 UCLA에서 한국 교회사를 가르치는 옥성득목사님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그분을 그 이듬해 제직 수련회 강사로 초대하였고, 희년에 대해서 귀한 말씀을 해주셨다. 특히 우리 교회에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희년을 통해서 참된 신앙고백을 하여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어느 학회에서 우연히 만난 만남이 이처럼 신앙고백을 하게 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는 모두 하나님께서 주시는 희년의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우리교회는 첫 희년 기념주일, 곧 2003년 11월 추수감사주일(본교회는 추수감사절에 창설되었음)에 첫 희년 신앙고백서를 낭독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신앙고백서는 한 달에 한 번 예배시간에 요즘도 사도신경을 대신으로 낭독되어진다.
 
한편 우리 교회는 50주년을 그냥 50주년이 아니라 '첫 희년'으로 지켜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냥 희년이 아니라 '첫 희년'이다. 왜냐하면 모세의 고백처럼 인간의 연수는 70이요 강건하면 80이라도 교회의 연수는 무궁하기 때문이다. 교회는 첫 희년을 넘어 두 번째 희년으로, 또한 세 번째 희년으로 향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곧 '첫 희년'이라는 시간의 궁전 안에서 우리는 과거를 돌아보았고, 또한 앞을 내다 보는 축복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과거를 돌아보며 우리는 첫 희년 신앙고백서를 작성하게 된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이 시간의 궁전 안에서 앞을 내다보는 즐거움도 누렸다. 제2의 희년을 향한 비전 선언문을 작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비전 선언문을 첫 희년 다음 해인 2004년 창립 기념 주일에 낭독하였다. 지면상 비전 선언문의 요지만 소개한다.
 
1.삼 세대가 함께 배우는 교회 2.세계를 향한 교회 3.한 민족의 문화를 이어가는 교회 4.사랑으로 정의를 세워가는 교회
 
이 중 '한 민족의 문화를 이어가는 교회'에 대해서 남은 지면에 잠시 언급하고자 한다. 첫 희년 전년도인 2002년 처음으로 이웃 주민들을 위해서 한국 문화 축제를 열었다. 얼마나 사람들이 올 것인가 조바심 가운데 준비하였는데 한 마디로 입추에 여지없이 자리를 꽉 메웠다. 대성공이었다. 얼마나 미국인들이 타민족의 문화에 관심이 있는지 새삼 알게 되었다. 그 이듬 해인 첫 희년에도 한국 문화 축제를 열었다. 제목은 '아리랑'이었다. '아리랑 고개'를 주제로 하여 여러 가지 한국 춤과 노래를 엮어서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었다. 역시 입추의 여지 없이 자리를 메웠다.
 
무엇보다도 내가 가장 큰 도전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먼 미국 땅에서 한민족의 문화를 새롭게 만나는 체험을 한 것이다. 나는 아리랑 고개를 넘어 서 있는 갈보리의 십자가 자취를 느껴볼 수 있었다. 모든 문화에는 갈보리를 향한 그림자가 숨겨져 있다는 확신마저 들었다. 그러니 우리는 이국 땅에서 계속 한민족의 문화를 이어갈 책임이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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