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리포트] '보스톤한인교회'편 3

[디아스포라 리포트] '보스톤한인교회'편 3

[ 디아스포라리포트 ] "자녀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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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9월 03일(수) 00:00

   
 
보스톤한인교회에서 열린 삼세대가 함께하는 찬양과 기도의 '쉐마의 밤'
 


2년 전 미국에서 원주민(인디언) 선교를 하시는 한인 목사님을 만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마침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주최하는 이민목회 세미나에 강사로 초대되어 참석하려던 참이었다. 세미나의 의도를 듣더니 무릎을 치면서 꼭 필요한 세미나라는 말을 하셨다. 이유인즉슨 자신도 약 10여 년 전에 LA에 어느 한인교회에 이민 목회자로 초청을 받았다는 것이다. LA교회에 도착해서 처음 들은 말이 있었다고 한다. 다름 아닌 1.5세라는 말이다. 그 말을 듣고 1.5세라는 말이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초대교회의 이민교회이었던 안디옥 교회에도 물론 1.5세가 있었을 줄로 안다. 사도행전에는 자주 히브리파 유대인들과 헬라파 유대인들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히브리파 유대인들은 히브리 말로 교육을 받은 사람들, 다시 말해서 이스라엘에서 살다가 이민 나온 사람들이다. 이들이 바로 1세들인데, 지금 글을 쓰고 있는 필자와 같은 사람들을 말한다. 헬라파 유대인들은 나의 아들처럼 타국에서 태어났고 타국에서 교육을 받은 자들이다. 이들을 2세라 부른다. 한편 1.5세는 한국(이스라엘)에서 태어나서 미국에서 고등학교 정도는 나온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기왕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나의 아들 이야기를 해야겠다. 나의 아들이 두 세살 정도 되었을 때 일이다. 물론 미국에서 태어났으니 전형적인 2세이다. 할아버지가 한국에서 방문하셨다. 아내와 아들과 함께 공항에 마중 나가 모시고 오게 되었다. 그때 아들이 꽤 흥분되어 있었던 것 같다. 할아버지는 앞 자리에 앉으셨는데 갑자기 아들이 손으로 할아버지를 가르키면서 말했다. "얘, 왜 왔어?"
 
이것이 2세들의 한 단면이다. 반면 1.5세는 이러한 엉뚱한 짓은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쪽 저쪽 조금씩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 나름대로의 세계가 있기에 '1.5세'란 말이 나오지 않았겠나? 이처럼 같은 김치를 먹고 있지만 우리는 서로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세계 가운데 살고 있다. 1세, 1.5세, 2세가 뒤엉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화적 갈등이 이 정도로만 끝나면 얼마나 좋겠는가?
 
7년 전 안식년을 갖게 되었다. 이곳 보스톤에서 주일을 지내게 될 때는 우리 교회가 속한 보스톤 노회 교회들을 방문하면서 주일예배를 드렸다. 어느 주일은 히스패닉 교회에 가서 주일 예배를 드렸다. 제일 뒷 자리에 앉아서 예배를 드렸다. 물론 예배는 스패니쉬(Spanish)로 진행되었다. 전혀 못 알아 듣지만 예배 형식이야 별로 차이가 없으니 대충 따라 갈 수 있었다. 설교가 끝나고 광고 시간이 되었다. 광고는 길지 않고 도리어 환영 시간이 더 많은 시간을 차지하고 있는 듯 했다. 모두 일어나서 인사를 나눈다. 나와 아내는 제일 뒤에 앉았던 자리에 서 있었다. 사람들이 우리에게 몰려 오는 것을 금방 감지하였다. 첫 사람이 반갑게 악수를 청하면서 말한다. "자녀가 있습니까?(Do you have children?)"  둘은 아니지만 하나는 있으니 당당하게 말했다. "네, 있습니다." 그 말을 듣더니 웃음을 띄면서 다른 사람에게 갔다. 두 번째 사람이 다가 오며 악수를 청하다가 말한다. "자녀가 있습니까?" 상당히 기분이 이상해졌다. 나는 집사람 얼굴을 보면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 둘 중 한 사람이 아이를 못 낳게 생겼나?" 기분은 좀 이상하지만 또 대답했다. "네, 있습니다." 세 번째 사람이 앞에 와 섰다. 긴장이 감돌았다. 이 사람도 혹시…? 아니나 다를까, "자녀가 있습니까?"
 
그날 저녁 노회 목회자 모임이 있었다. 다행히 내 옆 자리에 그 교회 원로목사님이 와 앉았다. 원로 목사님이라 주일 예배는 다른 교회를 다니시는 것 같았다. 그날 오전에 그 교회에 있었던 일을 말해 주었다. 이 분은 깔깔 웃으면서 말하기를, "그것이 우리들의 인사법이요." 그러니 금방 생각이 났다. 우리 한국인들은 무엇이라고 인사하는가? "진지 드셨습니까?" 이 인사법은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문제에는 열쇠가 있는 법, 우리 교회는 두 달에 한 번씩 삼세대가 함께 모여 기도하고 예배드리는 '쉐마의 밤'을 열고 있다.
 
그리고 히스패닉 교회와는 일년에 한번씩 니카라과 단기선교단을 함께 파송하고 있다. 오늘 새벽에 두 교회의 29명으로 구성된 선교단을 비행장에서 환송하였다. 오늘 저녁에는 쉐마의 밤이 교회에서 열린다. 

이 영 길
보스톤한인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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