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리포트] 멜본한인교회 편5

[디아스포라 리포트] 멜본한인교회 편5

[ 디아스포라리포트 ] 너와 네 자손을 위하여

표현모 기자 hmpyo@kidokongbo.com
2008년 08월 08일(금) 00:00

   
 
멜본한인교회 아동부 캠프 모습.
 
유대인 디아스포라가 20세기 세계 역사를 주도했다면 21세기의 주역은 한민족 디아스포라가 아닐지 기대해 봅니다. 지난 1백50년 동안 7백만 동포들이 세계 1백70여 나라로 흩어졌습니다. 현재 가장 많은 나라에 흩어져 사는 민족이지요. 어떤 이유로 조국을 떠났든 저마다 낯설고 물설은 타향살이를 엉겅퀴처럼 딛고 일어섰습니다. 자녀들에게 희망을 걸고 궂은 일 마다 않으며 땀 흘렸지요. 어느덧 이민 1세대가 밑거름이 되어 후손들이 주류사회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이 억센 생명력이 잘 모아지면 한민족의 새 역사에 단단한 보탬이 되지 않을까요? 

한국 사람들은 가는 곳마다 교회를 세우고 신앙생활 열심히 하기로 유명하지요. 약 2만 명 한인들이 살고 있는 이곳 멜본에도 한인교회가 서른 개 가까이 됩니다. 교회가 분열하고 난립하는 것은 부끄럽지만, 인구 증가에 따라 다양한 빛깔의 건강한 교회들이 더 세워지는 것은 자연스럽고 바람직하겠지요. 이민교회를 세계선교의 '전초기지'나 '영적 한류'의 유력한 통로로 보는 견해들이 있더군요. 지구상 곳곳에 세워진 수천 개 한인교회는 하나님 역사에 사용될 소중한 영적 자원입니다. 나그네살이 험한 광야에서 '글로벌 크리스찬'으로 단련 받는 믿음의 사람들이 많습니다. 비록 아픔 많은 광야길이지만 '약속의 땅'을 향한 우리의 행진은 멈추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이 행진이 대를 이어 지속될 것인가에 있습니다.

우리교회는 이민자 가정이 많기 때문이어서인지 교회교육에 남다른 열심이 있습니다. 교역자들과 교사들의 헌신으로 교회학교가 부흥하고 있고, 올해 초 부임한 호주 한인 2세 목회자를 중심으로 영어목회도 잘 정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지요. 특히 1.5세와 2세들이 교회를 떠나는 '조용한 탈출'(Silent Exodus)은 미국 한인사회만의 일이 아닙니다. 왜 떠나는지, 몇 가지 이유만 살펴보지요.  

첫째, 문화적인 충돌 때문입니다. 부모세대는 유교문화 군사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은 반면, 자녀들은 개인주의 합리주의 문화 속에서 자랍니다. 집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대립하는 이중문화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Identity Crisis)을 겪게 되지요. 둘째, 이민교회들이 갈등하고 분열하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이 싸우고 갈라지는 난리통에 자녀들은 깊은 상처를 입고 교회와 한인 공동체에 대해서 'sick and tired'하게 됩니다. 셋째, 자녀들의 신앙에 대한 관심부족 때문입니다. 먹고살기 바쁜 부모와 '어른들 세상'인 교회, 이 틈에서 자녀들의 믿음이 자라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충돌과 분열과 무관심 속에서 자녀들은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교회를 떠나게 됩니다. 

우리의 '현존하는 미래'가 교회를 외면하는 현실에 대해 그 책임을 교회 밖 세상으로만 돌릴 수 없지요. 언어의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영어목회가 절실합니다. 교회교육을 타문화권 선교라 여기고 새로운 세대의 문화를 존중해야 합니다. 우리민족의 좋은 믿음의 유산을 자녀들이 이어받을 수 있도록 삶의 모범을 보여주어야겠지요. 교회를 진흙탕 싸움터로 만드는 우리 내면의 '쓴뿌리 나무'를 뽑아버리고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켜야 합니다. 해서, 정체성 문제로 힘겨워하는 자녀들이 기댈 수 있는 '보금자리', 떠난 자녀들이 돌아올 수 있는 '복음자리'가 되어주어야 합니다. 부모세대와 자녀세대가 함께 대화하고 결정하고 섬길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도 해야겠지요. 오래 참는 사랑의 기도가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저는 제 아들이 'Korean Australian Christian'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한국인과 호주인 사이의 정체성 혼란은 '그리스도인 됨'으로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우리 자녀들 내면에 깊은 믿음의 뿌리가 내릴 때, 한민족으로서의 높은 긍지와 호주인(세계인)으로서의 넓은 안목을 갖게 될 것입니다. 한국교회 믿음의 유산을 디딤돌 삼아 호주(세상)의 중심에서 복음을 외치며 많은 민족을 복된 길로 이끌어 갈 사람들이 바로 우리 후손들이지요. 이들이 밟고 갈 오솔길이 되어주는 것, 우리의 몫이 아닐까요? 

"땅의 모든 족속이 너와 네 자손을 인하여 복을 얻으리라!"(창28:14) 이민자 야곱에게 주셨던 약속의 말씀, 오늘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가슴에도 새겨지고 있습니다.

주 현 신
멜본한인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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