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리포트] 멜본한인교회 편 4

[디아스포라 리포트] 멜본한인교회 편 4

[ 디아스포라리포트 ] 예수님을 의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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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7월 16일(수) 00:00
   
 
 
어쩌다 호주에 와서 10년 살다보니 한국식도 아니고 호주식도 아닌 '어색한 시츄에이션'이 되는 경우가 많답니다. 이민교회 중에는 투철한 신토불이 정신으로 한국식을 고집하는 교회도 있을 테고, 그 반대도 있을 테지요. 우리교회는 어정쩡하니 그 중간쯤에 있는 것 같습니다. 잘못하면 '웃기는 짬뽕'이 될 위험도 있지만, 그래도 '치즈 비빔밥'이나 '김치 파이' 같은 근사한 퓨전 음식을 계속 꿈꾸고 있습니다. 
 
호주연합교단의 제도에는 눈여겨 볼만한 점들이 많더군요. 교회 운영과 직분에 관한 규정(http://matrix.nsw.uca.org.au/assembly/resources/regulation_2004) 중에서 우리 피부에 와 닿은 두 가지를 말씀드리지요.
 
첫째, 교회의회(Church Council)입니다. 호주연합교단에는 장로 직분은 있지만 한국식 당회는 없고, 권사 안수집사 서리집사 같은 직분이 없기 때문에 제직회도 없습니다. 대신, 교단 신학기관에서 훈련받은 평신도 사역자(Lay Pastor)가 있지요. 교회를 운영하는 핵심기구는 교회의회인데, 평신도 사역자를 포함한 목회자와 장로, 그리고 장로 숫자만큼 선출된 의원(평신도 대표)으로 구성됩니다. 목사 장로를 비롯한 모든 직분에 성별 제한은 물론 없습니다. 교회의회 의장은 주로 장로나 의원이 맡고, 교회의회 서기가 법적인 교회 대표 역할을 하지요. 교회의회가 정책결정과 살림살이를 담당하는 것, 호주연합교단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둘째, 임기제입니다. 호주연합교단은 목사 장로 의원 임기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목사의 기본임기는 10년인데, 10년 이후 시무를 계속하려면 매 5년마다 공동의회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합니다. 장로와 의원은 공동의회에서 과반수 찬성으로 선출되며 기본임기는 5년이고 재선출 과정을 거쳐 계속 시무할 수 있지요. 호주연합교단 소속 한인교회들은 임기제를 채택할 수도 있고 한국식 위임 제도와 항존직 제도를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교회의회와 임기제는 호주연합교단 교회들의 민주적인 교회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인 제도라 생각합니다.
 
우리교회는 교단 규정을 따라 교회의회를 두고 있습니다. 평신도가 교회의회 의장을 맡고 있고 목사 장로 의원 임기제를 채택하고 있지요. 한편, 한인교회로서의 특성을 반영하는 교회 내규를 만들어 당회와 제직회를 존속시키고 권사와 서리집사 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교회의회 중심 체제의 부족한 점을 당회와 제직회가 보완하도록 한 것이지요. 이 낯설고 복잡한 제도를 정착시키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앞으로 더 필요해 보입니다. 많은 '회의'에 휘둘리다 보면 '회의주의자'가 되기도 하지요. 이러다 죽도 밥도 안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고 교회 구조를 단순화해야 할 필요도 분명히 있습니다. 아직은 '공사중'이고 '실험중'이지만, 우리의 '길찾기'는 멈추지 않을 겁니다. 희망적인 것은, 여덟 분 장로 중에서 여섯 분이 50대 전반의 '젊은' 장로님이고 최근에 두 분의 여성 장로가 임직했다는 겁니다. 교회의 나이와 몸무게에 비해 꽤 젊고 개혁적인 모양새를 갖춘 셈이지요.
 
'공자가 죽어야 예수가 산다'는 주장이 있을 만큼 유교문화가 한국교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상명하복(上命下服)의 군사문화도 여전히 만만치 않고 이에 맞서는 어설픈 투쟁문화도 확산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세속적 문화'를 극복하려면 '하나님 중심의 민주주의'를 세워가는 기도와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과 통하고 사람과 통하는 교회라야 미래가 있지요. 히브리 노예들이 약속의 땅에 들어가기 위해 40년 동안 광야를 지나야 했듯이, 우리에게도 그런 훈련과정이 필요합니다.
 
우리교회를 비롯한 많은 이민교회들이 경험하고 있는 '어색한 시츄에이션'은 우리로 하여금 성숙한 신앙인격과 건강한 토론문화를 갖추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속 깊은 배려가 아닐까 싶습니다.
 
회의도 영적인 훈련이지요. 주님의 '더불어숲'을 가꾸기 위한 영적인 훈련! 그런 마음가짐으로 이번 주일 교회의회에 참석하렵니다. 무엇보다, 예수님을 의장으로! 모든 회의 자리에서 예수님을 실제 '의장'으로 모시고 그분의 뜻을 헤아려 함께 복종하는 훈련을 계속하렵니다. 하여, 예수님을 교회 머리로 '복권'시켜드릴 때, 그분이 길 없는 광야에서 우리의 길 되어 주실 것을 믿습니다. 그러는 동안 교회 여기저기에서 어느새 주님 다스리시는 민주주의가 꽃피고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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